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에 일하며 사람들과 좋은 이야기도 나누지만, 가슴 아픈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있습니다. 택시를 타면 기사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식당에 가면 사장님과도 이야기를 나눕니다. 특히 택시 기사님은 사납금 내기가 어렵고 식당 사장님들은 물가와 인건비가 올라 임대료 내기도 부족하다며 힘들어합니다. 이렇게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현미경으로 우리 몸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민심을 읽을 수 있습니다. 전철이나 버스를 타면 사람들의 표정이 어떠한지도 살핍니다. 웃고 있는지, 심심해하는지,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지를 보면 삶의 통계가 나옵니다. 실시간 빅 데이터가 쌓이듯이 말입니다. 이런 체감이 알파고나 슈퍼컴퓨터보다 빠르고 정확할 때가 있습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숨쉬기조차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지금의 모습일 것입니다.
이 책은 보건소에 방문하는 사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 등 주변의 이웃들을 보며 썼습니다. 우리가 모두 항체가 되어 온전히 일어나기를,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세상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안녕하세요. 김봉재 작가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보건소로 출근합니다』도 소개해주세요.
반갑습니다. 국립경찰병원에서 7년, 경기도 가평군보건소에서 10년을 임상병리사로 근무한 김봉재입니다. 내원객을 주로 검체로만 만나다 보니 병원 밖이 궁금했습니다. 이후 인사교류를 신청해 보건소에서 근무했습니다. 지역 사회를 바로 가까이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주민들의 삶이 바로 눈앞에서 보였습니다. 검사실에서 오시는 분을 직접 만나고 검사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두 어려워하는 전쟁대비 충무계획, 재난대비 응급의료, 생물테러 대비업무, 소독의무대상시설 관리, 에이즈 성매개 감염병 관리 등의 업무를 추가로 맡아 하면서 재난 분야도 자세히 보게 되었습니다. 생소한 업무라서 어렵기도 하고 부담이 많이 가는 일이었지만, 하나씩 해나가는 데에서 보람도 많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국립병원과 보건소에서 근무하면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주로 썼습니다. 감염병과 건강에 대한 이야기, 제가 직접 겪었던 특이한 경험을 담았습니다. 어려움을 겪고 있을 누군가에게는 도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보건소 이용에 관한 이야기도 담았습니다. 지역마다 잘 지어진 보건소가 있지만, 막상 이용객이 생각만큼 많지 않았습니다. 보건증이나 예방접종 등의 필요할 때만 오고 좋은 정보나 서비스를 많이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보건소는 우리 모두가 낸 세금으로 만들어지고 운영하는 곳입니다. 잘 만들어 놓은 만큼 보건소에서 건강에 유익한 정보와 서비스를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많았지만, 도움이 되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야기로 담았습니다.
작가님은 임상병리사로 17년간 근무하셨는데요, 그러던 중 책을 쓰기로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업무 할 때나 생활할 때 메모를 자주 했습니다. 떠오르는 생각이 금방 사라질 수 있어서 아이폰을 바로 꺼내 메모를 자주 하는 편입니다. 업무나 세상에 궁금한 것과 고민거리를 어떻게 하면 해결할지 메모하고 거기에 살을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10년 정도 지나니 책을 낼 분량이 되었습니다. 세 아이가 있어 집에서 글을 쓰기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침 출근 전에 카페에 들러 쓰고, 점심시간에 점심을 음료로 대신하고 글을 썼습니다.
글을 써서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는 것은 참 부끄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글을 써 놓고도 그냥 가지고만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40대 중반에 공허한 마음이 찾아왔습니다. 사는 것이 사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여기에서 인생을 마감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노트북에 저장해 놓았던 글들을 보면서 어려움이 있더라도 잘 이겨낸 것을 보았습니다. 고난 또한 나중에는 내가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것도 보게 되었습니다. ‘삶의 항체’가 생긴 것이었습니다. 또한, ‘내가 이런 삶을 살았구나’ 하며 제가 자신에게 격려를 해주고 격려를 받는 듯했습니다. 일종의 자가 수혈이죠. 혈액이 충분할 때 헌혈해 놓았다가 피가 부족할 때 가장 타입이 잘 맞는 내 혈액을 수혈받는 것입니다. 그때 언젠가 내려던 책을 진짜 내야겠다고 하고 원고를 출판사에 투고했습니다. 다행히 관심을 가져주고 원고를 세상에 내보내 줄 출판사를 만나 지금의 책이 나왔습니다.
보건소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보람된 순간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검사 업무를 하면서 오신 내원객이 다음번에 왔을 때 더 좋아지는 모습을 볼 때입니다. 임상병리사로서 정확하게 검사하여 누군가에게 더 나아질 수 있게 도와 드릴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낍니다. 물론 그 반대일 때도 있습니다. 당뇨약이나 혈압약을 타기 위해 매달 검사하러 오시는 분인데 몇 달 동안 안 보이실 때면 요양병원에 입소하시거나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을 때 매우 안타깝습니다.
