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는 엘리트로 인정받던 검사가 검찰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고뇌를 담았다. 불공정 인사, 전관예우, 여성 차별, 스폰서 문화, 언론 유착, 사건 조작 … 저자는 검찰 조직의 민낯을 거침없이 폭로하고 한국 사회의 가장 어두운 그늘을 들여다보며 느낀 절망과 더불어 이를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그 너머, 희망까지 이야기한다.
이연주 저자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인천지방검찰청 검사로 일하다 현재는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검찰에 근무할 동안 검찰이라는 조직의 불합리와 폐쇄성, 어두운 이면을 목격한 후 극심한 무기력과 우울감에 시달렸다.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다음 날 아침에 눈이 떠지지 않기를 바랄 정도였다. 결국 조직을 떠났으나 그때의 기억들은 2015년 4월 김홍영 검사의 자살과 2018년 서지현 검사의 미투 등 검찰과 관련된 이슈가 터질 때마다 상기되어 스스로를 괴롭혔다.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를 읽고 있는 사진이 화제가 되었는데요. 인기는 실감하시나요? 그리고 이 책을 쓰기로 했던 계기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방송에서 불러주는 일이 잦아졌을 때, 그리고 친척이 오랜만에 연락해서 사인한 책을 보내 달라고 했을 때 조금 알려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 본업은 변호사이니까요. 책 홍보 일이 어느 정도 끝나면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고 싶어요. 원래 말수가 적고 평온한 생활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지금의 분주함과 주목이 제게는 맞지 않습니다.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검찰을 떠나온 후로 서지현 검사의 미투, 안미현 검사의 강원랜드 외압 폭로, 김홍영 검사의 자살과 같은 문제들이 계속 터지면서 제가 겪은 일을 큰 맥락에서 바라보게 되었을 때부터예요. 저의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검찰청에서 어느 검사라도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정치적 각성을 한 국민과는 달리 검사들은 그간의 검찰권 남용에 대해 깊은 성찰이 없는 것도 참으로 슬펐어요. 그래서 정의와 공정의 얼굴을 하고 있는 내부자들끼리 어떤 말과 생각을 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고, 페이스북에 검찰에 관한 글을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그 글들을 이번에 책으로 엮어서 내게 되었습니다.
최근 검찰을 다룬 책 중에서 덜 딱딱하면서도 친절한 책이라고 느꼈는데요. 어떤 독자를 염두에 두고 책을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검찰에 관한 기존 책들은 일반인이 읽기에 어렵고 딱딱한 경우가 많습니다. “죽이는 수사로 명성을 얻고 덮는 수사로 돈을 얻는다”라는 말처럼 검사들에게 검찰권은 더 큰 권력과 부를 획득하는 수단이 되었고, 검찰권 행사의 장은 검찰 전관 변호사의 놀이터가 되었죠. 그리고 검찰의 무소불위 힘은 정치경제계 및 언론과 유착관계를 맺으며 공고하게 유지됩니다. 이렇게 감시와 견제에서 자유로운 검찰의 내부 상황을 국민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책에서 검찰 내 성추행, 직장 내 괴롭힘이 극심하다고 계속해서 지적하고 있는데요. 법조인들임에도 고소와 고발이 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검찰 내에 엄격한 상명하복의 문화가 자리 잡고 있고, 검찰지상주의적 사고 하에 조직의 위신을 우선하니 검사 개개인의 양심과 인권은 무시됩니다. 검찰은 그동안 정권의 통치 도구로 협력한 대가로 아무런 통제와 감시를 받지 않고 해방구로 지내오면서 검찰 간부들의 전횡이 난무하였고요. 그러다 보니 하급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못 내고 짓눌려 있게 되죠.
알려진 대로 어느 검사의 부친 장례식장에서 안태근 검사가 서지현 검사를 추행했습니다. 상관인 이귀남 법무부 장관조차 “내가 이놈을 수행하고 다니는지, 이놈이 나를 수행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한 게 전부였다는데 참 기가 막히죠. 안태근 검사가 워낙 잘나가니 대검의 감찰 담당 검사들 또한 겁을 먹고 감찰을 중간에 덮어 버리죠. 자기 자신도 겁먹어 동료의 피해에도 눈을 감는 사람들이 국민의 권익을 위해 과연 나설까요?
