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이라 불리는 학습법 뒤에서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중위권 학부모와 아이들을 위한 책이 출간되었다. 대한민국 엄마가 가장 신뢰하는 부모 교육·학습법 전문가인 박재원 소장은 학부모들의 3대 고민거리인 ‘공부, 진로, 진학’의 답을 아이마다 다른 배움의 속도, 관심, 선호하는 학습법을 존중하는 ‘개별화 교육’에서 찾는다. 낙오 공포와 불안을 떨쳐내고 아이의 적성과 흥미를 존중하며 경쟁이 아닌 성장의 길로 이끌고자 하는 『중위권 학부모를 위한 공부·진로·진학』의 저자 박재원 소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중위권 학부모를 위한 공부·진로·진학』을 출간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우리 사회가 상위권 학생에게만 집중하는 것 같아요. 상위권 아이들보다 공부에 어려움이 많은 중위권 아이와 학부모들을 많이 만나며 이야기 나누다 보니까, 그 힘든 마음에 공감이 많이 됐어요. ‘중위권이 가는 길은 달라야 하는데, 상위권 코스프레를 하느라 정말 고생이 많구나!’라는 뒤늦은 깨달음을 얻은 거죠. 그간의 경험을 종합해서 중위권 학생들이 말 그대로 들러리가 아니라, 주인공이 돼서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공부, 진로, 진학의 길을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중위권 아이들이 상위권 코스프레를 멈추고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선다면 누구나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 책이 그 길로 안내해줄 겁니다.
책에서 중위권 학습법으로 ‘공부 감정’을 비중 있게 다루셨습니다. ‘공부 감정’이란 무엇인가요?
그동안 많은 교육학 이론이 주로 행동이나 습관, 또는 인지영역에 집중했습니다. 그런데 중위권 아이들은 공부 습관이 좋지 않아요. 공부 의지도 많이 약합니다. 꿈이 없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중위권이 공부를 지속하는 힘을 가지려면 공부하는 순간에 느끼는 감정에 주목해야 됩니다. 저는 지금까지 재미, 의미, 성취감이라는 공부의 세 가지 맛을 강조해왔습니다. 그 맛을 느낀 아이들은 공부를 지속하는 힘을 얻게 됩니다. 그동안 중위권 학생들을 상담하면서 그들 안에 내재된 공부 거부감을 만족감으로 바꾸는 방법에 집중하고 안내했습니다. 하기 싫지만 억지로라도 해야 하는 것이 공부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공부의 맛을 느껴보는 새로운 경험으로 안내한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이 중요한 걸 우리 사회에 알리기 위해서 그동안 제 경험과 노하우를 담아 ‘공부 감정’이라는 개념을 책에 담게 됐습니다.
중위권을 위한 공부, 진로, 진학 노하우를 말씀하시면서, 개별화 학습법을 소개해주셨어요.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신다면요?
모든 아이는 다릅니다. 배움의 속도, 선호하는 방법, 관심이 다릅니다. 이 세 가지를 보장해주어야 아이들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북유럽 교육의 여러 장점 중 하나인 개별화 교육법입니다. 특히 속도의 차이를 존중해주어야 합니다. 공부하는 속도가 빠른 상위권과 달리 중위권은 느립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아이들을 지금까지 어떻게 가르쳤나요? “너도 쟤들처럼 빨리 뛰어!”라고 다그쳤죠. 지금 많은 아이들이 지쳐 있습니다. 대안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진로와 입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위권도 충분히 자신의 관심을 잘 발전시켜서 훌륭하게 입시를 치르고 직업 세계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상위권이라고 얘기하는 기준은 정확히 말하면, 남보다 시험 잘 보는 능력이잖아요? 그 능력이 사회에서도 필요할까요? 상위권에 대한 욕심과 욕망을 버리고 새로운 길로 가보십시오. 그 안에서 부모와 아이 모두, 오늘이 행복하고 내일이 희망적인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책에서 이런 구절이 인상적이었어요. “부모의 낙오 공포와 불안이 아이의 만성스트레스를 만든다” 진로와 입시와 관련해 학부모가 꼭 장착해야 할 개념이 있다면요?
대학 서열화와 대학 입시라는 이 고약한 현실은 무너져가는 우리 사회의 낡은 질서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모든 아이의 관심이 직업이 될 수 있는 세상입니다. 학부모가 나서서 아이에게 진로를 찾아주려는 낡은 생각에서 벗어나서 아이 관심에 관심을 기울여, 아이가 그 분야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모든 아이는 훌륭한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믿음이 아닙니다. 이미 많은 직업 전문가가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학 서열화, 치열한 입시 경쟁, 학부모들의 불안 심리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사교육 시장이란 구조를 갖춘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런 구조의 희생자로 정말 많은 아이가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아가지 못하고 낙오자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많은 학부모가 책에서 나눈 제 이야기를 머리로 이해하지 마시고 가슴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이 있습니다.
