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해원 “청소년의 삶을 아끼고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면 결국 이 작품을 쓰게 된 계기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의 슬픔’입니다. ‘슬픔’에서 시작된 글은 제가 이 작품을 쓰기 위해 만난 아이들을 보면서 점차 ‘희망’으로 바뀔 수 있었습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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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살의 털』 이후 13년 만에 김해원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나는 무늬』가 출간되었다. 김해원 작가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죽음을 마주하며,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과 그 삶의 무늬를 꾹꾹 눌러썼다. 『나는 무늬』는 세상이 멋대로 부르는 이름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이름을 찾아가는, 스스로 아름다운 무늬를 새기는 이들의 이야기다. 


 


“오토바이 도둑, 너무 아프잖아.” 문희의 이 말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작품이 나오게 된 배경이라고 짐작할 수 있는데, 작가님이 이 작품을 쓰게 된 계기를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며칠 전 팽목항에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생각했지요. 결국 ‘나는 무늬’의 시작은 이곳이겠구나. 7년 전 봄,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어른들은 한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미안하다고. 그 봄을 눈물로 보내면서 어른들은 길에서 만나는 아이들만 봐도 고맙다고 했지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청년들의, 아이들의 아픈 죽음을 방치하고 있습니다. 그 죽음을 바라보는 게 무척 힘들었고, 지금도 힘듭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 때처럼 가슴만 아파할 뿐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결국 이 작품을 쓰게 된 계기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의 슬픔’입니다. ‘슬픔’에서 시작된 글은 제가 이 작품을 쓰기 위해 만난 아이들을 보면서 점차 ‘희망’으로 바뀔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 ‘희망’을 끈질긴 생명의 힘, 연대의 힘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에 그 생각을 담으려고 했습니다. 

이야기에서 이름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 같아요. ‘문희 그리고 무늬’라는 이름이 나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몇 년 전 어떤 아이 이름이 ‘무늬’라는 말을 듣고는 저절로 ‘삶의 무늬’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사람은 저마다 자신만의 무늬를 새기겠구나 싶었지요. 그래서 이 작품을 쓰면서 주인공 이름을 처음부터 무늬라고 정했습니다. ‘문희가 자신만의 무늬를 스스로 새겨가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화두입니다. 글을 쓰는 내내 저는 무늬가 힘차게 자신의 발자국으로 자신의 무늬를 새기길 바랐습니다.

심각한 사회 문제와 청소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만큼, 이 책을 쓰면서 우려됐던 부분이나 고민했던 지점이 있을 것 같아요. 이야기를 쓰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 작품의 주인공은 ‘살아남은’ 아이입니다. ‘살아남다’라는 말은 비극을 내포하고 있지요. 저는 주인공을 ‘살아남은’ 아이가 아니라 ‘살아가는’ 아이로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이 ‘살아남은’ 아이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삶의 배경, 환경이 갖는 편견을 깨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글을 쓰는 제가 지금껏 몸에 새겨온 편견을 떨쳐버려야 했지요. 하지만, 몸에 배어 있는 것이라서 나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자신을 경계하고 의심해야 했지요. 그래서 마지막까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내가 끝까지 잘 달려왔는지 확신할 수 없었지요.

문희, 윤지윤, 오사강, 김태주, 그리고 이진형까지. 작중 인물들이 모두 우리 곁 어딘가에 있을 만한 모습으로 생생하게 등장합니다. 이 작품이 나오기까지 많은 아이들을 만나 왔을 것 같은데, 그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청소년 소설을 쓸 때 많은 자료를 봅니다. 요즘 청소년에 대한 보편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건 죄다 동원하지요. 그리고 직접 청소년들을 만나는데, 이 작품 같은 경우에는 한동네에 사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다 보니 더 많은 청소년을 만나야 했지요. 대개 아는 사람들을 통해 알음알음 소개받아서 만났어요. 그들 중 몇은 두어 번 만나 인터뷰했지만, 대개 1년 동안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났습니다. 처음에 만날 때는 인터뷰를 한다는 생각에 서로 어색했는데, 자주 만나니까 편해져서 밥 먹고 수다 떨고 고민도 얘기하고 그랬지요. 아무튼 제가 만난 청소년들의 삶과 생각이 이 작품을 쓰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책이 나온 뒤 아직 그 친구들을 못 만났는데, 제 작품을 그들이 어떻게 읽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떨리기도 합니다. 

