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존 버닝햄 · 제2의 퀸틴 블레이크라 평가받는 작가 샘 어셔의 신간 그림책, 『WILD 고양이와 함께한 날의 기적』이 주니어RHK에서 출간되었다. 『SNOW 눈 오는 날의 기적』, 『RAIN 비 내리는 날의 기적』, 『SUN 햇볕 쨍쨍한 날의 기적』, 『STORM 폭풍우 치는 날의 기적』에 이은, <기적> 시리즈의 다섯 번째 그림책이다. 샘 어셔의 <기적> 시리즈는 계절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서 아이와 할아버지가 경험하는 즐거운 상상과 모험을 선사해 독자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샘 어셔는 <기적> 시리즈를 통해 아이와 할아버지의 일상을 보여 주다가 한순간 환상의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해 상상하는 즐거움을 함께 누리게 한다. 상상을 통해 평범한 일상을 즐겁게 물들이는 모험, <기적> 시리즈를 관통하는 미덕은 바로 여기에 있다.
『RAIN 비 내리는 날의 기적』, 『SNOW 눈 오는 날의 기적』 등 전작들에 이어 신작인 『WILD 고양이와 함께한 날의 기적』에서도 아이와 할아버지가 주인공이네요. 둘의 따뜻하고 친밀한 관계가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데요. 혹시 아이와 할아버지의 모티브가 된 사건이나 인물이 있나요?
처음 이 시리즈를 생각한 건 막 런던으로 이사했을 때였어요. 당시 하우스메이트였던 할아버지의 나이가 86세였죠. 전 그 할아버지와 함께 갤러리와 콘서트장을 다니기도 하고 점심 식사도 함께 하곤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의 삶에 대해 배울 수 있었어요. 그 시절 할아버지와의 경험이 이 시리즈에 영감을 주었습니다. 물론 제가 어렸을 때부터 존경해 온 많은 노인들이 할아버지 캐릭터에 섞여 있기도 해요. 예를 들면 세계적인 작가 퀸틴 블레이크, 동물학자이자 방송인인 데이비드 아텐버러, 극작가 앨런 베넷 등이에요. 물론 좀 더 나이 들었을 때 제가 바라는 저의 모습이 투영돼 있기도 합니다. 아이는 글쎄요, 어쩌면 어린 시절의 저일 수도 있겠죠?
이번엔 좀 곤란한 질문일 수도 있겠어요. 당연히 모든 그림에 애착이 가겠지만 그중 이번 신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꼽는다면요?
책을 보면 집 안에 있던 고양이가 갑자기 창 밖으로 나가 달아나 버려요. 아이와 할아버지는 그 뒤를 쫓아 고양이를 찾아 나서고요. 집 마당에서 덤불로 들어간 다음 장면에서 야생 정글이 펼쳐지는데요. 아이와 할아버지가 처음으로 정글 속에 들어가 야생의 자연환경을 마주하고 고양이를 발견한 이 장면을 가장 좋아합니다.
작가님 책의 매력은 일상의 평범한 소재들을 가지고 상상력으로 가득한 장면들을 경계 없이 버무려 내는 데 있는 것 같아요. 이번 책만 해도 그렇죠. 고양이를 찾아 나섰을 뿐인데 야생 정글 모험이 펼쳐진다니요! 그런 장면들을 마주하면 도대체 작가의 머릿속에 얼마나 많은 아이디어가 있는 걸까 궁금해집니다. 그림책을 구상할 때 주로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나요?
대부분의 경우 제가 정말로 그리고 싶어 하는 대상에 대한 생각, 또는 그 대상이 담긴 드로잉에서 아이디어가 시작돼요. 예를 들면 정글(이번 신작의 배경이 야생 정글이죠.), 새, 반사, 눈 덮인 산과 같은 것들이에요. 그리고 거기에서 점차 생각을 발전시켜 나갑니다. 평소 자주 가는 카페에 앉아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엿듣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해요. 여행지나 제가 사는 곳에서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떠올리죠. 다른 사람들의 책에서 아이디어를 훔치는 것도 좋아합니다.
장면 장면에 디테일을 잘 표현하시잖아요. 특히 『WILD 고양이와 함께한 날의 기적』에서는 이름 모를 무성한 이파리와 곳곳을 휘감은 넝쿨, 이국적인 색의 꽃과 열매로 야생 정글의 장면들을 여백 없이 꽉 채우셨어요. 작업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것 같은데, 책 한 권을 완성하기까지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리나요? 작업 스타일도 궁금합니다.
고백하자면 전 작업 속도가 매우 느린 편이에요. 글을 쓰는 데 서너 달, 그림을 그리는 데 한 달 정도 걸립니다. 작업 스타일은 일정한 편이에요. 날마다 아침 아홉 시에 일을 시작해 점심까지 일해요. 점심 식사 후에는 산책을 하고 또 저녁까지 작업을 하죠. 그런 다음 치즈를 먹고 자정까지 작업을 계속합니다. 크리스마스나 친구를 만날 때를 빼놓고는 1년 내내 매일 이 루틴으로 작업합니다.
매일같이 그런 노력을 한다니 믿어지지 않아요. 작가님은 본인의 그림에 늘 만족하시나요?
그림을 잘 그리고 싶은 친구들에게 전 늘 이렇게 말하죠. 자신의 그림에 결코 만족하지 못할 거라고요. 그렇다고 해서 그림 그리기를 멈춰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현재 자신의 그림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은 계속해서 나아질 거라는 의미니까요. 그러다 90세쯤 되면 자신의 마음에 쏙 드는 그림을 완성하고 은퇴할 수 있겠죠. 대답이 되었나 모르겠어요.
그리는 데 특별히 어려움을 느끼는 그림도 있나요?
전부요! 모든 그림이 다 어렵죠.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전 고양이랑 개를 그리는 걸 싫어해요. 고양이랑 개가 떼로 나오는 건 정말 상상하기도 싫은 장면이에요.(웃음)
(그럼에도 샘 어셔는 『WILD 고양이와 함께한 날의 기적』에서 수많은 고양이가 등장하는 장면을 굉장히 사랑스럽게 완성했다!_편집자 주)
벌써 마지막 질문이네요. 앞으로 어떤 작품을 선보일지 무척 궁금합니다. 혹시 고민하고 있는 주제나 아이디어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또 작가님의 그림책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도 들려주세요.
샘 어셔 『WILD 고양이와 함께한 날의 기적』의 후속권으로 한창 작업 중인 『LOST』와 『FOUND』 이후에도 아이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계속될 겁니다. 많은 신화 속을 모험하게 될 것 같아요. 지구, 바람, 물, 불과 같은 요소들을 책에 담을 예정입니다. 어떤 주인공이 등장하든, 어떤 소재로 어떤 이야기를 풀어내든 그림책을 통해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딱 한 가지예요.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세상이죠! 저는 아이들이 제 그림책에서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세상을 발견하면 좋겠어요.
*샘어셔 영국의 웨스트잉글랜드 대학에서 일러스트를 공부했다. 첫 작품 『알록이와 숨바꼭질』로 워터스톤즈 상을 받았고, 레드하우스 어린이·청소년 부문과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 후보에 오르면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작품으로 『STORM : 폭풍우 치는 날의 기적』, 『RAIN: 비 내리는 날의 기적』, 『SUN: 햇볕 쨍쨍한 날의 기적』, 『SNOW : 눈 오는 날의 기적』, 그림을 그린 책으로는 『그 나무는 무엇을 보았을까?』, 『무스와 브라운 씨』, 『세상에 단 하나뿐인 곰돌이』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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