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 "이것은 과학의 문을 열어주는 책"
이미 깊이 있는 책들이 워낙 많잖아요. 저는 문을 열어주면서 저 안에 들어가면 좋은 게 아주 많다는 얘기를 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글ㆍ사진 신연선
202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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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커뮤니케이터이자 유튜브 <안될과학 Unrealscience>의 진행자 궤도는 자신을 찾는 곳이라면, 과학을 얘기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간다. 과학이 얼마나 경이로운지, 과학자가 얼마나 멋진지에 대해 어떤 계기를 통해서든 전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이다. 과학이라는 경이로운 세계의 문은, 한 번이라도 열린다면 그 뒤로는 이 세계를 거듭 찾게 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궤도는 자신의 일을 그래서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일'이라고 말한다. 

『과학이 필요한 시간』은 궤도 작가가 인공 지능, 딥 러닝 같은 과학의 최신 원리는 물론 양자 역학, 표준 모형처럼 가장 현재의 과학 이론 그리고 기억, 노화, 죽음 같은 방대한 개념들을 과학의 시선으로 읽어낸 책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지식들 앞에서 돌아서는 사람들을 향해 손짓하고, 그 문 앞에서 편한 언어로 문 안쪽의 세계를 설명하는 그는 이를 통해 과학이 문화의 영역으로 들어와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것이 되었으면 했다. 그러니까 '과학이 필요한 시간은 우리의 모든 순간'인 것이다. 



문화로 즐기는 과학

어떤 내용을, 어느 정도나 담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하나의 챕터만 해도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가 가능한 수준의 지식들을 담고 있잖아요. 

그렇죠, 저도 과학 대중서를 많이 읽는데요. 정말 좋은 책들이 많아요. 깊이 있는 책들도 많고요. 그럼에도 여전히 과학 대중서에 어려운 측면이 조금 있습니다. 저는 '문을 열어 주는 책'을 목표로 했어요. 그러려면 재미가 있어야 했고요. 특히, 문을 열어 주려면 키워드가 남아야 하거든요. 그래야 대중들이 그 키워드를 바탕으로 다른 책이나 콘텐츠를 찾아보게 되니까요. 그게 핵심이었어요. 챕터마다 계속해서 새로운 키워드가 등장을 하는 이유예요. 문을 열어 주면서 저 안에 들어가면 좋은 게 아주 많다는 얘기를 하는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그렇다면 책을 쓰실 때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독자가 명확했겠어요. 

우리가 어릴 때는 과학을 문화로 접해요. 그냥 재밌고, 즐거운 것으로 과학을 만나거든요. 그런데 중고등학교 시절을 지나면서 과학을 문화로 접하지 못하고, 성취도를 평가하는 잣대로써 접하게 됩니다. 과학에 상처도 많이 받고요. 일부 학생들은 그 안에서도 과학에 빠져들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에게는 더 이상 과학이 문화가 아니게 돼요. 사실 영화나 음악은 계속 문화로 접하잖아요. 덕분에 성인이 돼서도 꾸준히 즐길 수 있어요. 하지만 청소년기에 과학은 문화에서 떨어져버리죠.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그렇게 떨어져 나간 대중들을 다시 문화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다시 과학을 문화로 즐길 수 있는 상황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으니까요.

이해하기 쉽지 않은 과학 지식들을 재미있는 비유들을 다양하게 사용해서 설명하잖아요. 방금 '문을 열어 주는 책'이 목표였다고 했는데, 그 이유였군요? 

비유는 제가 늘 고민하는 거예요. 어떻게 비유할 것인가를 항상 고민하죠. 그냥 TV를 볼 때나 영화를 볼 때, 광고 하나를 볼 때도 이것을 어떻게 과학 지식에 비유로 써먹을지 계속 생각하고요. <미스터 트롯> 같은 프로그램을 볼 때도 '임영웅' 이분을 어떻게 비유할 수 있을까 생각해요.(웃음) 아이돌을 보거나 예능을 볼 때도 이 상황이 과학의 무엇과 연결되지 않을까, 항상 고민하고 메모해서 아예 습관이 됐어요. 이제 저는 문화를 공부하거든요. 지금 어떤 가수나 배우가 인기 있는지, 어떤 드라마나 영화를 대중이 좋아하는지 이해하고, 대중이 지금 가장 많이 쓰는 언어를 써야 하니까요. '뉴진스'를 얘기하면서 과학을 말하면 그것만으로 몰입이 되잖아요. 이런 게 아주 중요해서 문화를 공부할 필요를 늘 느끼고요. 노력하고 있어요.

표준 모형을 치킨에 비유해서 설명한 부분이 생각나네요. 아주 흥미로웠어요. 