작가님에게 ‘청소년’은 누구인가요? 청소년소설을 쓰는 이유도 궁금합니다.

이렇게 청소년소설을 쓰게 될지 몰랐습니다. 청소년이 누구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아이를 키우면서 내 아이가 청소년이 되었을 때도, 내 아이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으니까요. 그런 사람이 과연 청소년들의 삶을 잘 그려낼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지요.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도 제가 자꾸 이 자리에서 미적거리는 건, 그들의 삶을 아끼고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모두 똑같은 교복에 똑같은 의자에 앉아 있어 똑같은 모습일 것 같지만, 그들 안으로 들어가 보면 제각기 자신만의 분명한 무늬를 새기고 있지요. 그 무늬를 보는 게 참 좋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없다고 하면서도 그들을 떠나지 못하고 있지요.

이야기를 읽다 보면 눈길이 머물고 가슴이 먹먹해지는 문장을 곳곳에서 만나게 됩니다. 글을 쓸 때 단어와 문장을 굉장히 고심해서 고르고 배열하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작가님에게 문장이란 무엇이고, 자신만의 문장을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틈틈이 낱말 공부를 합니다. 제 목표는 사전을 한 권 다 읽는 겁니다. 그냥 날마다 사전 몇 장씩을 읽고, 처음 보는 낱말은 수첩에 적어놓습니다. 책을 읽거나 할 때 처음 보는 낱말도 수첩에 적어요. 그렇게 만든 단어장이 꽤 많습니다. 그렇다고 그 단어장을 보며 외우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대개 단어장에 적는 것으로 끝나버리지요. 사실 글을 쓰다 보면 낱말을 많이 아는 것보다 중요한 건 사물을,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냐는 겁니다. 문장이란 낱말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생각을 나열하는 것이라서 평소 생각을 멈추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세상이 멋대로 부르는 이름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이름을 찾아가는, 스스로 아름다운 무늬를 새기는 이들을 내내 생각했다.”라는 작가의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스스로 새기는 삶의 아름다움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작가로서 삶에 새겨 넣고 싶은 무늬가 있다면 어떤 것일지도 궁금합니다. 

자신의 꿈을 찾아서 천천히 걸어 나가는 이도, 막 사회에 나와 서툴게 일하는 이도, 아이를 품에 안고 어르며 웃는 이도, 이른 아침 어김없이 출근길에 올라야 하는 이도 모두 자신만의 무늬를 새기고 있는 것이지요. 산다는 게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라서 살기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의 삶은 어떤 모양이든지 아름답습니다. 저도 그렇게 살아오면서 제 무늬를 새겼겠지요. 아직 제 무늬가 어떤 것이지 선명하게 보이지 않지만요. 그리고 작가로서는 제 삶에 제 무늬가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의 무늬가 새겨졌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너른 종이면 좋겠습니다. 




*김해원

어릴 적부터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하다가 그만 이야기 짓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서른이 훌쩍 넘어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김해원은 2000년 「기차역 긴 의자 이야기」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고, 2003년 「거미마을 까치여관」으로 제11회 MBC 창작동화대상을 받았다. 『열일곱 살의 털』로 제6회 사계절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글을 세상에 내놓는 일이 부끄럽지만 새로운 인물들을 만들어내는 작업이 무척 즐겁다고 한다. '어린이책을 만드는 사람들' 동화창작모둠에서 활동하며, 어린이책 작가 모임인 '어린이책을 만드는 놀이터'에서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는 무늬
나는 무늬
김해원 저
낮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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