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 요즘 혜민님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앱이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웹사이트는 어디인가요?
이혜민 : 단연 인스타그램이에요. 하루 4시간씩 들어가고요. 그 다음은 유튜브 관리자 계정이요. 아무래도 일 때문인데요. 이번 주에 올렸던 영상 반응도 보고 댓글이랑 순위도 보고요. 달력 앱이나 메일 앱도 수시로 보는 것 같아요.
김상훈 : 저는 아마 길티 플레져들이 밝혀질 것 같은데요. 우선 저도 인스타그램 정말 많이 들어가고요. 그 다음에 배달 음식을 자주 먹기 때문에 배민도 자주 들어가고, 점신 같은 운세 앱도 많이 들어가고, 오늘의집이나 당근마켓도 자주 들어가요. 사실 오늘 산책길과 관련된 질문이었는데요. 오늘 산책길은 '요즘 것들이 기꺼이 중독된 세계'입니다. 문화적 측면에서 요즘 것들이 가장 매달리고 많은 시간을 보내고 욕망하는 것들을 살펴보는 길이에요.
이혜민 : 오늘은 어떤 지도가 있나요?
김상훈 : 이번 지도는 오늘 소개할 책의 목차를 설명하는 것으로 대신할게요. 어쩌면 이 목차 속 각 챕터의 제목들이 요즘 것들의 중독 지도라고도 할 수 있을텐데요. 첫 번째는 '갓생'. 미라클 모닝, 리추얼, 루틴 등을 말하죠. 두 번째는 '배민맛'. 현대인의 필수 MSG는 자극적인 배달 음식이라고 할 수 있죠. 세 번째는 '방꾸미기'인데요. '오늘의집' 열풍과 '이케아' 등의 조립 가구 유행을 말해요. 집은 못사도 인테리어는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시대의 단면이죠. 네 번째는 '랜선 사수'예요. '퍼블리', '캐릿', '롱블랙' 등 일잘러가 되기 위한 지식과 교양을 돈 내고 가르쳐주는 서비스와 뉴스레터 등을 말해요. 다섯 번째는 '중고 거래'. '당근마켓' 등의 서비스로 물품을 사고 파는 것이 일상이 되었죠. 자발적 판매 노동을 하면서 동네 친구까지 사귈 수 있는 마켓이에요. 여섯 번째는 '안읽씹'이에요. 이제는 톡포비아 시대인데 너무 많은 대화, 너무 많은 메시지와 응답의 압박을 가리키죠. 일곱 번째는 '사주 풀이'. 나를 위로해줄 새로운 대안 종교로서의 사주와 MBTI를 말해요. 여덟 번째는 '데이트앱'인데요. 이것도 이제 정말 보편화되었죠. 화면을 스와이프하며 데이트 상대를 찾는 것이 새로운 문화가 되었어요. 마지막으로, '좋아요'예요. 관심 경제, 퍼스널브랜딩 시대의 자기 연출, 영업, 홍보는 좋아요를 중심으로 이루어지죠.
이혜민 : 각각 다 할 얘기가 엄청 많은 주제들인데요. 오늘의 책은 어떤 책인가요?
김상훈 : 좀 전에 말한 '요즘 것들 중독 지도'가 잘 그려진 책이에요. 제목은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이고, 부제는 '환상적 욕망과 가난한 현실 사이 달콤한 선택지'예요. 현재를 사는 우리들이 요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소비하고 중독된 문화들 아홉 개를 뽑아서 이야기하는 책이에요.
이혜민 : 저자는 어떤 사람인가요?
김상훈 : 도우리 저자는 칼럼니스트이자 프리랜서 작가예요. <한겨레21>, <닷페이스>, <미디어스> 등의 매체에 글을 써왔다고 하고요. 책 말미를 보면, <한겨레21>에서 주최한 르포 작가 공모전이란 것에 선정되어 이 기획을 연재했고, 그것이 묶여서 이 책이 나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어요. 필력이 대단하고 무엇보다 유머가 넘쳐서 공감하면서, 웃으면서 볼 수 있어요. 앞으로 써낼 글과 책들 역시 기대되는 작가예요. 요즘 작가답게 책에 인스타 계정도 공개되어 있어서 팔로우했어요.
