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으로 보는 조선의 일상. 712쪽, 원고지 약 2,500매, 수록 도판 약 450여 장. 조선 사가기록화에 관한 거의 모든 걸 담았다. 개인 소장으로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그림,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소장품까지 한 권에 모았다. 조선의 일상과 함께 서울과 평양의 풍경까지 감상할 수 있다.”
『조선시대 사가기록화, 옛 그림에 담긴 조선 양반가의 특별한 순간들』. 책을 만들기 전부터 “이렇게 크고, 두껍고 더구나 이렇게 비싼 책은 팔리기 어렵다”는 걱정을 잔뜩 들었다. 걱정이 무색하게 책이 나온 뒤 여기저기에서 호평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박정혜 저자의 생각을 들어볼 차례다. 무려 30여 년의 공력을 담은, 이 압도적인 책을 세상에 내놓은 뒤 저자는 지금 과연 어떤 마음일까?
책이 드디어 나왔네요. 처음 받아보신 뒤 소감이 어떠셨어요?
책을 보는 순간 흔치 않은 책의 장정과 편집이 더할 나위 없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기분은 이상하게도 담담했죠. 며칠 지난 뒤, 책 보신 분들로부터 칭찬 담긴 소감을 듣고 나서야 책 출간을 실감했어요.
큰 출판사에서 내실 수도 있는데, 굳이 작은 출판사를 선택하셨어요. 주위에서 걱정하는 분들은 없으셨나요?
‘혜화1117 이현화 대표라면’ 하는 저만의 직감이 있었어요. 10여 년 전 공저를 낼 때부터 이현화 대표는 출판에 대한 사명감과 남다른 애정이 있는 분이란 걸 알았기 때문에 간혹 주위 사람들이 의아해 하기도 했지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사가기록화라는 말을 처음 듣는 독자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오랜 세월 이 분야를 공부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학생들에게 미술사 공부는 짝사랑하듯이 해야 한다고 말하곤 합니다. 어떤 작품에 이유없이 끌린다면 그에 대한 본인의 호기심과 선택을 믿어야 하죠. 그래야 힘들어도 신나서 오래 공부할 수 있어요. 저도 이 주제를 탐구하기 시작한 대단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처음부터 선명한 채색의 기록화에 마냥 끌렸던 것 같아요.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을 양반가의 일상생활을 담은 그림들을 약 30여 년 가까이 공부하신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을 거 같아요. 포기하지 않도록 선생님을 이끈 이 그림들의 매력은 과연 어떤 걸까요?
기록화처럼 그림 자체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장르는 없는 것 같아요. 제작 배경이나 디테일 풍부한 내용을 하나씩 추적해 가는 재미가 있어요. 그런 재미가 연구자로서는 최고의 매력이죠.
책에는 약 450여 장의 그림과 관련 도판이 실려 있는데요. 이 그림 중 독자분들이 사가기록화의 매력에 빠질 수 있는 세 점을 고른다면 어떤 걸까요? 그 이유는 또 뭘까요?
국립중앙박물관의 <회혼례도> 화첩은 사가 의례의 이모저모를 잘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기는 어렵지만 지체 높은 고관의 저택에서 행사가 열릴 때의 모습을 잘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미국 피바디에섹스 박물관의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는 8첩 병풍인데 회화적 예술성이 이 책에 실린 그림 중 가장 뛰어나다고 할 수 있어요. 세부의 치밀한 묘사가 매우 풍부하고 정확해서 볼 때마다 감탄하게 만듭니다. <풍산김씨세전서화첩>은 이름 모를 지방 화사의 그림인데, 소박하고 천진한 묘사가 저절로 미소를 짓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조상을 선양하고 가문의 위상을 굳건히 하려는 집안의 노력이 대단하지요.
다음 계획이 궁금해요. 약 20여 년 전에 출간하신 『조선시대 궁중기록화 연구』는 찾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한 번 사면 내놓는 분들이 거의 없어서 구하기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모 중고서점에서 10만 원까지 가격이 형성되어 있던데 혹시 이 책의 개정증보판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궁중미술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 요즘에는 대학에서 교재로 많이들 보는 모양이에요. 그런데 시중에 책이 없어서 복사본으로 본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초판의 내용을 유지하되 수정 보완을 거쳐 새로 내는 걸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700쪽이 넘고 크기도 다른 책에 비해 크고 두꺼워요. 책값도 보통 다른 책의 두세 배에 육박하지요. 아직 이 책의 구입을 망설이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 나오자마자 이 책의 독자가 되어주신 분들께 인사를 전하신다면요?
비싼 책을 주저없이 구입해 주신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려요. 이렇게라도 인사를 전할 수 있어서 무척 다행이에요. 시간 여유를 가지고 찬찬히 그림의 세부를 뜯어보신다면 분명히 기록화의 매력에 빠지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정혜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고, 홍익대학교 미술사학과 겸임교수를 거쳐, 하버드대학교 옌칭연구소 방문교수로 있었던 그는 2002년부터 지금까지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후학 양성에 각별히 힘을 쏟고 있다. 또한 (사)한국미술사학회 회장, 서울시·경기도·경상북도 문화재위원,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위원, 영정동상심의위원회 위원, 서울역사박물관 운영자문 위원 활동 등을 통해 지식의 사회 환원에도 애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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