아이의 관심이나 흥미에 귀 기울이고 싶어도, 잘하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아이들 때문에 불안해하는 학부모들도 많습니다.
꿈도 있고 목표도 있는 아이가 훌륭한 아이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생활을 거치면서 얼마나 세상을 경험할 수 있을까요. 얼마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요? 짧은 경험, 얕은 지식을 가지고 진로를 정한다는 거, 너무 위험합니다. 꿈이 없고 진로에 무관심한 아이들이 우리 주변에 많습니다. 아이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현실이 아이들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요즘 아이들 마음이 너무 아파요. 이를 잘 보듬어 안고 회복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존재 자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부모의 시선을 느끼면 분명 회복될 겁니다.
소장님은 3부 ‘입학사정관이 되어 생각해보는 진학’에서 아이가 어릴 때일수록 입시에 대해 알아두는 게 좋다고 말씀하셨어요.
올해 입시에서 서울대 경영학과에 추가 합격자가 나왔습니다.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문·이과 통합 수능이 되면서 이과생들이 전반적으로 수학 성적 표준 점수가 올라간 겁니다. 상위 10개 대학 정도에 갈 수 있었는데 인문계로 교차지원을 하면 스카이가 가능한 경우가 생긴 겁니다. 저는 이 현상을 보며 대학이 점점 더 ‘학종’에 집착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저 점수에 맞춰 대학에 온 학생들이라면 재수나 반수를 해서 언제 다른 대학으로 갈지 모르겠지요. 대학 입장에서 이런 ‘중도탈락률’은 매우 치명적입니다. 기업은 더 심각합니다. 많은 비용을 들여 신입사원을 뽑았는데 1년 안에 그만두는 비율이 40%가 넘는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결국 많은 대기업이 신입사원을 안 뽑고 면접을 보고 경력 사원을 뽑습니다. 대학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대안을 찾고 있습니다. 객관적인 선발기준보다는 한 명 한 명의 지원동기와 성장 과정을 보고 다른 대학이나 전공으로 바꿔 탈 가능성이 낮은 학생들을 선발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요? 초등학교 때부터 입시를 잘 알아야 하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가 수학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아이도 괴로운 사교육을 시키느라 모두가 힘든 길을 갈 필요가 없습니다. 입시의 다양성을 정확하게 이해하면 수학이라는 약점을 피해가면서, 아이의 장점을 살려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길이 보일 겁니다. 약점을 극복해야 하는 입시와 피해갈 수 있는 입시는 분명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독자인 학부모들께 꼭 당부하고 싶은 말씀을 전해주세요.
부모 역할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특히 엄마 역할, 중위권 학부모 역할이 그렇습니다.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이 대물림된다는 얘기를 들으면 우울해집니다. “내가 부족해서 아이가 공부를 못하는 건 아닌지!” 자책합니다. 여기저기 정보를 찾습니다. 유튜브에 들어가면 아이 성적 올리는 방법을 찾아보고 비용이 부담스럽더라도 아이 성적을 올리겠다고 약속하는 학원에 보냅니다. 하지만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때가 됐는데도 기대한 만큼 효과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초조해집니다.
그리고 결국 아이를 원망합니다. 가족으로 함께 살아가는 일상의 행복은 뒷전이고, 수험생이 되고 수험생 부모가 됩니다. 학원을 보내도 별로 달라지는 것이 없다면 이제는 다른 길을 찾아야 합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내 아이가 주인공이 되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사회적 격변기, 핵가족 상황에서 부모 역할은 아이가 정하는 겁니다. 그동안 너무 고생 많으셨지요. 여러분 잘못이 아닙니다. 부모 마음을 사교육 소비심리로 변질시키는 우리 사회 때문입니다. 문제 아이도, 문제 부모도 없습니다. 문제사회가 문제일 따름입니다. 문제사회의 문제로부터 부모와 아이, 소중한 여러분들의 가정을 지키는 방법이 바로 이 책입니다.
*박재원 성공보다 실패확률이 높은 대치동 공부법을 극복하고 행복하고 희망적인 부모역할 모델을 전하고자 노력하는 부모교육 전문가. (재)경기도교육연구원 이사. 사교육 1번지 대치동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하면서 ‘박보살’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부모교육, 교사연수, 학습법 특강 등을 통해 공교육을 지원하고 있으며 서울시와 경기도, 강원도교육청의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강남구청인터넷수능방송 대표강사, (주)비상교육 공부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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