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특집 에세이] 이 여행은 옳은가 – 카피라이터 김민철
옳은 여행이 되도록 더욱 천천히, 더욱 조심스럽게 움직일 것이다.
글ㆍ사진 김민철(카피라이터)
2021.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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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순식간에 아스라한 표정을 짓는 마법의 주문이 있다. 딱 한 마디면 충분하다. ‘만약 다시 여행할 수 있다면….’ 뒤에 어떤 말이 붙어도 모두의 표정은 한결같다. 여행에 갈급한 얼굴들. 낯선 공기의 질감을 잃어버린 얼굴들. 희미해진 추억 덕에 안타까운 얼굴들. 그 얼굴들을 찾기 위해 어디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나는 거울 속 내 모습에서 그 얼굴들을 모조리 찾는다. 만약 다시 여행할 수 있다면, 그때 내 여행은 어떤 모양일까.

가장 먼저 도착하고 싶은 곳이라면 밤새도록 읊을 수 있다. 포르투갈, 멕시코, 아이슬란드, 베트남, 터키…. 하지만 그곳이 어디든 내 질문은 한결같았으면 좋겠다. ‘이것이 옳은가.’ 이 소비는 옳은가. 이 이동은 옳은가. 내 여행이 이곳 사람들에게 해가 되진 않나. 지구를 아프게 하진 않는가. 그러니까 이 여행은 옳은가. 우리의 행동이 우리의 재앙으로 돌아온 시기를 살았기에, ‘옳은 여행’이라는 감각은 여행의 출발지이자 도착지가 될 수밖에 없다. 

옳은 여행이 되도록 더욱 천천히, 더욱 조심스럽게 움직일 것이다. 욕심을 줄이고, 시선은 더 멀리 둘 것이다. 미소는 더 가까이 둘 것이다. 그렇게 그 순간을 더 풍성하게 음미할 것이다. 만약 다시 여행할 수 있다면, 가보지 못해서 간절하고, 가보아서 다 그리운 그곳들에 도착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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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카피라이터)

일상을 여행하며 글을 쓰는 사람. 글을 쓰며 다시 기억을 여행하는 사람. 광고 회사에서 카피라이터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오래 일했다. 『내 일로 건너가는 법』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띵 시리즈 : 치즈』 『모든 요일의 기록』 『모든 요일의 여행』 『하루의 취향』 등을 썼으며 현재 ‘오독 오독 북클럽’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