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공유 주거, 혼자 있고 싶지만 고립되긴 싫어
공유 주거용 공유 주택은 애초에 지어질 때부터 공유 주거를 위해서 개별 공간과 공유 공간을 각각 따로 설계하고 커뮤니티 형성이 가능하도록 디자인이 된 공동 주택이에요.
글ㆍ사진 김상훈
2022.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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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 혜민님이 멀리 다녀오신 동안 저도 7월에 재미난 곳에 다녀왔습니다. 부동산에 다녀왔는데요. 새로 생기는 주택의 입주자 모집을 하기도 하고 모델 하우스처럼 방을 직접 보여주기도 하는 작은 부동산이었어요. 성수동에서 한 달만 한시적으로 열리는 부동산이었고 부동산 안에서 기념 공연을 열기도 했습니다. '코리빙하우스', 즉 공유 주택인 '맹그로브' 동대문점의 오픈을 기념하는 팝업 부동산이었는데요. 맹그로브는 공유 주택 중에서도 눈에 띄는 브랜드잖아요? 기획도 잘하고 설계나 운영도 공들여 하고요. 이 공유 주택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조금 이따 하기로 하겠습니다. 혜민님은 어떤 근황 보내셨나요?

이혜민 : 저는 아시다시피 치앙마이에서 반달살이를 하고 왔습니다. 16박 17일을 하고 왔는데요. 지난주에도 살짝 소개하긴 했지만 약간 외곽에 있었어요. 항동의 '코시 하나 빌리지'라는 숙소에서 디지털 노마드로 쉬기도 하고 일하기도 하면서 지냈습니다. 그런데 아까 말씀하신 거랑 또 연결이 되는데 치앙마이, 방콕 그리고 원래 가려고 고려했던 곳 중에 '발리나 우붓'도 있었거든요. 요즘 이런 동남아에도 코워킹 스페이스 아니면 코리빙 공간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김상훈 : 맞아요. 저희 이야기는 이렇게 다 연결이 되어있죠? 오늘 산책할 길을 소개해 드릴게요. "공유 주거, 혼자 있고 싶지만 고립되긴 싫어"라는 길이에요. 

이혜민 : 공유 주거 많이 얘기하긴 하는데 정확히 무슨 뜻인가요?

김상훈 : 요즘엔 많이들 들어보셨을 텐데요. 침실 등 개인 공간은 독립적으로 사용하고, 주방이나 거실 등의 공간은 공유하는 형태의 주거 방식이죠. 기존에도 주거 공간을 공유하는 일은 많았어요. 하숙도 있고 룸메이트 방식도 있고요. 그런데 이미 지어진 아파트나 공동 주택 등을 나누어서, 셰어해서 쓰는 형태와 공유 주거, '코리빙하우스'는 조금 다른 개념이에요. 좁게 말하자면 공유 주거용 공유 주택은 애초에 지어질 때부터 공유 주거를 위해서 개별 공간과 공유 공간을 각각 따로 설계하고 커뮤니티 형성이 가능하도록 디자인이 된 공동 주택이에요. 작년 말에 건축법이 개정되면서 법적으로도 이 공유 주택에 대한 기준이 따로 마련되기 시작했다고 해요.

이혜민 :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겠군요. 공유 주거를 하면 좋은 게 뭐가 있을까요?

김상훈 : 공유 주거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나만의 공간'과 '공유하는 공간'이 공존한다는 것이에요. 즉, '독립'과 '연결'이 함께 가능하다는 거죠. 요즘 1인 가구가 정말 많고, 혼자 사는 것의 장점도 많고 <나 혼자 산다>류의 담론도 정말 많은데, 한편으로는 고립의 문제도 대두되고 있잖아요. 고립은 여러 가지로 정말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인데요. 

