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계발 특집] 코로나19 이후 우리는 어떤 자기 계발서를 읽었을까?
불확실한 미래에 바이러스의 위협까지 더해진 시기. 불안의 내면을 가장 먼저 공략한 것은 성공에 대한 열망이었다.
글ㆍ사진 기낙경
2022.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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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_yiso

코로나19 전이든 이후든 우리는 여전히 정해진 시간을 살아가며 나름의 고군분투를 겪어내고 있다. 그 와중에 터득한 요령도 있을 것이고 폼 나는 수확을 거둘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먹고살 궁리는 필요하고 관계 속에서 헤매고 이런저런 통증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삶의 환경이 바뀌면서 우리들 역시 필요한 것과 희구하는 것이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자신의 인생에서 여전히 원하는 것과 새롭게 원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2020년부터 2022년 8월까지, 팬데믹 이후 월별 자기 계발서 10위 안에 든 책들을 키워드로 나눠보았다.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당신들의 성공 이유
#부자가 되고 싶어
#운과 운명의 사이



불확실한 미래에 바이러스의 위협까지 더해진 시기. 불안의 내면을 가장 먼저 공략한 것은 성공에 대한 열망이었다. 이전까지 강세를 보였던 '괜찮다', '충분하다'라는 위로의 말 대신 성공을 향한 고삐가 빠짝 당겨졌다. 성공학의 고전이 된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데일 카네기 자기관리론』이 계속해서 인기를 끌었고, 새롭게 성공의 전략을 알려주는 책들이 다수 출간되어 많은 호응을 얻었다. 『타이탄의 도구들』은 알랭 드 보통, 세스 고딘, 말콤 글래드웰 등 자기 분야에서 정상에 오른 '거인들'의 독창적인 성공 노하우를 담아냈다. 올 상반기의 베스트 자기 계발서였던 『웰씽킹』 역시 '부자가 되고 싶다면 부자의 생각을 체득하라'며 성공한 이들의 노하우를 알려준다.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 『12 1/2 부와 성공을 부르는 12가지 원칙』, 『보도 섀퍼의 이기는 습관』, 『10배의 법칙』 모두 성공의 사다리를 오른 이들의 자취를 따르며 나름의 원칙과 비법을 말하고 있다. 성공한 이들의 편력을 훑는 일은 한계가 없어서 지난 세기 부자들의 마인드셋을 정리한 『생각하라 그리고 부자가 되어라』와 한때 열풍의 주역이었던 『시크릿』도 다시 끌려 나왔다. 여기에 인생에도 게임처럼 공략집이 있다는 발상에서 시작된 『역행자』, 가난한 멘탈을 부의 멘탈로 바꿔야 한다는 『멘탈을 바꿔야 인생이 바뀐다』와 같은 최근의 베스트셀러들은 보다 확신에 찬 목소리로 성공의 비결을 역설하기도 한다. 

짐작하겠지만 오늘날의 성공이란 명예보다 돈에 더욱 가까이 가 있다. 추앙의 대상은 돈 많은 부자들이지 존경받는 빈자가 들어설 자리는 별로 없다. 『부자의 말센스』도 궁금하고, 부의 시크릿을 더하는 법칙(『더 플러스』), 부를 끌어당기는 매뉴얼(『백만장자 시크릿』), 세계의 1퍼센트만 알고 있는 부와 성공의 비밀(『밥 프록터 부의 확신』)도 필요하다. 그러나 부에도 품격이 있으며(『부의 품격』), 돈에 대한 인식도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보도 섀퍼의 돈』). 운에 관한 책도 다수 출간되어 성공을 거두었다. 2020년의 화제작 『더 해빙』은 누구나 부자가 될 자격을 가지고 태어났으니 '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는 힘'인 '해빙'을 통해 이를 쟁취하라고 말한다. 운과 운명의 작동 원리를 밝힌 『운의 알고리즘』, 7가지 법칙으로 내 안에 잠든 운을 깨울 수 있다고 말하는 『럭키』, 인생을 좋은 운으로 채우는 11가지 비법을 소개한 『그냥 오는 운은 없다』, 운의 레버를 당기는 MZ세대의 노하우가 담긴 『럭키 드로우』에서 알 수 있듯 성공과 돈의 연결 고리는 그것이 전적으로 운에 맡길 일인지 아니면 운을 개척하고 쟁취해야 하는지의 탐구로 이어졌다.


