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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장이 직접 알려주는 인류 진화의 비밀

『왜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았을까』 이한용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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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은 과거를 연구하는 학문이지만 동시에 미래도 봅니다. 현재의 내가 과거의 그들과 나처럼 미래의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고고학을 통해서 돌아볼 수 있는 것이죠. (2020.12.17)


하루에도 열두 번씩 쏟아지는 질문에 구석기시대 유물의 과학성을 쉽고 논리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박물관장이 있다. 고고학은 벽돌 하나만 밀면 새로운 세상이 나타나는 낭만이 아니라 하나의 증거라도 살뜰하게 채집하려는 집요함과 치밀함이라 말하면서도 인류 진화의 퍼즐을 맞추는 상상은 늘 짜릿하다며 웃는 고고학자다.

이 책은 그가 박물관장의 경험을 곁들여 인류 진화의 과정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 설명부터 최신의 연구에 이르기까지 즐겁고 유쾌하게 풀어냈다. 다양한 고고학 이야기로 유구한 시간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옛날에 누가 살았는지를 생각하는 사람은 앞으로 이 땅에 누가 살게 될지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왜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았을까?』가 2020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에 이어 APCTP 2020 올해의 과학도서로 선정되었습니다. 먼저 소감 부탁드립니다. 

우선 부족한 게 많은 저의 책이 올해 과분한 평가를 받게 되어 기쁩니다. ‘이한용의 구석기통신’이라는 제목으로 신문칼럼 연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출간 제안을 받았습니다. 인생 첫 번째 책 출간이라는 목표가 생겨 칼럼 집필과 함께 꾸준히 원고를 작성한 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좋은 계기를 만들어 주신 편집자분께 특히 감사를 드립니다. 

이 책은 구석기 고고학이라는 다소 어려운 주제를 다뤘기 때문에 박물관 관람객들에 전시를 설명하듯 이해하기 쉽도록 썼습니다. 인문학적 에세이라고 생각하고 집필했지만 인류의 진화라는 큰 주제를 다루고 있어 과학도서로도 평가를 받게 되었던 점이 기억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시각으로 제 책을 평가해 주시는 독자분들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올해는 코로나19를 빼고 설명하기 어려운 해였어요. 전염병의 확산으로 과학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코로나19 대유행 사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갑자기 닥친 인류 최대의 위기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쌓아놓은 과학적 지식만이 이번 코로나19 상황의 분석은 물론 해법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임을 확인한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매일매일 발표되는 코로나19 관련 각종 데이터들도 과학적 사고의 감수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봅니다. 전염병의 확산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등 인류의 생존에 위협을 주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요즘 과학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류의 생존방법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것은 결국 과학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과학이 제시하는 해법을 우리 스스로 잘 따를 때만 가능한 일이겠지만요.

APCTP 2020 올해의 과학도서 중 유일한 고고학 서적이라 더욱 의미가 남다릅니다. 과학계에서 고고학의 위치를 되돌아볼 기회가 된 것 같아요. 또한 고고학을 어렵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은데요. 작가님의 의견은 어떠신가요?

‘고고학’ 하면 아직도 <인디애나 존스>를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말 타고 채찍질하면서 얻을 수 있는 고고학적 지식은 없습니다. 고고학은 답답할 정도로 치밀한 발굴 과정과 여러 가지 과학적 방법론이 동원된 분석연구가 필수적인 학문입니다. 그래서 ‘과학으로 하는 고고학’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인문학이면서도 과학인 셈이지요. 특히 인류의 진화와 선사시대를 다루는 구석기 고고학은 수백만 년 전의 유물들도 연구 대상이기 때문에 엄밀한 과학적 데이터에 의한 검증 과정이 필수적인 분야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고고학자들이 수행하는 어려운 연구 과정이고 이런 연구를 통해 밝혀진 결과들은 사실 <인디애나 존스>만큼 재밌고 유익한 것들입니다. 땅속에 묻힌 유물들을 발견하는 고고학자의 기쁨을 고고학 관련 책에서 찾아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마치 유물을 발굴하듯 책 속에서 나만의 고고학 지식을 발굴하는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편집자에게 이 책은 과학 도서이지만 마음에 위로가 많이 됐어요.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살아남았구나’라는 사실이 불안한 상황을 버틸 수 있는 힘이 되더라고요. 이것이 고고학의 매력인가 싶기도 했고요.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고고학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고고학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지금은 사라진 우리의 먼 조상들을 때로는 화석으로 때로는 그들이 남겨놓은 물건 즉 유물을 통해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은 석기 한 조각에도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유물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그 이야기를 찾아내어 듣는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이야기가 들렸을 때 더 큰 기쁨이지 않나 싶습니다. 지금까지 고고학에서 밝혀낸 사실들은 인류는 언제나 위기였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생존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두 발로 걷기 시작했고 석기를 만들었고 불도 피웠습니다. 그렇게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았죠. 그 치열한 생존의 기록들이 땅속에 오롯이 묻혀 있습니다. 고고학자들은 이 기록물들을 발굴이라는 특수한 연구 방법을 통해 찾아냅니다. 짜릿한 경험입니다. 고고학은 과거를 연구하는 학문이지만 동시에 미래도 봅니다. 현재의 내가 과거의 그들과 나처럼 미래의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고고학을 통해서 돌아볼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고고학이 참 매력적인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곡선사박물관장으로 겪은 경험담이 책에 녹아있어 더욱 쉽게 고고학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호평이 많았어요. 최근 전곡선사박물관의 상황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제가 전곡리 유적에 발을 디딘 지도 거의 30년이 되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전곡리 유적과 전곡선사박물관의 중요성과 의미에 대해서도 기록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좋은 평도 해주셨습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올해는 불행하게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박물관은 휴관과 개관을 반복하였고 현재는 방역수칙에 따라 매우 제한적인 인원만이 부분적으로 관람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박물관에도 커다란 위기를 가져왔습니다. 비대면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그간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방식으로 관람객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이 경험들은 코로나19 이후에도 박물관 운영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도 어서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어 예전처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박물관을 만나고 싶습니다.  



