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과 확장으로 영생을 꿈꾸는 엔시티 127
이제 앨범 제목 앞에 항상 붙어있던 'NCT #127'이란 스티커는 필요 없다. 1년 반만의 복귀지만 굳이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모두가 알아본다는 자신감의 표출이다.
글ㆍ사진 이즘
2021.10.13
작게
크게


물음표 섞인 갸우뚱거림이 서서히 리듬을 타는 순간, 다국적 보이그룹 엔시티의 핵심 가치인 '네오(Neo)'가 뇌리에 박힌다. 생소한 감각에 대한 정의는 여전히 불명확해 거리감이 느껴지나 지난해 엔시티 127이 'NCT #127 Neo Zone'으로 대중에 한 발짝 다가서며 그 간격을 좁혔다. 기세를 이어 엔시티는 시대를 넘나드는 음악으로 두 번째 단합 대회 'NCT Resonance'를 개최했고 행사에 참석했던 23명의 청년들은 올해 다시 각자의 위치에서 교감을 이어가고 있다.

거대한 반향에 공명하는 엔시티 127의 악기는 피리다. 동양풍 사운드와 탄탄한 베이스의 순환은 타이틀곡 'Sticker'에서 이들의 오묘한 정체성을 꾸며내는 최적의 요소로, 맹렬한 외침을 담은 '영웅'의 프로듀싱과 결을 같이 하면서도 가창에 대비를 두어 또 하나의 실험 데이터를 쌓는다. 랩의 비중을 대폭 줄이고 들여온 알앤비 보컬은 성대를 긁고 꺾어가며 리드미컬한 멜로디를 주도한다.

단편적인 기교로만 맛을 돋우다 보니 본연의 멋을 상실했다. 단출한 기악 구성에 이렇다 할 변주마저 없는 'Sticker'는 태용과 마크의 래핑을 그저 보컬진의 유려함을 견인하는 정도로 활용한다. 단순 파트 배분의 문제를 넘어 엔시티 세계관의 근원인 힙합이 중심에 위치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형국은 앨범 전반으로 뻗어가 피아노가 잔잔히 흐르는 '내일의 나에게' 같은 발라드 트랙의 몰입까지 저해한다. 결과적으로 앨범 커버처럼 멤버 모두가 색을 잃고 만 것이다.

벌어진 이음새를 다시 쫀쫀하게 붙이는 건 냉소를 머금은 메시지다. 데뷔곡 '소방차'부터 최근의 'Punch'까지 진취적이고 저돌적인 태도로 일관한 이들은 이번 작품에서도 기조를 유지하며 기량을 마음껏 발휘한다. 달콤 쌉싸름한 'Lemonade'는 세상의 잡음을 시큼한 레몬에 비유해 쿨하게 들이키면서도, 직진 본능에 충실한 'Bring the noize'의 질주는 사회를 향해 역으로 노이즈를 발산하며 선명한 스키드 마크를 찍는다. 특히 위 두 곡에서 보컬리스트 재현이 낮은 톤으로 읊조린 랩 파트는 본작의 주요 퍼포먼스로 자리하며 팀의 운용 반경을 넓힌다.

이제 앨범 제목 앞에 항상 붙어있던 'NCT #127'이란 스티커는 필요 없다. 1년 반만의 복귀지만 굳이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모두가 알아본다는 자신감의 표출이다. 지난 5년간의 활동을 통해 청년들의 평판은 물론 상업적 성과까지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럼에도 새로움을 갈망하는 문화 기술은 흥행이 아닌 유행을 이끌기 위해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다. 개방과 확장으로 영생을 꿈꾸는 그들에게  역시 먼 미래를 위한 빅데이터에 불과하다.



엔시티 127 (NCT 127) 3집 - Sticker [Sticky ver.]
엔시티 127 (NCT 127) 3집 - Sticker [Sticky ver.]
엔시티 127
드림어스컴퍼니SM Entertainment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채널예스 # 예스24 # 이주의앨범 #Sticker #스티커 #엔시티127 #NCT127
0의 댓글
Writer Avatar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Writer Avatar

NCT 127

멤버 : 쟈니, 태용, 유타, 도영, 재현, 윈윈, 마크, 해찬, 정우 NCT 127는 SM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NCT의 두 번째 서브 그룹으로 서울의 경도인 127을 통해 서울과 K-POP을 알리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태용, 재현, 마크, 윈윈, 해찬, 유타, 도영, 쟈니, 정우로 구성되어 있으며 2016년 7월 '소방차'를 통해 정식 활동을 시작했다. 2017년 1월, NCT의 핵심 키워드인 "무한 개방성, 무한 확장성"을 기반으로 미래와 포부를 담은 EP [LIMITLESS]를 통해 그룹의 독보적인 색깔을 담아냈으며, 강한 중독성의 어반 장르의 타이틀곡 '無限的我(무한적아; LIMITLESS)'로 인상적인 활동을 펼쳤다. 이 활동으로 각종 시상식의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가요계 최고의 루키로 주목받았고, 전 세계 각종 차트에서 성장세를 보였다. 그해 6월, 세 번째 미니앨범 [CHERRY BOMB]은 Dem Jointz, Deez, The Stereotypes 등 국내외 유명 작곡가들이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으며, 마크와 태용이 5곡의 작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후 일본 데뷔 싱글 'Chain'과 'Touch'를 발매, 일본활동에도 박차를 가한 NCT 127은 10월, 그룹의 첫 번째 정규 앨범 [Regular-Irregular]를 선보였다. 현실과 꿈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로 유기적인 짜임새와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글로벌 음악팬들의 이목을 집중케 하였으며,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11월 리패키지 버전을 발표, 3곡의 신곡을 새롭게 공개했다. 이번 리패키지 앨범에서는 잃어버린 정체성을 회복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타이틀곡 'Simon Says'로 다시 한번 인기몰이를 이어갔다. 2019년 4월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여 각성한다는 콘셉트를 담은 일본에서의 첫 번째 정규앨범 [Awaken]을 발표하였고, 뒤이어 네 번째 미니앨범 [WE ARE SUPERHUMAN]을 공개하였다. 국내에 이어 국외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그들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