한국사를 전공한 저자는 한자에 관심이 많았다. 첫 직장 면접 때 취미가 있느냐는 면접관의 질문에 자작 한시를 읊었고, 지금도 합격 이유를 한시 덕분이라 굳게 믿고 있다. 직장 생활을 하며 틈틈이 한자를 해석해 보며 의미를 발견하는 기쁨을 깨닫고 한자와 즐겁게 대화를 나눴던 여정의 결과물로 『어른의 한자력』이 나왔다. 한자는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글자인 만큼, 우리 인생에 도움이 될만한 메시지를 많이 담고 있다. 평소 한자와 친숙하지 않았던 독자라도 이 책을 통해 한자가 가진 의미를 음미해 보며 한자와 친구가 되어보길 바란다. 삶의 무기가 되어줄 어른의 한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역사가 필요해』 이후로 1년 반 만에 뵙습니다. 이번에는 『어른의 한자력』으로 독자분들을 만나게 되셨어요.
역사와 한자를 사랑하는 직장인 작가 신동욱입니다. 이전에 『그래서 역사가 필요해』와 『조선 직장인 열전』을 통해 역사 이야기를 독자분들과 함께 나눴었는데요. 이번에는 한자 책으로 만나 뵙게 되었습니다. 저는 대학 시절 한국사를 전공했다 보니 아무래도 한자를 접할 기회가 많았고, 그 덕분에 한자와 꽤 친숙하게 지냈던 것 같아요. 시중에 나와 있는 자기계발서가 많지만, 한자를 통해 내 인생을 돌아보는 자기 계발서는 흔하지 않잖아요? 그런 점에서 독자분들이 『어른의 한자력』을 조금은 더 특별하고 색다르게 봐주시는 책이 되지 않을까 살짝 기대해 봅니다.
저는 한자가 어렵게만 느껴졌었는데, 『어른의 한자력』을 읽고 한자가 훨씬 입체적으로, 또 재미있게 느껴진 것 같아요. 한자를 이렇게 애정 어린 마음으로 해석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표음 문자인 한글과 달리, 표의 문자인 한자에는 음과 뜻이 동시에 담겨 있습니다. 예를 들면, 人(사람 인)이라는 한자에는 '사람'이라는 뜻과 '인'이라는 음이 동시에 있죠. 글자 자체에 뜻이 담겨 있다 보니, 한자 하나하나가 그냥 만들어진 게 없어요. 한자를 만든 사람들의 생각과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했는지가 한자 안에 담겨 있다는 뜻이죠. 그래서 한자를 해석하다 보면 '옛날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구나, 그러면 오늘날 우리는 여기서 어떤 걸 배울 수 있지?'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해보게 됩니다. 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다"라는 말을 했는데요. 그런 관점에서 역사와 한자가 비슷한 부분이 있구나 싶어서 무척 흥미롭더라고요.
그렇다면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는 한자는 무엇인가요?
'걷는다'는 뜻을 가진 '步(걸음 보)'라는 한자가 참 좋아요. '멈추다'는 뜻이 있는 '止(그칠 지)' 두 개가 아래위로 붙어있는 모양이죠. 걷는다는 뜻의 한자에 왜 멈추다는 뜻의 한자 두 개가 붙어 있을까요? 걷는다는 것은 멈출 듯 멈출 듯 하면서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제 인생을 돌아보면, 저는 딱히 경쟁을 정말 잘하는 사람도, 남들보다 그리 재빠른 사람도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런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묵묵히 걷는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멈출 듯 멈출 듯 하면서도 결코 멈추지는 않고 계속 앞으로 걸어가는 모습, 그게 좀 느려 보일지라도 제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힘을 잃지 않고 걸어가겠다는 마음가짐. 저는 앞으로도 그렇게 제 인생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저는 책 속에서, '시험 삼아'라는 뜻을 가진 試(시) 한자가 말씀 언(言)과 법 식(式)이 합해진 글자라는 말이 인상 깊었어요. 말하는(言) 대로 법(式)이 된다! 저도 앞으로 이 구절을 마음에 새기고 도전적인 자세로 살아가려고 합니다. 작가님이 한자를 통해서 가장 크게 힘을 얻었던 사례는 무엇인가요?
