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큰 혼란을 겪고 있는 지금, 어린이들은 이런 상황에서 더 큰 공포와 혼란을 느낄 수 있다. 하루하루 늘어나는 확진자 수에 두려움을 느끼고, 어른들이 미처 알아채지 못하는 슬픔이나 고립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린이들에게 제대로 정보를 주는 것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가운데에서도 전문가 3명이 뜻을 모아, 코로나19에 대한 어린이들의 궁금증에 답했다. 바로 감염병 전문가 이재갑 교수,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은지 원장, EBS 교육방송 호랑이 선생님으로도 유명한 이선희 초등 교사. 모두 코로나19로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돕고 있는 대표 전문가들이 모여, 어린이를 위한 책 『궁금해요 코로나19』를 펴냈다. 대표 저자 이재갑 교수를 만나, 코로나19에 대한 어린이들의 고민을 해소하는 법을 들어 보았다.
여러 방송과 책을 통해 코로나19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알리는 데 힘쓰고 계시잖아요. 어린이 책은 처음이신데, 이 책에 필자로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아이 셋을 키우고 있거든요. 지금 고등학생, 중학생이긴 한데요, 우리 아이들이 어렸다면 코로나19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어요. 그래서 어린이 책을 만드는 토토북에서 연락이 왔을 때 흔쾌히 하겠다고 했지요. 게다가 공동 필진으로 참여하는 이선희, 김은지 선생님에 대한 기대도 있었고요. 이선희 선생님은 EBS 교육방송의 호랑이 선생님으로 학교에 가지 못한 1·2학년 아이들을 온라인 수업으로 만나셨죠. 김은지 선생님은 세월호 참사 당시 생존 학생들의 마음을 잘 보듬어 주셨다고 들었어요.
어린이들에게 직접 코로나19에 관한 질문을 받으셨다고 들었어요. 어린이들의 질문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여러 질문을 보면서 아이들의 눈높이로 코로나19 상황을 정확히 설명해 주는 것이 중요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시시각각 새로운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고, 삶에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질병에 관한 정보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지요. 어려운 용어나 이해가 힘든 내용은 선생님이나 주위 어른에게 물어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말해 주고 싶고요. 이러한 위기 상황에도 아이들에게는 서로를 보듬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이 있다는 것도 질문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올해 코로나19와 관련하여 교육부 공무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어요. 학교를 잘 못 가고, 집 안에서 답답하게 지내는 아이들의 상황, 그리고 소외된 아이들이 받는 고통에 대해서도 듣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런 아이들의 마음까지도 위로할 수 있는 답을 하려고 노력했답니다.
코로나19에 관한 아이들의 궁금증을 쉽게 풀어 주시면서도, 연대와 공감의 맥락에서 설명해 주신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전작 『우리는 바이러스와 살아간다』를 쓸 때도 공저자와 함께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무척 많은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나네요. 이번에 어린이 책을 쓰면서 생각이 더 정리가 되었는데, 아이들이 연대와 공감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자라나기를 소망했고, 그런 큰 틀 안에서 글이 나왔던 것 같아요. 책에도 나오지만 연대하는 데 서툰 친구의 마음까지도 헤아릴 수 있을 때 우리는 코로나19를 이길 수 있는 힘이 커지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어요.
코로나19가 발생하고 벌써 열 달이 넘었는데요, 그간 힘들고, 지치고, 괴로운 일도 많으셨을 것 같아요. 어떻게 몸과 마음을 돌보면서 이겨 내고 계신가요?
몸이 힘든 것은 하루 이틀 쉬면 해결이 되지만 마음이 아픈 것은 오래가더라고요. 특히 제가 선의로 한 행동이나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때는 상처가 쉬이 낫질 않더군요. 그럴 때마다 환자들이 해 주시는 ‘고맙습니다.’ 이 한마디가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가 되었어요. 그리고 SNS 등을 통해 격려를 받았고,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 우리 어린이들이 꼭 지켜야 할 팁을 알려 주세요.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했으면 합니다. 마스크 잘 쓰기, 손 잘 씻기, 사람 많은 곳은 되도록 피하기. 친구들과는 전화나 SNS 메신저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으면 좋겠어요. 어렵지 않지요?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심리적 불안을 겪는 어린이들이 많습니다. 부모님들은 집에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아이들 마음에 공감해 주시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가끔은 어른이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나 말을 하지요? 그럴 경우 바로 화를 내거나 혼내지 마시고, 호흡을 깊게 하면서 우리 아이가 왜 이런 말을 했을까, 하고 곱씹어 보세요. 우리 아이들은 부모의 생각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생각으로 살고 있으니, 눈높이를 맞추면 이해의 폭도 넓어질 것입니다. 저도 아이 셋을 키우면서 화를 종종 내기도 했는데요, 아이들이 커 갈수록 내 시각으로 아이를 바라보면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는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지요. 지금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고, 아이들도 몹시 혼란스러울 거예요. 어느 때보다도 아이들 말에 귀를 기울여 주시고, 공감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는 철저한 위기 대응을 통해 방역에 성공적인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이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우리나라가 코로나19의 어려움을 이겨 낸 원동력은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도 국민들의 자발적 동참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정책을 잘 만들어 왔고요. 앞으로도 우리가 함께 힘을 내어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백신이 개발되면 코로나19도 인플루엔자처럼 계절마다 유행하는 질병으로 우리 곁에 남을 거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이런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려면 우리는 어떠한 태도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우리 삶 전체가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한 모습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뿐만 아니라 학교, 식당, 대중교통과 같은 모든 곳이 말이죠. 또한 코로나19로 드러난 사회 문제를 돌아봐야 해요. 사회적 약자를 포함해 모두가 안전하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죠. 환경 파괴 문제도 빼놓을 수 없고요. 우리 어른들이 많이 노력해야 할 일입니다. 아이들한테 안전한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 정부와 어른들이 계속적인 노력을 해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재갑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2004년 고려대의료원 내과 전공의를 수료했고, 2007년까지 3년간 카자흐스탄 국제협력의사로 활동했다. 2015년 1월 에볼라가 확산한 서아프리카에 바이러스병 대응 긴급구호대 팀장으로 파견되어, ‘에볼라 파이터’로서 치료 현장을 지켰다. 같은 해 5월에는 국내에 유행한 메르스에 맞서 대한의사협회 신종감염병대응 태스크포스팀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2016년 고려대학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부교수이자 강남성심병원 감염관리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지금은 환자는 물론 병원과 사회를 돌보는 의사로 활약하며 코로나19를 막아 내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방송과 책을 통해서도 코로나19에 관해 제대로 알리고 있다. 함께 쓴 책으로 『우리는 바이러스와 살아간다』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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