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만 부모의 멘토이자 자녀교육 베스트셀러 저자인 이은경쌤이 엄마와 아이가 함께 보는 『이은경쌤의 초등영어회화 일력 365』를 출간했다. 탁상달력 형태인 이 책은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교육부 지정 필수 영단어를 활용한 다양하고 흥미로운 영어문장을 제공한다. 이은경쌤 특유의 재미있는 설명과 주인공 샐리가 건네는 생활 회화를 따라가다 보면 일 년 후 아이의 영어 실력이 ‘확’ 늘어났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내셨던 책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탁상달력 형태로 나왔어요. 책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함께 이러한 형태로 제작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얘기해주세요.
매일 하나의 영어 문장을 익히고 대화 형태로 주고받을 기회가 가정마다 생겼으면 좋겠어요. 때마다 책을 펼쳐 외우기 어려운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가족에게는 그냥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한번 따라해 볼만한 소소한 미션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일상에서의 자연스러운 노출 효과를 노렸습니다. 책상에 앉아 문제집을 펼쳐 일부러 머리 아프게 외우지 않아도 머리에 새겨져 있는 익숙한 영어 문장의 개수가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에요. 아이들은 이것 아니어도 외워야 할 게 너무 많고요, 풀어야 할 문제집이 너무 많아요, 끝내야 할 과제도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옆에 두고 보면서 따라 해볼 만한, 만만하고 재미있는 형태로 생각해봤어요.
아이와 식탁에 앉아 ‘영어 한 문장’도 맛있게 먹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아이와 함께 『이은경쌤의 초등영어회화 일력 365』를 시작했는데요. 오늘의 문장이 재밌으면서도 쉬워서 아이와 자꾸 말하게 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그날의 문장이 “Doing okay?”라면, 평소에 “숙제 잘돼가?”라고 할걸 “Doing okay?”라고 묻는 식이죠(웃음). 책에 나오는 문장들이 아이가 실제로 사용하는 ‘입말’들이 많은데요. 어떻게 선별하셨는지도 궁금해요.
초등학교 영어 교과서에 나온 필수 구문들은 가능하면 피하려고 노력했어요. 그건 학교에서 이미 충분히 연습하고 있으니까요. 물론, 그 구문들이 먼저 완벽하게 자리 잡는 건 필요하지만, 지겨워서 안 하게 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미드, 영드, 애니메이션, NBA 중계 등을 통해 매일 영어 영상을 보고 있고, 영어 소설을 꾸준히 읽어왔던 중학생 아들과의 공저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문장이 실제로 영상과 책에서 자주 나왔었는지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했고, 그게 틀리지 않았던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우리가 일상에서 한국어를 주고받을 때도 실제 생활에서 주로 쓰는 친근한 표현이 있고,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재에만 나올 법한 정형화된 표현이 또 따로 있잖아요. 초등 아이들이 영상과 원서에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는 실제 사용되는 친근한 표현을 많이 알수록 유리하겠다는 생각했기 때문에 이 두 가지의 비중을 적절히 조율하느라 마지막까지 고심했던 기억이 납니다.
초등영어에 가장 중요한 3가지로 ‘노출’, ‘흥미’, ‘자신감’이라고 하셨던 게 기억나요. 특히 아이가 영어를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내가 영어를 좀 하네!’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요. 실제로 아이가 일력에 나온 영어문장으로 말을 거니까, 듣는 사람들이 “오~ 우리 OO 영어 잘하네”라고 얘기하고 아이는 우쭐해하더라고요.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았어요. 그런 점이 중요한 거죠?
영어는 못하는 게 기본값이에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나라의 사람들이 쓰는 언어를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우리 아이가 잘할 거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잘하고 못한다’에 집중하면 안 돼요. ‘어느 정도 할 줄 안다, 모른다’ 정도의 큰 기준을 가지되 잘하지 못하는 아이도 영어를 만만하게 여기고 ‘이 정도면 잘하는 편’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게 정말 중요해요. 여기에서 출발해야 긴 입시의 여정을 통과할 수 있어요.