치킨 비유는 제가 정말 많이 쓰는 거예요.(웃음) 일단 치킨이 친숙하잖아요. 사실 표준 모형이라는 용어 자체가 어색해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분도 계실 거고요. 그럴 때 저는 이것을 치킨과 디핑 소스로 비유하면 되겠다, 생각하는 거죠. 치킨 종류가 과거에는 양념, 프라이드 딱 두 개였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정말 많아요. 표준 모형도 마찬가지거든요. 예전에는 두 개뿐인 줄 알았지만 입자들이 사실은 이렇게나 다양하다, 우리 세상의 근간을 이루는 것들이 이렇게나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라는 것을 치킨으로 비유해서 보여주니 훨씬 이해가 돼요. 그런 측면에서는 만약 과학에서 반을 딱 나누는 게 된다고 할 때면 짜장면, 짬뽕 비유를 잘 하곤 합니다. 그렇게 비유하면 되게 좋더라고요. 



이해하려는 노력이야말로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게 인공 지능인데요. 인공 지능에 대해 막연히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하면서 '인공 지능은 우리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32쪽)고 말했어요. 

새로운 무언가가 등장하면 사람들은 일단 공포심을 갖습니다. 이게 도대체 우리에게 어떻게 작용할지 모르니까요. 과거에 자동차가 개발됐을 때도 그랬어요. 사람들은 자동차가 사람을 죽이지 않을까 두려워했죠. 그러나 이제는 자동차가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잖아요. 실제로 자동차로 인해 사람들이 사고를 당하기도 하지만, 그러한 사고는 말을 탈 때도 있었어요. 지금 전기 차라는 새로운 것이 나오고 있는데요. 배터리가 폭발하는 거 아닐까, 사고가 나면 문이 안 열리는 거 아닐까, 수소 차의 경우 수소가 폭발하는 거 아닐까, 걱정할 수 있어요. 이런 고민들은 새로운 개념이 나올 때마다 있을 거예요. 중요한 건 시간이 지나 그때의 공포심을 넘어설 만한, 인간 세상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이 발견된다는 사실 같아요. 

저는 이런 부분을 대중에게 충분히 설명하면 다가올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해요. 막연한 공포심만 가지는 것이 아니고 말이죠. 인공 지능에 대해서도 우리에게 위협되는 부분과 우리가 유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부분 등을 미리 알고, 대비하는 게 중요한 이유예요. 그것을 바둑을 마치고 꼭 복기해야 하는 것과 같다고 책에 썼는데요. 그러지 않으면 자칫 기술을 맹신하게 되기도 하거든요. 그런 부분은 경계를 해야죠. 결국, 가장 인간적인 모습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 같아요. 인과 관계를 명확하게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과학자들이 늘 해오던 것이기도 해요.

새로운 것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것도 중요하겠죠. 인공 지능에 인간 사회의 편견이 들어가는 문제도 큰 뉴스가 되었잖아요. 

인공 지능이 학습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단점까지 학습을 해버리는 문제였는데요. 중요한 건 그래도 생존해야 한다는 겁니다. 찰스 다윈이 이런 얘기를 했어요. "강한 종이 생존하는 것도 아니고, 가장 똑똑한 종이 생존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살아남는 종은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종이다." 변화가 안 일어날 수는 없어요. 더구나 이제는 모든 변화에 가속도가 붙은 상황이죠. 여기에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빠르게 우리도 변화하고, 빠르게 우리가 맞추어 나가야 할 거예요.

작가님은 과학의 가장 큰 매력을 '자연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 새롭게 던질 수 있는 질문들에 대한 기대감으로'(186쪽) 나아가는 것으로 꼽기도 했어요. 

물론 두렵다는 감정도 생존에 유리한 것이에요. 두려운 감정이 생기면 일단 피하거나 극복하거나 여러 아이디어를 내고 집중할 수 있게 되니까요. 무서운 것을 맞닥뜨렸을 때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는 것도 결국 빠르게 피할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어주는 거거든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려워만 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저는 늘 두려움과 함께 변화해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작가님이 과학에 평생 관심을 갖고, 심지어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도록 한 과학의 매력은 무엇이었나요? 