이혜민 : 구체적으로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나요?
김상훈 : 앞에 이야기한 중독 지도 중에서 혜민님이 가장 관심 있다고 한 것이 '방꾸미기'였죠? 이 챕터는 도우리 작가가 자신의 방에서 '마켓비' 브랜드의 3단 화이트 철제 선반을 보고 못생겨 보인다고 하는 이야기로부터 시작해요. '마켓비'는 '이케아'와 유사한 디자인, 유사한 이름을 보이는 조립 가구 브랜드잖아요? 도우리 작가는 결국 그 책장을 '당근마켓'으로 팔고 원목 책장을 구입해요. 그런데 이런 마음이 생기는 거죠.
'옷 챙겨 살 돈도 없는데 방 예쁜 것까지 신경 써야 한단 말이야?'
요즘 것들의 방꾸미기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앱은 바로 '오늘의집'이죠. '누구나 예쁜 집에 살 수 있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는 플랫폼인데요. 거기만 들어가면 주눅이 듭니다. 다들 어찌나 이렇게 예쁘게 꾸미고 사는지요. 그리고 나도 갖고 싶어지죠. 체리색 몰딩, 노란 장판, 꽃무늬 벽지 대신 모듈 선반, 몬스테라, 루이스 폴센 조명 등을요. 작가는 왜 다들 이렇게 인테리어에 진심이 되었나 분석하는데요. 사실 요즘 것들의 주거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면 악화됐지 좋아지지 않았잖아요. 집 사는 건 말도 안되고 높아지는 임대료에 탈서울까지 하는 상황이고요. 하지만 내부를 꾸미는 욕망은 다양하게 부추겨지고 있어요. 오늘의집뿐 아니라 유튜브에서도 다양하게 자신의 취향대로 집을 꾸미는 사람들의 모습이 전시되고 우리는 그것을 따라하게 돼요.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키워드도 소비를 합리화시키고요.
"내 집 마련은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인테리어는 어느 정도 손볼 수 있다. 누구나 집을 살 수는 없어도 누구나 예쁜 집에 사는 건 상대적으로 허들이 낮으니까."
그러면서 좀 더 정치적, 경제적인 방향으로 현상을 짚고 있는데요.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이케아를 분석적으로 살핍니다. 이케아는 '인테리어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표방한대요. 값싼 가구를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민주주의의 가치를 설파한다는 거죠. 하지만 여기에는 소비자가 직접 조립 기사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과 아시아권 국가에서 착취한 노동력과 합법적 탈세 덕분에 저렴한 가격이 책정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은폐되어 있죠. 더불어 SNS를 통해 우리가 취향과 능력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욕망에 인테리어는 도구가 되고 있다는 사실도 짚어요. 저 역시 인스타그램에 제가 큰 맘 먹고 산 조명이나 턴테이블이 잘 걸리게 사진을 찍어서 올리게 되더라고요. 웃긴 건 그 조명이랑 턴테이블 실제로 잘 사용하지도 않아요.
마지막으로 도우리 작가는 이러한 '우아한 가난의 시대'에 의문을 표해요. 오늘의집 플랫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 두개 유행 아이템을 넣었을 뿐인 조악한 이미지의 방들이 우리의 현실이고요. 이 아이템들 모두 그저 한때의 유행일 뿐이라 할 수 있어요.
"인테리어 민주주의가 내세우는 평등이란 몰취향에 가깝지 않을까? 쥔 예산만큼 갖출 수 있는 디자인은 정해져 있으니까. 나는 '체리색 몰딩, 노란 장판, 꽃무늬 포인트 벽지'에서는 벗어났지만 '몬스테라, 엘피턴테이블, 투명 모듈 선반'이라는 또 다른 공식으로만 옮겨왔을 뿐이다. 주황빛 버섯 모양의 루이스폴센 조명은 유행이 조금 지나길 (그래서 당근마켓에 올라오길) 기다려야 한다. 물론 그때라면 꽃무늬 포인트 벽지 옆 옆 칸 즈음에 놓여 인테리어 역사 박물관에 전시돼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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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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