4장 ‘여자 그리고 검사로 일한다는 것’ 파트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대표적인 남초 기업인 검찰에서 일할 때 고충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검찰은 대단히 남성 중심적인 문화이고 여성에 대한 인식이 척박합니다. 어느 부장검사는 검사로서 좋은 실적을 내려면 검사실 내 배치된 수사관과 돈독한 관계를 갖는 게 중요하다면서 같이 오입질을 하라고, 그것만큼 서로 흉금 없애는 일이 없다고 여검사도 있는 자리에서 말하더군요.
강력한 상명하복의 문화, 청탁을 놓지 못하는 검사들. 과연 이러한 세태가 바뀔 수 있을지 의문인데요. 생각하시기에 변화를 위해서는 어떤 일들이 이루어져야 할까요?
첫째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손에 쥐고 있으면 표적수사와 같이 사람을 죽이는 잔인한 수사를 할 수 있는 배경이 됩니다. 그래서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분리되어 검찰이 기소만 담당하는 기관이 되어야 합니다. 둘째로는 위법부당한 수사 및 기소를 한 경우 검사가 징계받거나 처벌받아야죠. 그래서 감찰권이 실질화되는 것도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검사들의 부패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공수처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이때까지 검사들은 수사와 처벌을 받지 않음으로써 깨끗한 척하고 있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공수처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일부 목소리도 있습니다. 검찰과 공수처가 서로 견제, 감시하는 역할을 할 것이고 공수처의 권한 남용에 대해서는 검찰이 견제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일부 독자들이 1년 경력으로 검찰 전체를 판단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있는데요. 임관한 지 1년 만에 검찰을 떠난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떠난 이유야 당연히 검사 생활에서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었고, 지극히 불행했기 때문입니다. 미천한 경험으로 검찰을 함부로 판단한다는 지적에 대해 말하자면, 검찰을 떠난 후에 검찰의 모습을 보면서 제가 겪은 것들이 단지 제 자신만의 개별적인 경험이 아니라 보편적인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변호사를 하면서 검찰의 모습을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어요. 사람들이 제 책에 주는 관심 또한 평소에 검찰이 만인을 법 앞에 평등하게 다루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가 내부에서도 이런 말과 행동들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생긴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었거나 앞으로 읽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우리는 4년 전 광화문 광장에서 함께 민주주의를 위한 대단한 진전을 만들어낸 사람들입니다. 그때 함께 했던 꿈과 희망을 끝까지 놓지 않기를, 서로 북돋아 주고 위로해가며 먼 길을 같이 걸어갔으면 합니다.
*이연주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인천지방검찰청 검사로 일하다 현재는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영국의 카디프대학에서 해상법을 공부하였으며, 2018년부터 경찰수사정책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검찰에 근무할 동안 검찰이라는 조직의 불합리와 폐쇄성, 어두운 이면을 목격한 후 극심한 무기력과 우울감에 시달렸다.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다음 날 아침에 눈이 떠지지 않기를 바랄 정도였다. 결국 조직을 떠났으나 그때의 기억들은 2015년 4월 김홍영 검사의 자살과 2018년 서지현 검사의 미투 등 검찰과 관련된 이슈가 터질 때마다 상기되어 스스로를 괴롭혔다. 검찰에서의 일들이 2010년의 스폰서검사 파문, 2012년 김광준 부장검사 비리사건 등으로 변주되는 것을 겪었고,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에서 불덩이가 솟구친다. 그 고통과 불덩이를 혼자 삭일 수 없어 드러내고 풀어내기로 마음먹는다. 자신의 SNS 계정에 검사로 일할 당시 겪은 일들과 검찰 조직을 둘러싸고 느끼는 소회 등을 게시하고 검찰 개혁을 조명하는 언론의 인터뷰나 지면에 등장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커다란 권력 집단의 치부를 공개하는 일은 위험하고 조심스럽지만 그렇기에 더욱더 가치가 있는 일임을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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