주먹도끼가 이번 한국사 시험 1번 문제의 정답이라고 들었어요. 『왜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았을까?』에도 자주 언급되는데 많은 사람들이 주먹도끼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주먹도끼는 오늘날의 휴대폰에 비유되곤 합니다. 늘 손에 지니고 있었다는 뜻이죠. 오늘날 휴대폰이 우리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만큼 주먹도끼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주먹도끼를 만들기 위해서는 머릿속에 최종 완성 형태의 주먹도끼가 마치 설계도처럼 들어 있어야만 했습니다. 체계적인 사고, 계획성, 미래에 대한 예측 등 그동안의 사고체계와는 완전히 다른 도약이 필요했습니다. 

주먹도끼를 만들 수 있게 되면서부터 진정한 의미의 도구를 만드는 인류가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먹도끼는 기능적으로 훌륭하지만 그 모양도 마치 잘 다듬어진 물방울 다이아몬드 같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미의식도 주먹도끼를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무려 160만 년 전의 일이죠. 주먹도끼는 자기에게 주어진 돌이라는 환경을 체계적으로 극복한 인류 최초의 사례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닥쳐올 인류의 생존위기에서 우리는 새로운 주먹도끼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주먹도끼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직 책을 읽지 못한 예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수백만 년 전 두발로 일어서서 어눌한 첫걸음을 떼며 새로운 진화의 길로 접어든 인류가 석기를 만들고 불을 피우고 동굴벽화를 그리고 구석기 비너스를 깎으면서 오늘날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은 앞으로 수백만 년 후 우리가 어떠한 모습으로 이 땅에 살아가게 될지 어렴풋이나마 그 길을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뉴 노멀이라고 하는 새로운 시대, 겪어보지 않은 미래에 대한 공포가 우리를 감싸고 있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우리 인류가 오늘날까지 걸어온 그 길은 언제나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미지의 세계를 향한 모험의 길이었습니다. 그 길은 혼자 걷는 외로운 길이 아니라 가족과 동료 공동체가 함께하는 화합과 공존의 길이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오늘의 우리 호모사피엔스가 되었는지 인류의 진화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감사합니다. 



*이한용

전곡선사박물관장으로 매년 한국에서 세계구석기심포지엄을 열고 주먹도끼를 직접 만들어 분석하는 실험연구를 한다. 고고학 유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가며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 새로운 시도에는 아낌없는 찬사와 격려를 보내지만 직접 발로 뛰는 전문가로서 쓴소리를 할 때도 있다.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구석기고고학을 전공하였다. 1990년부터 전곡리발굴조사의 현장 실무를 맡았고 1993년부터 시작된 전곡리 구석기 축제의 기획과 운영에 초기부터 참여하였다. 한양대학교 문화재연구소 연구원으로 전곡리유적의 학술연구에 힘썼다. 전곡선사박물관의 건립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한 2008년 경기문화재단으로 자리를 옮겨 실무를 책임졌다. 2011년 박물관 개관 후부터 학예팀장의 역할을 맡아 2015년 4월부터 지금까지 전곡선사박물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2018년에는 박물관 미술관 발전유공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왜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았을까?
왜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았을까?
이한용 저
채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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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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