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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선 “채식은 삶이 간단해지는 일”

『살고 싶다, 사는 동안 더 행복하길 바라고』 전범선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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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는 분명합니다. 채식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사실 채식이 어렵다고 하지만, 의지만 있으면 어렵지 않습니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쉽습니다. 삶이 간단해지는 일이거든요. (2021.11.01)

전범선 저자

『살고 싶다, 사는 동안 더 행복하길 바라고』는 가수이자 작가, 책방 주인이자 동물권 단체 ‘동물해방물결’의 자문위원인 전범선이 지리산 자락 산청집에서 열흘을 보내며 쓴 비거니즘 에세이다. 작가는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동물권, 페미니즘, 기후위기 등과 연결하여 비거니즘을 소개하고, 지금껏 자신이 인간, 그리고 남자라는 이유로 당연하게 누려왔던 특권을 돌아보며 반성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모두 하나의 키워드, 사랑으로 귀결된다.



작가님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글쓰고 노래하는 전범선입니다. 밴드 ‘양반들'에서 보컬로 활동하고 있고요. 이번에는 포르체 출판사와 함께 『살고 싶다, 사는 동안 더 행복하길 바라고』라는 제목의 비거니즘 에세이를 출간하였습니다. 이 책은 코로나가 창궐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올해의 첫 열흘 동안 지리산 자락의 황토집에서 썼습니다. 하루 당 한 챕터씩, 총 열 챕터로 구성되어 있고요. 비거니즘을 중심으로 페미니즘, 생태주의, 평화주의 등 다양한 담론과 저의 개인적인 경험담을 엮어냅니다. 결국 사랑하는 능력을 키우자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산청에서 열흘간 디지털 기기 없이 지내면서 이 책을 집필하셨는데요. 이 책을 쓰기로 결심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애인과 함께 산청집에 들어가면서 스마트폰 없이 지내기로 약속했어요. 디지털 디톡스를 한 거죠. 독서하다가 공책에 글 쓰다가 요리해 먹는 일을 반복했어요. 디지털 기기에 의존할 때와는 사고의 흐름이 달랐던 것 같아요. 코로나의 한가운데서, 기후생태위기를 걱정하면서, 지리산을 바라보고 있으니 감회가 남달랐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오직 한 곳에서 현재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도 중요했죠.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책으로 이어졌습니다.

비거니즘을 실천하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는 분명합니다. 채식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사실 채식이 어렵다고 하지만, 의지만 있으면 어렵지 않습니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쉽습니다. 삶이 간단해지는 일이거든요. 막상 실천하다 보면 이토록 좋은 걸 왜 여태 안했나 싶고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채식을 망설이거나 그만 두는 이유는 의지 박약입니다. 의지가 부족한 것은 채식을 실천하는 동기가 불확실하기 때문이죠. 확실한 사상적 이유를 가지면 시작하는 것도 지속하는 것도 훨씬 쉽습니다.  망설이고 계시다면 저의 책을 추천합니다. 비거니즘을 실천하기 전에 이론을 알아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코로나와 같은 역병의 근본적인 예방책은 탈육식이라고 쓰셨어요. 독자분들에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코로나는 최근 늘어나고 있는 인수 공통 감염병은 한 예입니다. 스페인 독감부터 에이즈, 메르스, 사스, 에볼라, 광우병, 구제역, 조류독감 등등. 인간이 지금처럼 야생을 정복하고 동물을 착취하는 한 인수공통감염병은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코로나를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일단 기후위기 때문에 열대 지방에 살던 박쥐들이 점점 인구가 많은 온대 지방으로 넘어옵니다. 과거에는 만날 일이 많지 않았던 야생 동물과의 접촉이 잦아집니다. 우한 시장에서는 박쥐와 천산갑을 밀집된 공간에 가둬놓았습니다. 여러 종의 동물들이 좁은 곳에 갇혀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종간 변이가 생길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인간에게도 전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로 바뀐 것이죠. 바로 이때 인간이 박쥐와 천산갑을 잡아먹습니다. 역병의 시작입니다. 동물을 먹기 위해 착취하고 소비하는 과정이 인수 공통 감염병의 근원입니다. 조류독감, 구제역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밀집형 사육 시설에 가축을 가둬놓고 역병이 창궐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신기합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막기 위해서 맷돼지를 사냥하고 울타리를 칩니다. 진정으로 병을 막고 싶다면 돼지고기를 불매하여 공장식 축산을 철폐해야 합니다. 우리가 동물을 함부로 대하는 이상, 동물은 아플 것이고, 동물이 아픈 이상, 우리도 아플 것입니다. 인간과 동물의 건강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인간이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지리산 산청

동물해방을 위해서 탈육식 외에도 지배 구조의 착취적인 언어들을 바꾸어야 한다고 지적하셨는데, 어떤 단어들이 바뀌어야 할까요?