#루틴을 만들자
#습관의 힘
#미라클 모닝



자기 계발서에서 루틴을 만들고 습관을 쌓는 일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읽고 아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 첫 발걸음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상의 많은 부분을 집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는 코로나19 시기에 나름의 루틴을 정하고 시간을 관리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습관'하면 떠오르는 책이 되어버린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은 습관을 만들기에 앞서 자신에게 맞는 습관부터 찾으라고 강조한다. 저녁형 인간인데도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하루를 앞당길 생각은 하지도 말라는 것. 성향에 맞는 습관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고 이를 반복하면서 얻게 될 달콤한 효과를 제시한다. 저녁형 인간은 늘 있지만 새로운 아침 루틴 만들기로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삼고 싶어 하는 이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일찍 잠드는 습관으로 수면 사이클을 앞당기면 온전한 나만의 아침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하는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에 많은 독자들이 열광했고, 6분이 걸리든(『미라클 모닝』) 3초면 충분하든(『굿모닝 해빗』) 아침 습관 만들기는 하루를 맞이하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공부
#학습법



꼭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지만 집에서 할 만한 자기 계발 중 공부만 한 것도 없다. 해보지 않던 공부를 시작하거나 나름의 목적에 맞는 공부를 해야 하는 사람들도 늘었을 것이다. 배움 자체를 해부한 책(『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도 등장했지만, 훨씬 많은 책들이 속도의 효율과 목표 달성의 효과를 확실히 보장해 주는 공부법을 소개했다. '26살, 9개월 만에 사법 시험을 패스한 이윤규 변호사의 패턴 공부법'이라고 소개된 『나는 무조건 합격하는 공부만 한다』, 그리고 같은 저자의 또 다른 책 『공부의 본질』, 공부의 방향을 잡아 속도를 올려주는 『압축 공부』, 짧은 시간에 완벽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초학습법인 『울트라러닝, 세계 0.1%가 지식을 얻는 비밀』, 노력을 합격으로 바꾸는 14일 공부 습관을 알려주는 『절대 배신하지 않는 공부의 기술』 등이 그것. 벼랑 끝에 서 있다는 위기의식을 공부의 전략으로 삼으라는 『위기주도학습법』도 있다. 공부는 누구나 시작할 수 있지만 효과를 보고 싶다면 역시 기술이 필요해 보인다.


#어떻게 말할까?
#어른의 말
#말투도 고민이야



언택트로 소통하는 우리는 전보다 말하는 횟수는 줄었을지 몰라도 확실히 더 많은 타인의 말을 듣고 있다. 유튜브로도 듣고 오디오북으로도 듣고 팟캐스트로도 듣는다. 듣다 보니 궁금하다. 저들처럼 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코로나19 초반, 말을 화두로 성공한 『말 그릇』이나 『말센스』의 강세가 이어졌다. '모든 관계는 말투에서 시작'되는 것 같고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할 때도 제대로 말하기는 필요할 뿐만 아니라 '횡설수설하지 않고 정확하게 설명하는 법'도 알아야 하니 당연해 보인다. 

이제 우리는 말하기에 앞서 타인의 마음을 읽고 움직이게 하는 대화의 심리(『타인을 읽는 말』)를 터득하고 싶다. 생활의 영역에서 상처주지 않고 슬기롭게 말하는 기술도 익히고 싶다(『나는 왜 네 말이 힘들까』). 말투도 고민되고(『호감 가는 말투에는 비밀이 있다』, 『50의 품격은 말투로 완성된다』), 회사에서도 화상 회의 시간에 정확하게 의사 전달을 하고 싶다.(『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 『당신은 일을 못하는 게 아니라 말을 못하는 겁니다』) 꼰대로 비치기도 싫으니 출판계에 부쩍 많아진 '어른'이라는 키워드를 제목에 담은 『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 『어른의 문답법』, 『어른의 대화법』 역시 익혀두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왜 일할까?
#즐거운 나의 일
#김 부장들에게



'평생직장'이 지나간 말이 된 지는 오래다. 많은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즐기면서 일하고 싶어 한다. 당연히 왜 일을 하는지에 대한 질문(『왜 일하는가』『스타트 위드 와이』)이 중요하다. 일을 찾았다면 나다운 일의 방식을 찾아 유쾌하게 일하고 싶고(『프리워커스』), 이왕 시작한 일, 이메일 작성부터 엑셀 기본기까지 디테일한 팁(『눈치껏 못 배웁니다, 일센스』)을 탑재해 실무를 익혀야 한다. 물론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초생산성』)을 알고 일을 잘 맡기는 리더(『일을 잘 맡긴다는 것』)가 돼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이 분야의 자기 계발서 중 눈길을 끄는 책은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1·2』다. 알 만한 대기업에 다니는 김 부장의 현실판 직장 생활과 부동산 이야기를 그렸는데, 독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이어 웹툰, 드라마 제작까지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일하면서 자기 계발까지 챙겨야 하는 시대에 일과 관련한 자기 계발서는 공감과 필요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주제가 되었다.