잠에서 깨어나기 전에는 이해할 수 없어요. 그런데 일단 깨어나고 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과학 자체가 갖고 있는 특성이 그래요. 굉장히 호기심을 자극하죠. 저는 인류의 마지막으로 채워지지 않은 갈증을 지적 갈증이라고 생각해요. 수많은 갈증이 있고, 그 갈증을 다 채우고 싶은 욕망이 있는데요. 욕망이 어느 정도 채워져도 이상하게 남는 갈증이 있어요. 그걸 저는 지적 갈증이라고 봐요. 그런 측면에서 과학을 통해 지적 갈증을 해소하는 순간이 너무 짜릿한 거죠. 예를 들어 볼게요. 어느 정도 사회적인 성공에 이르거나 성취를 이뤄도 뭔가 아직도 채워지지 않았다는 걸 느낄 때가 있잖아요. 인류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궁금해할 수 있고요. 바로 그 순간이 지적 갈증의 순간일 텐데요. 그때 과학이 엄청나게 짜릿하게 다가올 수 있어요. 



과학 커뮤니케이터의 역할

인공 지능, 양자 컴퓨터, 중력파와 끈 이론까지. 책에 소개한 다양하고도 현재 진행형의 생생한 지식들 가운데서 작가님이 특히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너무 많아요. 사실 과학이라는 콘텐츠를 축구로 비유한다면 과학자들은 땀을 흘리면서 연습을 하고, 경기에 나가서 축구를 뛰는 선수들이에요. 선수들이 경기를 뛰면서 골을 만드는 모든 콘텐츠가 아름답고 경이롭죠. 그분들이 없으면 축구라는 스포츠는 아예 없어요. 그런데요. 대중이 축구에 관심을 갖게 되는 데에는 해설자, 캐스터의 역할도 커요. 그분들은 땀 흘리며 경기를 뛰는 선수들의 움직임에 스토리텔링을 하잖아요. 

방금 저 골이 얼마나 의미 있는 것인지, 통산 몇 호 골인지, 저 슛을 하기 위해 선수가 얼마나 오랜 시간 훈련을 했는지 등의 이야기를 들으면 대중은 큰 감동에 빠져요. 덕분에 축구장에 더 많은 관람객이 오게 되고, 축구라는 산업 자체가 커지고, 선수의 몸값이 올라갑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것이 더 좋다, 저것이 더 좋다, 말할 수 없는 게 과학 기술 같고요. 대신에 저의 활동이 결국 과학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할 뿐이에요. 모든 분야가 다 소중하고, 모든 분야들에 대중들이 많은 응원을 해줘야 하니까요.

'과학자들에 대한 응원이 계속 멈추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123쪽)라는 문장도 있었죠. 

대중의 응원이 없으면 예산과 인력은 투입되지 않아요. 과학 기술은 항상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거든요. 어렵고 힘들어도 극복해내는 분들이 과학자들인데 이분들에게 부족한 게 참 많은데요. 과학자들의 노력에 크게 의지하는 것이 지금 우리나라의 과학 기술 상황이니까 최소한 이분들께 힘을 실어줄 방법을 생각해보는 거예요. 그건 결국 대중의 응원입니다. 대중이 어떤 분야에 대해 더 잘 알고, 그 분야를 더 관심 갖고 지켜보면서 기회가 올 때마다 그 분야에 더 많은 세금을 쓰라고 목소리 내주는 것, 그것이 굉장한 도움이 될 겁니다. 적어도 사명을 갖고 노력하는 과학자들에게 응원이 닿을 거고, 그러면 더 큰 힘을 낼 수 있겠죠. 저는 과학에 실패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종종 실패라고 정의되는 것들이 있어요. 그럴 때 과학자들이 용기를 잃지 않고, 숭고한 행위를 멈추지 않을 만한 무언가를 대중이 줘야 해요. 저는 그걸 생각하고 있어요.

미국에서도 많이 일어났었던 일이잖아요. 과학 연구에 들어가는 예산에 의문을 갖고, 급한 것은 지금 이 지구 안에 일어나는 일이라면서 연구의 발목을 잡기도 했고요. 

저도 그게 너무 신기해서 미국에 가서 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요. 한 할머니 인터뷰를 했는데요. 이렇게 많은 돈을 우주 산업에 쓰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냐, 그랬더니 그분이 "내 세금은 그런 데 쓰라고 주는 것"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우주 산업은 오직 미국밖에 할 수 없다면서요. 그러니까 국가의 과학 기술에 자부심이 있는 거죠. 이게 과학 기술을 바라보는 대중의 태도거든요. 

과학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히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게 아니라 대중이 과학 기술에 대해 갖고 있는 태도를 바꾸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 할머니의 경우처럼 우주 산업은 우리밖에 할 수 없고, 그렇다면 이것을 우리가 반드시 해내야 된다는 태도를 갖기까지 얼마나 많은 과학자와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이 미국에서 노력했을지 생각하게 됐어요. 칼 세이건을 비롯해 그의 뒤를 잇는 수많은 과학자와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말이에요. 그게 너무나 부럽죠. 



