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게 무섭고 꺼려지게 되니, '나홀로 미디어'와 '집콕' 트렌드를 타고 다양한 비대면 콘텐츠 사업이 훨훨 날고 있다. 작년 1월에 출간했던 『콘텐츠가 전부다』에 대해 노가영 대표저자는 "3주 뒤에 닥칠 글로벌 팬데믹을 예측한 채 집필한 것은 아니었으나 장기화된 집콕 문화와 사회적 거리두기는 '나홀로 미디어'와 디지털 플랫폼 소비 폭증으로 지난 일 년간 책 제목 그대로 '콘텐츠가 전부'인 시대를 견인해 왔다"고 말한다.
『콘텐츠가 전부다』에서 미디어 판에 벌어지는 콘텐츠와 플랫폼 간의 헤게모니를 영상, 음악, 게임, 소셜 미디어 등 산업별로 분석했던 노가영 대표저자는 이번 『콘텐츠가 전부다 2』에서는 미디어 산업 최전선에서 일하는 김정현, 이정훈 저자와 함께 각각의 콘텐츠 산업별로 콘텐츠와 플랫폼을 저울질하는 것에 집중하며 새로운 미래를 예측한다. 『콘텐츠가 전부다 2』의 저자들은 책 속에서 '콘텐츠가 전부다'라는 책 제목을 넘어선 '콘텐츠가 더욱 전부'인 세상, 앞으로 펼쳐질 위드 코로나 시대의 콘텐츠 세상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
이번 『콘텐츠가 전부다 2』에서 특히 영화, 드라마 등 K-콘텐츠의 약진이 매우 두드러진다고 하셨는데 그 주요 배경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K-콘텐츠의 인기는 한류스타나 K팝 스타와 연계된 배우들의 힘, 넷플릭스 효과 그리고 스토리텔링까지 3박자가 잘 어우러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도 <겨울연가>의 욘사마,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 신드롬처럼 한국 배우들의 파급력은 입증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독보적인 한류 스타만 존재했었죠. 이에 반해 지금은 손예진에서부터 아이유까지 해외 팬덤을 갖춘 스타들의 라인업이 더욱더 두터워졌습니다. 덕질할 수 있는 한류 배우들이 많아지면서 해외 팬들이 K-콘텐츠를 계속 찾게 된 거죠.
그러나 아무리 좋은 배우가 있더라도 알려질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죠. 여기에는 넷플릭스의 공이 매우 큽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동남아나 일본 방송국들이 K-콘텐츠 판권을 구매하고 자신들의 TV 채널에서 방영해야만 한국 작품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 190여 개 국가에서 넷플릭스에만 가입하면 다양한 K-콘텐츠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 덕에 국가 간 장벽은 매 실시간 허물어지고 있고 한류 스타들은 그만큼 가까워졌죠.
심지어 K-콘텐츠는 일본이나 중국 드라마처럼 특유의 문화적 색깔도 짙지 않고 트렌디함과 대중적인 스토리까지 겸비하고 있으니 작금의 신한류가 일어날 수 있었던 것 아닐까요.
국내 OTT 시장은 넷플릭스 편향이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 시장에서 국내 사업자들의 반격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그러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요?
한동안 넷플릭스 의존성은 지속될 것으로 봅니다. 넷플릭스는 이제 자신들이 콘텐츠에 투자하는 만큼 사람들이 제 발로 넷플릭스를 찾아온다는 것을 확실히 알았으니까요. 최근에도 국내 드라마 사상 최대 제작비인 회당 30억 원을 투자한 <스위트홈>이 2020년 12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자, 12월의 넷플릭스 순 이용자 수가 11월 대비 순식간에 100만 명이나 늘어났습니다. 늘어난 가입자로 콘텐츠에 재투자하고, 다시 또 가입자를 늘리고…2020년에만 국내 콘텐츠 투자에 3천억 원 이상을 투입한 넷플릭스가 2021년에는 6천억 원 이상을 쏟아부을 것으로 예상되니 게다가 K 콘텐츠의 전 세계적 흥행은 넷플릭스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를 더욱 자극했을 테니, 리드가 K 콘텐츠 투자에 더욱 사활을 걸리라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국내 OTT 사업자들이 반격하기 위해서는 사업자 간 단순 연대나 결합을 넘어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는 ‘결연함’ 까지로 이어져야 하겠죠. 최근, CJ는 티빙(TVING)을 중심으로 네이버 및 JTBC 스튜디오와 연합 전선을 구축하며 콘텐츠 역량을 결집하고 있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주는 넷플릭스에 콘텐츠 공급을 끊을 수는 없어 보입니다.