대표적인 것이 물고기입니다. 육식주의는 엄연히 살아있는 존재도 ‘고기'로 치환시켜버립니다. 황당하게도 물고기는 죽으면 ‘생선'이 됩니다. 수생동물은 ‘물살이'라고 부르는 게 마땅합니다. ‘살처분'이라는 말도 인간이 단순히 고기를 먹기 위해 벌이는 극악무도한 범죄를 은폐하는 완곡 어법입니다. 살처분은 분명 대학살입니다. ‘안락사’니 ‘렌더링’이니 하는 표현으로 사태의 본질을 흐려서는 안 됩니다. 동물을 세는 단위도 ‘마리'와 ‘명' 중 하나로 통일해야 합니다. 비인간 동물은 ‘마리'로 부르고 인간 동물만 ‘명'으로 부르는 것은 종차별입니다. 인간을 ‘마리'라고 하는 것보다는 동물을 ‘명'이라 하는 것이 낫겠습니다. 이외에도 비인간 동물을 차별하고 폭력을 당연시하는 표현이 참 많습니다. ‘일석이조' 대신 ‘일거양득'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여성의 가사와 돌봄 노동이나 동물에 대한 노예적 착취를 연결지으셨는데요. 여성주의와 생태주의가 어떻게 연결이 되는 걸까요?

저는 외주의 문제가 핵심이라고 봅니다. 남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여성에게 외주 준 노동의 가치는 평가 절하 됩니다. 대표적으로 살림이 그렇습니다. 밥하고 청소하고 주변을 돌보는 일은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비인간 동물의 노동과 자연 자원의 가치는 평가 절하 됩니다. 동물은 철저히 노예처럼 사용되며 자연은 자본이 아닌 무한한 소득처럼 여겨집니다. 무분별하게 외주를 주고 착취하는 과정에서 오늘날 기후생태위기가 발생했습니다. 우리의 하청 업체 ‘자연'이 파산했습니다. 외주 주기를 멈추면 살림이 중요해집니다. 한국어에서 집안일을 뜻하는 말이 ‘살림'이라는 사실이 뜻깊습니다. 어릴 적 어머니가 제게 해주셨던 것은 다름 아닌 저를 ‘살리는’ 노동이었습니다. 먹여주고 챙겨주고 돌봐주는 것. 가정에서 살림을 가치를 드높이고, 나아가 국가와 전체가 ‘경제'가 아닌 ‘살림'을 위해 돌아간다면 우리는 기후생태위기를 극복할 수도 있습니다.

살림이란 대부분 순환시키는 일입니다. 장 보고 요리하고 밥 먹고 똥 싸고, 옷 입고 빨래하고 말리고 옷장 정리하고. 무한히 성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원위치' 시키기 위해 하는 일입니다. 지구촌 살림도 이렇게 생각하면 훨씬 생태주의적으로 바뀝니다. 생태주의의 핵심 역시 순환입니다. 우리 모두의 하나뿐인 집, 지구 살림을 잘하려면 ‘원위치' 시키기에 집중해야 합니다. 생산, 소비만큼 보전, 복원에 힘써야 합니다. 지구는 유한한 닫힌 체계입니다. 무한 성장의 신화를 믿는 사람은 망상에 빠졌거나 경제학자일 것입니다.

작가님이 그리는, 동물 해방, 종평등이 이루어진 후의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동물권이 헌법으로 보장되어야 합니다. 노예 해방 이후 노예제가 사라졌듯이 동물 해방 이후에는 동물을 노예적으로 착취하는 산업이 불법화될 것입니다. 축산업이 사라지고 동물원, 수족관이 없어지며, 동물 실험이 반인도적 범죄가 될 것입니다. 반려 동물 생산업 역시 사라질 것입니다. 야생 동물을 어떻게 관리할지, 동물의 이익을 정치적으로 어떻게 반영해야 할지 등등 비건 세상으로 가기 위해 고민해야 할 문제가 여전히 많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비건 세상에서는 고기를 먹는 지금의 사회가 미개했던 과거로 기억될 것입니다. 마치 우리가 인육을 먹던 과거의 원시인을 기억하듯이 말입니다. 사람들이 고기를 먹는 이유는 사람들이 고기를 먹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먹기 때문에 먹습니다. 인육을 먹는 사회에 태어나면 인육을 먹고, 개고기를 먹는 사회에 태어나면 개고기를 먹습니다. 비건 세상에 태어나면 애초에 고기는 음식이 아닐 것입니다.



살고 싶다, 사는 동안 더 행복하길 바라고
살고 싶다, 사는 동안 더 행복하길 바라고
전범선 저
포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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