대한민국 학부모가 모두 바라는 수능 영어 1등급, 저도 간절히 바라는 엄마 맞아요. 그래서 초등 과정에서는 아이를 추켜세워줘야 해요. 왜 이렇게 영어를 못하냐고, 레벨 테스트 점수가 별로라고, 다른 애들은 너보다 훨씬 잘한다는 협박은 이제 통하지 않아요. 그럴수록 아이에게 영어는 하기 싫은 과목이 됩니다. 하기 싫어서 꾸역꾸역하는 과목은 오래 버틸 수가 없어요. 그래서 자신감이 중요해요. 실제로 잘하는 것보다, 잘한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그 과목을 좋아하게 되는 과정이 중요하거든요. 초등에서 단단히 준비해야 할 건, 영어 단어 3천 개가 아니라 영어라는 외국어에 관한 자신감이에요.
영어에 자신이 없어서 엄마표 영어를 못하고 있다는 한탄을 많이 들었어요. 『이은경쌤의 초등영어회화 일력 365』를 통해 하루 10분 정도 아이와 영어로 대화를 하니까 내가 가르치는 입장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배우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아이도 엄마와 경쟁하면서 하니까 더 재밌어하고요. 그러면서 엄마표 영어가 꼭 영어 실력자인 엄마가 아이를 주도하는 방식이 아니어도 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런 방식 괜찮을까요?
이 책은 ‘내가 엄마보다 영어를 잘하네?‘라는 묘한 쾌감을 갖게 해주는 도구가 될 거예요. 같은 문장을 함께 연습해보면 알겠지만, 아이들의 발음이 훨씬 좋고, 아이들이 훨씬 빠르게 외워버릴 거에요. 엄마는 아이를 가르칠 필요가 없어요. 바닥을 깔아 주세요. 잘 할 수 있어도 굳이 잘하지 마세요. 엄마가 실수하고, 서툴지만 또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는 자신감을 갖게 되니까요.
영어를 못하는 엄마들은 영어라는 과목을 괜히 엄마가 건드리면 안 된다는 부담을 가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절대 그렇지 않아요. 못할수록 툭툭 건드려 주세요. 엄마가 잘 못한다는 사실을 터놓고 솔직하게 고백하세요. 발음과 억양을 알려달라고 하는 것도 좋아요. 영어 잘하는 우리 딸, 아들 덕분에 엄마가 영어 공부하게 됐다고 고마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요. 우리의 역할은 교사가 아니라는 걸 늘 기억하세요.
완벽할 것만 같았던 선생님도 처음 아이에게 영어를 알려주면서는 시행착오가 있으셨다고요. 어떤 시행착오였는지 궁금하고 어떻게 극복하셨는지도 너무 궁금합니다. 책의 프롤로그에 ‘아이와 함께 매일 영어로 아무 말이나 주고받으며 낄낄대는 게 일상이다’라고 하셨잖아요. 아이가 영어에 흥미를 확 느끼게 된 계기 같은 것이 있었나요?
저는 충분한 노출과 흥미와 자신감이 없었던 아이에게 영어로 말을 걸어서 대화를 단절시켰던 부끄러운 과거가 있는 엄마랍니다. 영어 공부를 꾸준히 했던 엄마이기 때문에, 제가 열심히만 하면 아이 영어는 무조건 잘 될 줄 알았죠.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요. 영어를 강요하고, 시도 때도 없이 들이대던 엄마 때문에 어느 날부터 아이가 영어를 거부하기 시작하더라고요. 제 마음만 급했던 것 같아요. 그 급한 마음을 아이가 눈치채버렸던 것 같고요.
욕심을 내려놓고, 뭐든 하기만 하면 고맙다고, 잘한다고 칭찬했어요, 하기로 한 분량을 마친 것에 대해서는 약속한 보상을 해주려고 노력했고요. 영어를 싫어하던 아이이기 때문에 영어 덕분에 칭찬받고, 선물 받는 경험을 통해 영어에 대한 호감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아이가 짧은 시간에 영어에 흥미를 확 느끼기는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저희 아이도 그랬고요. 천천히 가랑비에 옷이 젖듯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 영어를 잘한다는 착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그게 흥미와 자신감으로 연결되었죠.
다른 일력과 다르게 『이은경쌤의 초등영어회화 일력 365』 안에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초등학생인 샐리, 샐리가 짝사랑하는 라이언, 샐리의 가장 친한 친구 제니, 그리고 장난꾸러기 빌리까지. 4명의 초등학생이 집에서, 학교에서, 놀이터에서 지내는 일상들이 너무 재밌어요. 또래의 미묘한 감정들까지 느껴지고요. 이렇게 개성 강한 등장인물들을 설정해 놓으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영어 일력은 한 달 정도 넘기면 멈추는 게 보통이에요. 저는 일주일 만에 멈췄던 일력도 있었어요(웃음). 넘기게 만들기 위한 장치로 이야기를 생각했습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져야 일력을 넘길 수 있고, 넘겨야 새로운 영어 문장에 노출될 기회가 생기는 거니까요.