조선 시대 양반들이나 했을 법한 말장난 같아 보이기는 하지만, 한계라는 뜻을 가진 '艮(그칠 간)' 위에 점 하나만 찍으면 '良(어질 량)'이라는 완전히 다른 뜻의 한자로 바뀌어요. 어질다, 좋다, 훌륭하다... 그런 좋은 뜻이란 좋은 뜻은 다 가진 한자가 되죠. 저는 이걸 보면서 위로가 되더라고요. 어떤 실패를 겪을 때 "아, 나는 왜 이 정도 밖에 안되는 사람일까"라고 자조하는 데 그치면 艮이라는 한자에 머무는 것이지만, 그 위에 점 하나를 더 찍겠다는 용기와 실행이 있다면 얼마든지 그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거구나. 그렇게 한자가 저를 위로해 주었죠. 결국, 중요한 건 마음가짐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포기하지 말고 점 하나를 더 찍겠다는 그런 마음가짐 말이죠.
작가님에게 '한자'란 어떤 존재인지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요?
'친구'라고 말하고 싶어요. 제가 이 책을 쓰느라고 몇 달 동안 계속 새벽 일찍 일어나서 한자랑 씨름하고, 사색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 순간 친구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그렇게 매일 한자의 뜻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해보는 과정 자체가, 친구와 수다 떨듯이 한자와 즐겁게 대화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친구에게 많은 것들을 배웠죠. 앞으로도 고민이 있거나 뭔가 새로운 깨달음이 필요할 때, 그 순간에 어울리는 한자 몇 개를 제 앞에 데려다 놓고 종종 대화해 볼 생각입니다. 사람 친구는 서로 바쁘니 시간을 맞추고 만나야 하지만, 한자는 제가 원할 때 아무 때나 불러와서 제 고민을 들어주니 얼마나 좋은 친구인가요? 그렇다고 저에게 친구가 한 명도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한자의 정확한 개수를 파악할 순 없지만, 전문가들은 대략 6만 5천여 자가 될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작가님은 이미 많은 한자를 알고 계시지만, 또 어떤 식으로 새로운 한자에 노출되시는지 궁금해요.
사실 우리가 평소 쓰는 단어 중에 한자로 된 것들이 무척 많아요. 그런 단어들을 구성하는 한자들만 생각해 봐도 엄청 많은 한자에 노출될 수 있거든요. 저도 평소에 흔히 쓰는 단어들이 어떤 한자로 만들어졌더라? 다시 찾아보고, 또 아들에게도 알려주면서 꾸준히 한자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는 아들이 아직 초등학생인데, 한자 공부는 좀 제대로 시켜주려고 해요. 한자력이 결국 어휘력과 문해력, 더 나아가 글 쓰는 능력과도 연결된다고 보거든요.
한자력이 문해력과 연결된다는 말씀, 저도 정말 동의합니다. 여전히 한자가 어렵게만 느껴지는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리며 인터뷰 마무리하겠습니다.
사실 한자를 잘 몰라도 사는 데 크게 지장이 있는 건 아닐 겁니다. 하지만 한자를 알면 훨씬 더 풍부한 어휘력을 가지고, 내 생각을 잘 표현할 수 있어요. 글을 쓸 때도 당연히 큰 도움이 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내내 말을 하고, 글을 써야 한다면, 사실 한자 공부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평생 해야 할 공부가 아닐까 싶어요. 『어른의 한자력』은 한자 공부를 해보면서, 지금껏 살아온 인생에 대해서도 잠시 되돌아보도록 도와주는 책입니다. 여러분에게는 어떤 한자가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위로를 드리게 될까요? 이 책을 읽으시고 또 직접 한자를 써보기도 하시면서, 한자와 즐겁고 따뜻한 대화를 나눠보시기 바랍니다.
*신동욱 서울대학교에서 국사학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 역사학도의 길을 심각히 고민했으나 취업으로 방향을 정했다. 삼성 입사 후, 현재는 네이버 계열사에서 직장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여전히 역사를 무척 사랑하는 직장인이다. 틈틈이 역사 공부하며 깨달음을 얻고 글로 옮기는 것을 인생의 즐거움으로 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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