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계발 특집] 자기 계발서는 죄가 없다 - 오키로북스 김경희 작가
자기 계발서의 쓸모는 무엇일까? 다양한 자기 계발 워크숍을 진행하는 서점 '오키로북스'의 작가 김경희가 살짝 공개했다.
글ㆍ사진 김경희(작가, 경영인)
2022.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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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늦은 오후 서울의 어느 카페 구석 자리. 30대 여자와 남자가 서로 어색하게 마주 보고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남자가 여자에게 물었다.

"작가라고 들었는데 혹시 어떤 책 쓰셨어요?"

여자는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재빨리 화제를 돌린다.

"아... 저는 제 이야기를 주로 써요. 혹시 책 좋아하세요?"

"네! 자기 계발서 좋아해요."

여자는 최대한 자신의 책 이야기를 하지 않기 위해 남자에게 질문한다. 남자는 요즈음 자신이 읽고 있는 자기 계발서를 신나게 소개한다. 배울 게 많고, 동기 부여가 된다는 말을 덧붙이며. 남자의 말에 여자는 확신했다. 두 사람은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거라는 걸.

여자는 남자가 읽고 있다는 자기 계발서를 이미 다 읽었다. 그뿐인가? 매주 서점 자기 계발 카테고리에서 어슬렁거리며 신간을 수집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어디서든 "저, 자기 계발서 좋아해요"라 말하지 않는다. 개인 SNS에서도 동료 작가들의 신간, 문학과 인문학 그리고 경영서만 읽는 척한다. 그 이유는? 자기 계발서는 안 멋지니까!

그 누구보다 자기 계발서에 돈을 많이 쓰고 있지만, 자기 계발서는 안 멋지다고 말하는 이 모순은 무엇인가? 친구들과 놀 거 다 놀면서 밤에 잠 줄이고 공부해서 기어코 올 A를 받지만, 공부하는 티는 절대 내지 않는 하이틴 무비의 주인공과 다를 게 없다. "부자도 되고 싶고, 성공하고 싶어서 자기 계발서 엄청나게 읽어요!"라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는 나란 사람. 나와 달리 솔직하게 자기 계발서를 좋아한다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지 못하는 나, 문제 있나? 아니다! 이건 다 자기 계발서를 바라보는 세상의 편견 때문이다.

"자기 계발서에서 하는 말은 다 뻔해."

그렇다. 다 뻔한 말이다. 어쩜 세상의 모든 자기 계발서 작가들은 한 명의 1타 강사에게 배운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똑같은 말을 한다.

"일찍 일어나세요", "운동하세요", "공부하세요", "독서하세요", "글쓰기는 중요합니다", "시간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자신을 믿으세요", "한계는 없습니다", "할 수 있습니다" 등등 하나같이 다 뻔한 말이다. 하지만 바꿔 생각해 보면, 누구나 다 아는 뻔한 걸 실천만 해도 각자가 생각하는 성공의 근처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저런 뻔한 말 말고, 내가 모르는 숨겨진 성공의 방법이 있을 거야!'라 생각할 시간에 자기 계발서를 읽고 시도한 사람은 몇 명일까? 다수의 자기 계발서에 따르면 습관이 되려면 66일은 걸린다는데, 일주일이라도 지속한 사람은 몇 명일까? 역시나 실천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이기 때문에 여전히 자기 계발서의 편견은 유효하다.



그럼 나는 왜 자기 계발서 편에 있는 걸까? 그것은 바로 함께 일하는 동료의 변화를 가까이서 지켜봤기 때문이다. "자기 계발서를 왜 읽어? 돈과 시간 낭비라고!" 버릇처럼 말하던 동료가 어느 날 『타이탄의 도구들』을 읽기 시작했다. 물론 혼자였으면 절대 읽지 않았을 텐데, 참여하고 있는 독서 모임의 도서로 지정되어 별수 없었다. 읽으면서도 "성공한 사람들은 다 금수저라니까? 게다가 학벌이 좋다니까!"하며 불신을 감추지 못했지만, 독서 모임 운영자로서 모범을 보이겠다며 성공한 사람들의 습관을 하나씩 따라 했다. 

"성공한 사람들은 다들 아침형 인간이더라고" 

새벽 4시까지 휴대폰을 붙잡고 있던 사람이 조금씩 취침 시간을 앞당겼다. 그러고는 기어코 밤 10시에 잠들어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는 사람이 됐다. 

"성공한 사람들은 아침에 신문도 읽고 독서하면서 공부하더라고"

그는 매일 읽고 공부했다. 동료는 하나씩 성공한 사람들의 습관을 따라 하며 자기의 습관으로 만들더니 돈도 벌고, 심지어 모으고 불리기까지 했다. 지각을 일삼고 카드값에 허덕이던 모습은 어디로 간 거지? 습관이란 게 이렇게 무섭다니! 지난 3년간 동료의 변화를 보며 덩달아 나도 동료의 습관을 따라 했다. 자기 계발서를 읽기 시작했고 책에 나온 걸 하나씩 시도했다. 그래서 어떤 변화가 생겼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게 됐고, 꾸준히 운동하며, 매일 읽고 쓰고 공부하며 산다. 안타깝게도 아직 성공 전이라, 1타 강사를 만나지 못해 자기 계발서를 쓰진 못했다. 다만, 확실한 건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변하는 나의 모습에 내가 만족하고 있다는 것. 게다가 통장의 잔고도 꽤 늘었다. 그렇다! 자기 계발서는 안 멋진 게 아니었다. 자기 계발서를 읽고 실천만 한다면, 이보다 더 멋진 건 없다.

물론 종종 자기 계발을 하지 않고,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놀며 여유롭게 사는 걸 꿈꾼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적당함으로는 안락한 미래를 그릴 수 없다. 세상에 나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뿐이다. 작년 재테크 책에 이어 올해 자기 계발서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건 단순 유행이 아닌, 각자의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닐까? 개인의 노력으로만 살아가야 하는 안 멋진 사회에서, 개인의 노력을 강조하는 안 멋진 자기 계발서를 읽는 게 조금은 씁쓸하다. 하지만 동료의 변화와 그 변화로 인한 내 변화를 경험하니,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할 미래를 그려보는 건 꽤 짜릿한 일이다. 그러니 오늘 뭐라도 해보자. 어쩌면 그 뻔한 말들이 만족스러운 삶을 선물해 줄지 모른다. 

그리고 이제 솔직해지자. 나는 자기 계발서를 좋아하는 남자가 싫은 게 아니다. 자기 계발서는 죄가 없다. 지금껏 착한 사람이 좋다고 말했지만, 아니다! 재밌는 사람이 좋다. 최근 1년간 가장 많이 산 책의 장르는 자기 계발서다. 에세이 쓰는 작가지만, 요즘엔 에세이보다 자기 계발서를 더 재밌게 읽고 있다.



*김경희 

'너구리'라 불리지만 사람. 두 번의 입사와 두 번의 퇴사 과정을 기록해 『회사가 싫어서』라는 독립 출판물을 간행했고, 백수이지만 좋아하는 일을 찾은 자신의 이야기 『찌질한 인간 김경희』를 썼다. 경기 부천의 동네 서점 '오키로북스'에서 일하며 책으로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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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작가, 경영인)

『찌질한 인간 김경희』등을 썼다. 동네 서점 '오키로북스'에서 일하며 책으로 소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