2021년은 디즈니플러스를 비롯하여, 중국발 OTT까지 유입되며 동시에 2~3개 OTT를 중복하여 소비하는 움직임이 있겠지만 K 콘텐츠가 끊임없이 제공되는 넷플릭스의 슈퍼 1강 체제는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틱톡의 상승세가 무서운데요. 틱톡이 앞으로도 대세 SNS가 될 수 있을까요?
틱톡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였던 사업 매각 문제가 오라클 & 월마트 연합군에 인수되는 것으로 일단락되면서 급한 불은 끈 모습입니다. 서비스적으로도 지속적인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는 틱톡은 중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서비스 기능들이 속속들이 도입되면서, 많은 크리에이터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실제로 타 채널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들이 ‘이 시장이 얼마나 돈이 될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물론 틱톡이 이 시장의 TOP으로 올라서리라는 것은 무리한 예측입니다. 『콘텐츠가 전부다 2』에서도 다뤘듯, 멀티 소셜미디어(멀티 SNS)의 시대는 분명히 도래했고, 틱톡은 그들이 가장 잘하는 부분에서 입지를 공고히 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이 틱톡에 어떻게 대응할지나 10대들의 유입을 위한 재미있는 콜라보가 가능할지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크리에이터 전성시대라고들 하는데, 현재 크리에이터 군단이 과거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한국으로만 국한하더라도 유튜브에서는 매일 100여 개의 신규 채널들이 개설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는 1분마다 600여 시간의 새로운 콘텐츠가 업로드되고 있습니다. 나 스스로가 콘텐츠이자 TV 방송국이 되던 유튜브 시대에서는 채널 구독자 수가 10만 명 이상인 스타 유튜버뿐 아니라 99%의 개미 유튜버들이 활발히 활동하며 기존 콘텐츠 산업의 전형화된 패러다임을 전복시켰죠.
즉, 크리에이터 1.0시대란 이처럼 유튜브에서 촉발된 디지털 너드들이 산업을 뒤흔들며 새로운 크리에이터들이 무수히 창출되던 때입니다.
그리고 저자들은 팬데믹을 한창 지나는 중인 지금의 OTT 대세론 속에서 디지털 플랫폼들은 끊임없이 크리에이터 군단이 필요하고 콘텐츠 사업자들은 플랫폼들을 저울질하며 매스 콘텐츠의 시대를 열고 있는 지금을 크리에이터 2.0 전성시대로 명명했습니다.
문화/연예 사업 외에 지금 콘텐츠를 적극 수용하고 있는 타 산업 분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콘텐츠가 전부다 2』라는 책 제목이 ‘콘텐츠가 더욱 전부다’로 바뀌어야 할 것 같은 요즘입니다. 어떤 산업이든 콘텐츠 요소가 가미되지 않은 부분이 없거든요. 책에서 다룬 에듀테크(Edu-Tech) 부분 외에도, 슈카월드, 박가네, 조승연 작가와 같은 크리에이터들이 지식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활발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M드로메다’ 채널에서 방영하는 주식 유튜브 <말년을 행복하게>를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정말 ‘무엇이든지 콘텐츠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되지 않았는가를 피부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모빌리티 영역도 굵직한 이야기들이 한둘씩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애플이 2024년 ‘애플 카’를 출시한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는데요. 책에서 언급했듯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시대에 차량은 ‘움직이는 스마트폰’ 의 형태가 될 텐데, 그 안에서 어떻게 애플 생태계를 구현하고, 어떤 콘텐츠들을 제공할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네요.
팬데믹 시대와 콘텐츠 소비의 관계는 이미 명확해진 것 같습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도 이런 움직임이 계속되리라고 보십니까?