얼마 전에 트위터에서 이런 이야기도 봤어요. 하버드대학 연구소에서 약 75년간 인간의 행복의 비결을 연구했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 돈, 재산, 건강이 아니라 '친밀한 타인과의 연결과 커뮤니티'였대요. 그만큼 고립되지 않고 연결되는 것의 중요성이 있는데, 공유 주택은 독립된 생활과 함께 타인과의 연결, 커뮤니티 기능도 가능하게 해준다는 가장 큰 장점이 있고요.

또 다른 장점이라면 공유 주택들의 개별 성격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비슷한 조건이라면 대체로 주거비를 조금은 아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을 수 있고, 공유 물품을 공유 공간에 모아 놓음으로써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장점도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이혜민 : 산책에는 지도가 또 필요하죠. 현재 위치를 알고 앞으로 다가올 길을 예측해 보는 지도가 있을까요?

김상훈 : 역시나 공유 주거는 요즘 것들의 새롭게 대두되는 라이프 스타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어요. 앞서도 건축법이 개정되고 법적 기반이 생겼다는 얘기를 드렸는데, 이미 그 자체로 수요와 공급 모두 확산되고 있다는 걸 반증한다고 할 수 있고요.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1인 가구는 664만 3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31.7%였어요. 전체 가구 중 가장 높은 비율이 1인 가구예요. 

그만큼 혼자 사는 가구가 많아졌고 그중에서도 20~30대가 가장 많아요. 이 중에서 2020년 6월 기준, 공유 주거 형태를 임차하고 있는 1인 가구 수는 2030세대의 1%인 2만 2000가구래요. 아직 엄청 많은 건 아니지만, 업계에선 오는 2028년까지 19만 8000가구로 약 8%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해요. 이렇게 전망하는 배경에는 코로나 펜데믹, 즉 뉴노멀로 인한 재택근무 증가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더 나은 조건의 주거 환경에 대한 욕구가 커진 것을 들 수 있고요. 그리고 안전망에 대한 욕구가 증가한 것, 또 수도권의 높은 주거 비용 등이 있다고 합니다.

이혜민 : 오늘의 본격적인 '산 책'을 소개할 시간인데요. 어떤 책을 가져오셨나요?



김상훈 :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 실험』이라는 책인데요. 부제는 '어울려 살면서도 간격을 지키는 공간의 발견'입니다. 표지를 보시면 집 모양의 퍼즐이 있죠? 각기 다른 색의 퍼즐이 맞춰지면서 집 모양을 이루고 그 가운데에는 어떤 공통의 움직임들이 일어나는 곳, 바로 '코리빙하우스'에 대한 책입니다. 코리빙하우스를 설계한 건축가인 저자가 설계 의도를 설명하고, 실제 건축 이후에 그 공간에서 구현되는 사람들의 삶을 관찰한 기록이에요. 본인이 직접 관찰한 것은 아니고, 거주자들과 비슷한 연령대의 건축 사무소 직원이 자연스럽게 들어가서 살면서 관찰한 것을 듣고 옮긴 거예요.

이혜민 : 그렇다면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소개해 주세요.

김상훈 : 조성익 건축가인데요. 현재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면서, TRU 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교육자이자 건축가예요. 교육과 실무를 동시에 하는 분이죠. 무엇보다 코리빙하우스인 '맹그로브 숭인점'으로 2021년 한국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해서 화제가 되었어요.

이혜민 : 이 책이 오늘의 산책 주제와는 어떻게 연결될까요?

김상훈 : '코리빙 하우스'는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안에서의 실제 삶은 어떠한지를 보여주는 귀중한 기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간 코리빙하우스에 대한 이야기는 많았지만, 실제 코리빙하우스의 삶을 참여 관찰처럼 기록한 책은 잘 못 본 것 같은데 이 책이 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맹그로브'라는 소위 잘하는 공간, 뜨는 공간이 어떻게 설계돼 있고 어떻게 굴러가는지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도 흥미롭고요. 오늘의 주제인 "공유 주거, 혼자 있고 싶지만 고립되긴 싫어"의 실제 목소리를 듣는 것 같은 기분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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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 실험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 실험
조성익 저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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