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예스24 미디어콘텐츠팀이 이주의 신간을 추천합니다. 서점 직원들의 선택을 눈여겨 읽어주세요. |
후지하라 다쓰시 저 / 박성관 역 | 사월의책
가장 위험한 세계는 아무것도 썩지 않는 세계
집안일 중에서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일을 제일 싫어하는 분 있는지? 음식물은 시간이 지나면 흐물흐물해지고 다른 색을 띄며 악취를 풍긴다. 그와 비교해 치즈와 김치는 사람들이 좋아한다. 손으로 집어도 좋고 냄새를 맡아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같은 부패이지만 인간에게 유용하게 된 부패 현상은 '발효'라 불리며 사람들에게 환영받는다. 하지만 부패는 다른 말로 하면 '분해'다. 분해되지 않은 것들은 언젠가 문제를 일으킨다. 저자는 기후 위기의 시대에 우리가 활성화해야 할 것은 생산력이 아니라 '부패력'이라며, 분해 현상을 주제로 생물학과 인류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를 고찰한다. (정의정)
정서경, 서유미, 홍한별, 임소연, 장하원 저 외 6명 | 돌고래
여기, 용맹한 투사들
『돌봄과 작업』은 일과 돌봄을 동시에 해내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다. 그 두 가지가 양립할 수 있는 건지 나 또한 궁금해 읽는 내내 제목을 곱씹었던 것 같다. 읽으면서 드는 막연한 생각은 '돌봄'이라는 단어가 쓸데없이 둥글둥글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돌봄'이라는 보드랍고 따뜻할 것 같은 착각의 이미지를 한 겹 벗겨 내면 이렇게 긴장감 가득하고 치열할 데가 없다. 좀 더 삐죽삐죽하고 거친 야생의 느낌을 주는 단어로 대체되길 바란다. 그만큼 이들의 돌봄 노동은 양육이라는 링 위에 던져진 투사같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땀을 흘린다. 그것도 중간에 기권이란 없는 싸움인 것을 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실로 놀라운 것은 '돌봄'보다 '작업'이란 단어에 더 치열함이 있다는 것이다. 제한된 상황에서도 '나'를 챙기고 일을 해내 가는 그들은 각자 처한 환경이 다르지만 결국에는 비슷한 맥락의 가치와 행복을 찾아 나간다. 겪어보지 않은 나로서는 다른 세계의 이야기 같지만 또 마냥 멀리 있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았다. 서로를 위한 존중과 연대가 느껴지는 글들을 보며 우리 엄마도 이런 기분을 느꼈겠구나, 아직도 가끔 나를 아기처럼 바라보는 그녀에게 나를 돌봐줘서 고맙다며 격려의 말을 한 번 더 건네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이수빈)
안토니오 그람시 글 / 비올라 니콜라이 그림 / 이민 역 | 이유출판
연민과 경이를 만나는 그림책
"아이들이 모이는 일요일이면 할아버지는 가엾은 말에게 가짜 꼬리와 귀를 달아 주었어. 동네 개구쟁이들이 말을 놀리지 못하게 하려고 말이야." 어린이 독자가 이 문장을 읽으면, 어떤 생각을 할까? 어른 독자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다. 『여우와 망아지』는 이탈리아의 사상가 '안토니오 그람시'가 생전 아들에게 들려준 이야기에 그림을 그린 작품이다. 화가 '비올라 니콜라이'는 그람시의 노트를 모아 출간한 『감옥에서 보낸 편지』 가운데 「여우와 망아지」를 읽고 감명을 받아 오랜 시간을 투자해 작품을 완성했다. 비올라 니콜라이는 "그람시가 역사를 서술하는 특별한 방식을 깨닫고 이를 존중하는 의미로 색채 사용도 몇 가지로 제한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하나의 이야기가 생기를 갖는데 그림이라는 장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하는 걸작이다. (엄지혜)
세라 망구소 저 / 양미래 역 | 필로우
매일 사라지는 시간에 불안을 느낀다면
세상은 일기를 쓰는 사람과 쓰지 않는 사람으로 나뉘지 않을까? 세라 망구소는 25년간 매일 일기를 썼고, 일기 쓰기에 관한 글인 『망각 일기』를 남겼다. "어떻게 일기를 꾸준히 쓸 수 있죠?"라는 물음에 작가는 대답한다. "저는 일기를 쓰지 않는 편이 더 힘든 걸요." 그에게 일기 쓰기는 매 순간이 감당하기 벅찰 때, 어떻게든 삶을 건져내기 위하여 하는 습관이다. 하지만 인간은 모든 삶의 순간을 기억할 수는 없어서, 마치 뜰채로 물을 뜨려는 시도와도 같이 번번이 미끄러진다. 하지만 이 작은 책 안에서도 변화는 감지된다.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작가는 "엄마가 된 나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시간을 살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그는 이제 삶의 모든 순간을 기억하려는 강박에 휩싸이기보다, 필멸과 망각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시간과 기억이 위계에서 풀려날 때 우리에게 떠오르는 간명한 진실. 중요한 건 계속 쓰고 있다는 것, 존재한다는 것. (김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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