네. 인간적인 정서는 부족하지만 효율적이고 편리한 비대면이나 나홀로 시청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굳이 코로나 19 이전으로 돌아갈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저자들뿐 아니라 대부분의 전문가가 현재의 언택트 중심의 소비가 과도기적 트렌드가 아닌 하나의 문화로 굳어지리라 예측합니다.
다시 말해, 포스트코로나 시대가 곧 ‘위드코로나(With Corona)’의 시대일 수 있다는 것이죠. 위드코로나 시대에서 콘텐츠 소비의 핵심은 OTT 소비와 온라인 실시간 스트리밍의 대중화로 보입니다.
당연하다시피 시행되던 각종 대면 행사나 공연이 축소되고 있음은 물론 서운하지만, 이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인 엔터테이닝 니즈와 연결되며 영화, 드라마, 게임, 음악 등의 미디어 소비 시간을 대폭 늘렸고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끝으로, 저자님이 꼽으시는 '최강 콘텐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3개만 말씀해주시죠.
3개는 너무 작은데요?(웃음) 우선은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킨 콘텐츠를 먼저 언급하고 싶습니다. K-팝 최초로 빌보드 'Hot 100' 1위에 등극한 BTS의 <다이너마이트(Dynamite)>입니다. 코로나 19로 지쳐있는 국민에게 올림픽 금메달보다 수배 이상의 기쁨을 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다음으로는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공개된 네이버 웹툰 원작의 <스위트홈>에게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2020년 이후 넷플릭스의 K-드라마 열풍은 더욱 세지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스위트홈>을 꼽은 이유는 제가 단 하루 만에 다 본 몇 안 되는 시리즈라는 점. 그리고 아시아를 넘어 미주, 유럽에서도 넷플릭스 Top10에 포함되며 K-좀비 열풍을 만든 <킹덤>에 이어 K-몬스터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점입니다. <스위트홈> 덕에 2021년 K-콘텐츠의 출발이 아주 산뜻한 느낌이랄까요?
마지막은 이번 『콘텐츠가 전부다 2』에서도 저술된 웹툰 몇 편을 소개합니다. 카카오페이지의 ‘나 혼자만 레벨업’과 네이버 웹툰의 ‘전지적 독자 시점’ 입니다. 한국 판타지 소설의 웹툰화라는 공통점을 가진 두 콘텐츠는, 이제까지 본 적 없는 수준의 화려한 작화로 원작 소설을 훌륭하게 연출해 냈습니다. “Take my money~”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저 역시 아낌없는 유료 결제를 통해 최신화 연재분을 따라잡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에서 개봉한 <귀멸의 칼날 : 무한열차 편> 이 역대 흥행 1위였던 <센과 치히로의 모험>의 기록을 19년 만에 갈아치웠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귀멸의 칼날>만큼 대형 만화가 등장한다면, 저 두 작품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노가영 SK브로드밴드 미디어성장그룹 (前, SK텔레콤. KT. CJ엔터테인먼트. CJ CGV) 성균관 대학교 경영학부에서 산업심리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CJ엔터테인먼트와 CGV에서 콘텐츠 투자 유통을 담당했다. 이후 16년간 통신 기업들의 사업구조기획실, 미디어 본부, 그룹 미디어 전략실 등에서 IPTV 사업 전략, 3D 콘텐츠와 채널 사업, 뉴미디어 콘텐츠 투자와 OTT 전략 업무를 했다. 현재는 미디어와 ICT 사업과의 연계점을 고민하고 있다. 평범한 회사원이지만, 문화 예술 전반에 애정이 넘치는 끼쟁이다. CJ엔터테인먼트 영화 트리트먼트 공모전 1위, 씨네 21 고맙습니다 사진 공모전 3위에 오른 이력이 있으며 공연 예술잡지 「씬 플레이빌」에서 영화 칼럼을 연재했다. 푹 빠져 있는 인스타그램 계정은 ‘Carolynbessette’, ‘Braderfrank’이며 소셜 미디어에서의 포장된 모습 역시 ‘나’와 ‘그 사람’의 본연이라고 믿는다. 지은 책으로 『유튜브 온리』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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