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마음에 드는 문장을 발견하면 어떻게 하나요? 저는 예전에는 책이 다치지 않도록 아주 아껴 보는 사람이었는데요 언젠가부터 책 읽는 방식이 바뀌었어요. 지금은 그 문장이 있는 장을 꾹 눌러 접고요, 다음에 열었을 때 ‘어라 여기 왜 접었지’ 하는 생각이 들면 다시 펼쳐요. 그때는 좋았던 말이 다시 보면 크게 인상적이지 않은 경우도 생기더라고요. 첫만남에서 문장에 특별한 표시를 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그런가 하면 볼 때마다 좋은 문장들도 있지요. 그런 문장을 발견하면 연필을 듭니다. 이것이 내게 내내 좋은 문장일 거라는 확신이 드는 때요. 오늘은 최근에 접은 몇 장을 가져왔습니다. 이것이 여러분에게도 밑줄 그을 문장이 될 수 있을까요?
김중혁 저 | 문학과지성사
『스마일』은 심훈문학상 대상을 받은 「휴가 중인 시체」를 포함해 총 다섯 편의 작품을 담은 김중혁 작가의 소설집입니다. 소설의 인물들은 삶과 죽음 사이에 있어요. 그들은 죽음에서 한발 떨어져 있는가 하면 어느새 코앞에 그것을 대면하고 있지요. 그들은 그렇게 삶과 죽음을 함께 목격하고,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그 곁에서 살고 또 살아갈 겁니다. 이 책에서는 아래 문장을 골랐는데요 우리가 ‘같이’여야 하는 분명한 이유 하나를 찾은 기분입니다. 상대의 얼굴을, 답을 먼저 알아채고 나누면 내 문제의 답도 그를 통해 비로소 나에게 올지 모릅니다.
사람은 얼굴이 답안지예요. 문제지는 가슴에 있고 답안지는 얼굴에 있어서 우리는 문제만 알고 답은 못 봐요. 그래서 답은 다른 사람만 볼 수 있어요. 사람과 사람은 만나서 서로의 답을 확인해줘야 한대요.
_『스마일』, 「휴가 중인 시체」 중에서
배명훈 저 | 자이언트북스
이 책에 실린 ‘작가의 말’에서 배명훈 작가는 이야기를 쓰면서 무겁게 풀지 경쾌하게 풀지 자주 고민한다고 말합니다. 그 갈림길에서 자신은 점점 더 많이 신나는 스텝을 선택한다고도 하고요. 『우주섬 사비의 기묘한 탄도학』은 그런 그의 걸음을 응원하는 독자에게 아주 반가운 책입니다. 누구도 제대로 돌보거나 관리하지 않는 부조리한 세계, 외롭고 또 올곧은 놀라운 재능의 스나이퍼, 그의 탁월함을 알아보고 지키려는 또 다른 인물들. 결코 가볍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가 작가 특유의 유머와 유쾌함을 동력 삼아 가뿐하게 독자에게 가 닿습니다. 이 문장도 작품처럼 기분 좋은 응원으로 모두에게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먼지 님, 계속해요! 쓸데없는 고민은 제발 그만두시고요! 임무니 꿈이니 그게 뭐가 중요해요? 보이지도 않는 데서 춤추며 날아온 총알이 저렇게 정확하게 한군데에 꽂히는데!’
_『우주섬 사비의 기묘한 탄도학』 중에서
이순자 저 | 휴머니스트
『꿈이 다시 나를 찾아와 불러줄 때까지』는 〈실버 취준생 분투기〉로 제7회 매일신문 시니어문학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한 이순자 작가의 유고 시집입니다. 치열한 삶의 복판을 건너온 그의 ‘분투기’는 시집을 통해서도 진하게 전해지는데요 마냥 무겁거나 습하기보다는 그리움과 진솔한 기도로 읽힙니다. 서문을 쓴 이문재 시인에 따르면 이 시집은 ‘유고 시집’이 아닙니다. 그가 남긴 시는 이제 독자에게 와서 다시 태어나고 그것으로 시인 또한 새 숨을 얻을 것입니다. 이 길고도 짧은 한 편의 생을 함께 읽으며 우리의 생에도 빛나는 숨이 들어차기를 기대해봅니다.
내가 내 한생을 그토록 지겨워한 것은
죽도록 나를 사랑했다는 말
아직도 나를 죽도록 사랑한다는 말
_『꿈이 다시 나를 찾아와 불러줄 때까지』, 「덤으로 사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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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박형욱(도서 PD)
책을 읽고 고르고 사고 팝니다. 아직은 ‘역시’ 보다는 ‘정말?’을 많이 듣고 싶은데 이번 생에는 글렀습니다. 그것대로의 좋은 점을 찾으며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