과학은 사랑입니다

한편으로는 과학이 어느 탁월한 과학자 한 명이나 특정 국가에 의해서만 진보한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인류 공동의 작업이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도 굉장히 감동적이었어요. 

사실 과거에는 안 그랬어요. 과거에는 1인 체제가 가능했어요. 혼자 조용히 논문 쓰고, 일부러 발표하지 않다가 완벽히 준비가 됐을 때 발표하시는 분도 계셨고요. 물론, 지금도 그럴 수는 있는데요. 지금은 기본적으로 그렇게 해서는 속도를 따라가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죠. 과거에는 소통이 전혀 되지 않아도 탁월한 업적을 낼 수가 있었다면, 지금은 협력 연구가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됐고요. 연구자들끼리의 소통, 결국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어요. 과학자들이 과학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되는 이유가 또 늘어난 거죠.

그것은 각 분야의 연구들에서 성과가 많이 발견된 이유이기도 할까요? 

그렇죠, 이제 수많은 과학적 기반들이 밝혀졌어요. 그런데요. 그 맥락에서 앞으로 새로운 것이 발견이 된다면 상상도 못할 정도의 거대한 발견인 경우가 많을 겁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협력이 필요한 일이기도 한 거예요. 과거에도 많은 걸 했지만 지금처럼 자율 주행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코딱지만 한 핸드폰으로 모든 걸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잖아요. 이건 수많은 과학자와 공학자,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협력을 해서 만들어낸 거죠. 마찬가지로 이런 변화들이 계속 올 거고요.

지금은 달에 관광을 가는 시대가 열릴 거란 기대도 할 수 있고, 아예 거주하려고 하잖아요. 화성에도 콜로니를 만들자는 말도 하고요. 이것들은 과거의 과학자들이 기반을 닦아 놓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요.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타는 수많은 과학자들이 계속 생기는 양상과도 같은 거죠. 그들이 해야 되는 일은 더 어려워졌지만, 그렇게 협력해서 내는 성과는 더 위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앞서 과학에서 실패는 없다고 말씀하셨고요. 책에서는 과학에서의 실패를 '목적지로 오르기 위한 비상계단'(255쪽)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어요. 

우리는 성공을 향해 가고 있는 거죠. 과학의 모든 과정이 그래요. 실패라는 것은 그 자리에 주저 않는 것이지, 어쨌거나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 모든 행위는 성공입니다. 실패할 게 두려워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이 진짜 실패예요. 예를 들어 누리호 1차 발사를 생각해보세요. 목표한 궤도에 도달하지 못했다, 마지막 엔진의 추력이 부족했다, 이런 뉴스가 나왔죠. 이걸 보고 누군가는 실패했네, 내 세금 날아갔네, 말하기도 했어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우리는 한 가지 옵션을 시도한 거예요. 이런 상황은 무조건 있을 수 있는 거고요. 그 덕분에 실제 유인 탐사를 할 때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거예요. 이 문제를 우리가 알고 있었으니까요. 이 모든 과정이 경험치를 쌓는 과정인 거고, 그러니까 절대 실패가 아닙니다. 오히려 실패했다면서 예산을 삭감하고, 인력도 줄이고, 나아가 더 이상 이런 기술에 도전하지 않고, 우주 산업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멈추는 게 완벽한 실패죠. 그렇지만 우리는 멈추지 않죠. 계속 나아갑니다. 왜냐하면 국민들이 응원을 하고 있으니까요.

작가님은 '과학은 사랑입니다'라는 문구를 담아 사인을 하곤 하시잖아요. 왜 사랑인가요? 

우주는 너무 외로워요. 우리가 지구라는 곳에서 아등바등하며 살아서 그렇지, 실제로 이 광활한 우주에 우리밖에 없거든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지구와 같은 곳도 빛의 속도로 42년을 가야 해요. 이토록 외로운 우주에서, 그 중에서도 이 조그마한 태양계 시골에서 우리끼리 버티면서 외로움을 견딜 수 있는 방법은 사랑뿐이죠. 세상에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무언가를 흠잡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서 나의 이득을 취하고, 그래서 다른 사람을 밟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이런 행위들이 과연 이 우주를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까 생각해보게 돼요. 제 생각에 우주를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유일한 힘은 사랑입니다. 그 외에 어떤 것도 이 우주를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진 않아요. 결국, 재구조화 돼서 우주의 먼지가 될 뿐이죠. 그래서 '과학은 사랑입니다'라는 말을 늘 적고 있어요.

 


*궤도

과학 커뮤니케이터. 유튜브 과학 채널
<안될과학 Unrealscience>의 진행자. 연세대학교 및 대학원,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천문우주학을 공부하고, 청와대 과학 기술 분야 정책 자문위원과 서울예술대학교 겸임 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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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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