#멘탈과 심리
#마음 챙김
#기분



성공의 사다리를 오르기 위해, 어떻게든 인생의 방향을 틀어 자기 계발의 길로 우직하게 나아가기 위해 가장 먼저 돌봐야 하는 것은 마음을 알고 챙겨서 관리하는 것 아닐까? 『멘탈의 연금술』은 자신이 가둔 한계를 뛰어넘어 단단한 '황금 멘탈'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고, 『유리멘탈을 위한 심리책』은 바로 '황금 멘탈'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마음 기술을 제시한다. 멘탈의 또 다른 얼굴은 잘 챙긴 마음과, 그 마음이 작동하는 심리의 면면일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상처 입은 내면 아이와 화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며(『내 안의 어린아이가 울고 있다』), 그런 자신과 마주해 깊이 명상하는 습관(『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 마음 챙김의 요령도 알아야 한다(『마음챙김』). 애써 갈고 닦은 마음은 함부로 사람에게 기대어 상처를 내지 않아야 하며(『힘들어도 사람한테 너무 기대지 마세요』), 기분 따라 행동하는 버릇으로 손해는 보지 말아야 한다(『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결국, 『성숙한 어른이 갖춰야 할 좋은 심리 습관』을 갖추는 것이 관건이다.


#화제성
#또 다른 자기 계발 기술들
#플랫폼 활용하기



『김미경의 리부트』『오은영의 화해』의 인기가 보여주듯 이름 자체가 브랜드가 되고 화제가 된 이들의 책은 자기 계발 분야에서도 단골 베스트셀러다. 고전과 인문학을 넘나들며 숱한 책의 주인공이었던 다산 정약용의 이름도 등장했는데 『다산의 마지막 습관』, 『다산의 마지막 질문』의 메시지처럼 유배지의 고독 속에서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그의 삶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자기 계발의 기술은 사소하고도 다양하다. 입으로만 변화를 외쳐서는 안 되고(『왜 아가리로만 할까?』) 당장 침대에서 일어나야 한다(『시작의 기술』). 왜곡되고 편향된 정보의 소음을 제대로 가려 듣는 것(『똑똑하게 생존하기』)도 기술이고, 내가 아는 지식을 제대로 정리하는 것(『한 줄 정리의 힘』)도 능력이다. 자기 PR을 넘어 개인 브랜딩 시대에 시선을 사로잡는 카피 문구를 알아두는 것(『무조건 팔리는 카피 단어장』)도 꽤 유효한 자산이다. 지치지 않고 용기를 부채질하며 행복하게 자기 계발을 하고 싶다면 운동은 필수(『움직임의 힘』), 있는 힘껏 혼자의 시간도 확보할 줄 알아야 한다(『지금은 나만의 시간입니다』). 

어쩌면 길을 잃고 헤매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그럴 때 차분히 수도자처럼 생각하면 더욱 좋겠지만(『수도자처럼 생각하기』)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의심하며 다시 생각해 볼 줄 알아야 한다(『싱크 어게인』). 언제나 길은 있다. 단순해 보이지만 꼭 해야 하는 일에 에너지를 집중하거나(『원씽』), 반대로 경계를 허물어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박식가가 되어도 좋다(『폴리매스』). 다만, 열정적으로 끈기를 발휘해야 한다(『그릿』). 

지난 3년간의 월별 순위 안에는 들지 못했지만 『소비단식 일기』『내돈 내산 내집』『사수가 없어도 괜찮습니다』는 카카오 브런치를 통해 출간된 자기 계발서들이다. 자기 계발서 탐독은 브런치 같은 플랫폼에서 글쓰기의 주요 주제가 되었고, 함께 읽고 나누는 흐름이 되었으며 온라인 클래스에서 배우는 공부가 되었다. 열망은 가득하고 함께 시작해 볼 이들도 많다. 자기 계발에 대한 세간의 오해나 편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성공을 바라고, 습관을 만들고, 일 잘하고 말 잘하는 어른이 되어가는 이들이 많아진다면 나쁠 게 없다. 그만큼 우리가 성장하고 있다는 얘기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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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낙경

프리랜스 에디터. 결혼과 함께 귀농 했다가 다시 서울로 상경해 빡세게 적응 중이다. 지은 책으로 <서른, 우리가 앉았던 의자들>, <시골은 좀 다를 것 같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