저는 원래 사람을 관찰하고, 사람들 간의 관계에 호기심이 많은 편이에요. 그래서 초등교사로 근무할 때, 쉬는 시간이면 아이들이 어울려 노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는 게 일상이었어요. 그게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때 봤던 아이들의 모습, 그때 들었던 아이들끼리의 대화를 떠올리며, ‘샐리’의 일상으로 재구성해봤어요. 책에 등장하는 샐리, 제니, 라이언, 빌리 주인공들이 겪는 일들은 초등 아이들이라면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친근한 일상 에피소드일 거예요. 이 책으로 공부할 우리 초등 아이들이 샐리와 라이언의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은경쌤의 초등영어회화 일력 365』의 또 다른 특징이 평일 5일 동안은 부지런히 새로운 문장과 단어와 응용표현을 익히고 주말 2일엔 앞에서 배운 문장들을 복습하고 다양한 상황별로 응용해서 대화할 수 있도록 한 구성이잖아요. 이 일력을 활용하면서 느낀 게 ‘반복’이 많다는 것이었어요. 이렇게 반복을 자주 하도록 구성하신 이유가 있나요?
저는 우리 아이들이 영어를 ‘열심히’ 하지 말고, ‘잘’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려면 뇌를 제대로 활용해야 해요. ‘열심히’만 하면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많았습니다. 뇌의 용량과 효율은 정해져 있는데, 모든 시간을 오로지 입력에만 쏟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그렇게 입력만 해서는 출력을 기대하기 어려워요. 입력된 것들은 뇌 안에서 충분히 익어질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반복이 중요해요. 입력한 내용이 잊힐 때쯤, 다시 한번 반복해야만 결과적으로 더 오래 내 것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입력 반복이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도록 구성했답니다.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 독자들의 고민을 저 멀리서 듣는 것이 아니고, 바로 옆에서 손잡고 “맞아요. 저도 그랬어요. 그래서 저는 어떻게 했냐면요...”하며 알고 계신 노하우를 모두 쏟아붓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저희와 함께해 주실 거죠? 끝으로 이 책을 접하게 될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독자들과 일상을 공유하고 호흡을 나눈 지 3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저를 오랜 시간 동안 지켜봐오신 독자님들은 저의 실수와 어설픔을 모두 알고 계세요. 제가 잘하기만 해서, 제 곁에 계신 게 아니라, 저의 모든 걸 알면서도 저를 응원해 주고 계신 거죠. 그래서 감사한 마음이 크고요, 힘들어도 계속 공유할 수 있어요. 지난 3년여의 세월은 저의 이야기를 따뜻한 마음으로 응원해 주실 거라는 믿음이 제 안에 단단하게 자리잡힌 시간이었습니다.
시간과 돈과 마음의 여유가 많지 않은 상태에서, 연년생 두 아이를 기르며 어떻게 하면 가성비를 높일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시간이 모여 이렇게 예쁜 영어 일력이 탄생했습니다. 아이와 주고받는 영어 ‘아무말 대잔치’가 저희 집만의 가풍으로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영어를 공부하는 아이라면 누구나 적어도 식탁 앞에서만큼은 영어로 마구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가정마다 자리잡혔으면 합니다.
*이은경 15년간 초등 아이들을 가르쳤던 교사이자 두 아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20년 가까이 쌓아온 교육 정보와 경험을 나누기 위해 글을 쓰고 강연을 한다. 초등공부와 학교생활 그리고 부모성장을 주제로 한 오디오와 영상 강의를 매일 한 편 씩 SNS로 공유해온 지 2년이 넘었다. 이렇게 쌓인 강의만 800여 편에 이르며, ‘슬기로운초등생활’ 이름의 4개 채널에 서 14만 명 이상이 믿고 보는 초등교육 대표 콘텐츠로 자리 매김했다. 지은 책으로 《초등 완성 매일 영어책 읽기 습관》 《초등 매일 글쓰기의 힘》 《초등 자기주도 공부법》 《초등 매일 공부의 힘》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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