또 하나는 재난 업무를 하면서 실전과 같은 훈련을 하고 났을 때입니다. 유관 기관과 연계해서 점점 더 준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힘은 들었지만 뭔가 할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난은 언제 어디에서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작가님은 동기들보다 졸업도, 취업도 1년씩 늦으셨는데요. 어려운 취업시장에서 조급해하는 청년들을 위해 그 시기를 견딜 수 있었던 조언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사실 그때가 20대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습니다. 취업 준비는 누가 대신해줄 수도 없고, 남들보다 늦어지는 것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기도 어려웠습니다. 동기들보다 2년이나 늦어졌지만, 그때 홀로 공부를 더 하면서 보건직 공무원 시험 준비도 하고, 세상 살아가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혹독하게 느꼈습니다. 자신을 돌아보며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때 도서관에서 공부하면서 읽었던 책들이 살아가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도서관 서가에서 데일 카네기, 나폴레온힐, 피터드러커… 같은 분의 책들을 접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노력한 시간은 그냥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내 몸 어딘가에는 축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유익한 음식을 먹으면 더욱 건강해지는 것처럼, 바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언젠가 빛을 발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보건소 근무 외에도 사회복지 공부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와 보건소에 근무하는 것과 어떻게 연관 지어 활동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사회복지를 접하게 된 것은 운명적이었어요. 취업 준비 중에 우연히 수유역 빌딩 앞 유리창에 붙어있는 전단지를 보았어요. 자원봉사자 교육을 한다는 내용이었어요. 일주일에 두 번, 두 달 동안 받는 교육이었는데, 며칠 동안 생각이 났어요. 취업 준비 중이라 부모님 몰래 등록하고 교육을 들었어요. 그때 사회복지의 전반적인 분야를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보건소에서 금연 홍보 자원봉사를 했는데, 보건소 곳곳을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보건소에는 어떤 부서가 있는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관심을 두고 유심히 보았습니다. 그때 보건소의 방향, 지역사회에서 무엇을 하면 좋을지를 시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보건소 직원이라는 생각보다 내원객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어떤 게 필요할지, 무엇을 더하면 도움이 될지를 고민하고 바꿔 나갑니다.
보건소에서는 지역 사회를 더욱 가까이 볼 수 있었습니다. 사회를 다양하게 둘러보는 것은 마치 현미경으로 슬라이드에 있는 검체를 보는 것과 같았어요. 노인복지회관이 바로 옆에 있어서 어르신들의 삶을 더욱 자세히 볼 수 있었습니다.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또한, 검사실에는 다양한 분들이 오게 되어 요즘 상황이 어떤지 직접 가보지 않아도 세상을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어린아이부터 학생, 청년, 장년, 어르신까지 연령대별로 만나고 나면 하루에 한 번의 인생을 살아가는 듯했습니다.
현재의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이 도래했을 때, 일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예방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또한 코로나블루와 같은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많은 이들이 전염병의 영향 아래에 있는데요.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면 좋을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면역력은 무조건 피한다고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천천히 접하면서 적응하는 것이 이겨낼 수 있습니다. 나의 컨디션을 올리면서 조금씩 견뎌 보는 것입니다. 신종플루를 약을 쓰지 않고 이겨낸 딸 아이의 사례에서 보여드렸습니다.
책에 자세히 설명해 드린 것처럼 평소 생활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잘 자고 잘 먹는 것, 자연과 함께하면서 걷는 것, 평상시 면역력을 높이는 것입니다. 면역력은 하루아침에 올라가지 않습니다. 백신이나 치료 약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자기 스스로 자신을 방어하는 방법이 최선입니다.
마스크 착용과 소독도 어느 정도 필요하지, 지나치면 오히려 면역력이 떨어집니다. 마스크로 인해 이산화탄소 등의 배출이 어렵고 호흡도 어려워집니다. 소독도 자주 하면 호흡기나 피부에도 좋지 않습니다. 방역차가 소독하면서 지나가면 벌이나 물고기들이 죽는 걸 볼 때는 안타깝습니다. 우리도 그만큼은 아니지만, 소독약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습니다.
이제는 장기전으로 가야 합니다. 시험 기간 하루 이틀은 밤새 공부할 수 있지만 몇 달 동안 날 새다가는 얼마 못 가 쓰러질 것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도 한번은 마주친다고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아마 이미 마주치고 지나간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더 길게 가면 바이러스보다 경제에 더 큰 타격을 받습니다. 경제적인 걱정도 코로나 블루의 원인일 듯합니다. 먹고 살 걱정이 없으면 쉬어도 괜찮지만, 대부분은 당장의 건물 임대료, 생활비가 어렵습니다. 한주만 더 한주 더하면서 10여 개월이 되어갑니다. 이쯤에서는 우리가 잘하고 있는지, 더 좋은 방법은 없는지 다시 돌아볼 때입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님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감염병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더 관찰하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에전에도 크고 작은 감염병이 일 년에도 여러 번 왔다 갔습니다. 바이러스 대유행은 이번에 마무리되더라도 또 옵니다. 감염병을 자주 접하면서 겪었던 일들, 임상병리 검사를 하면서 알게 된 점들을 더욱 알리고 싶습니다.
*김봉재 임상병리과 94학번으로, 수능 1세대이자 임상병리사, 1급 사회복지사, 보건교육사이다. 땅끝 해남에서 자연과 함께 유년 시절을 보냈으며, 과학에 관심이 많아 초등학교 때 과학경진대회에 출전해 과학기술처 장관상을 받은 바 있다. 보건소에 근무하면서 전국감염병담당자 발표대회에서, 무분별하게 자연을 해치는 소독보다 원인을 차단하는 친환경 방역법을 제시해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대학에서 임상병리학을 1년 더 공부했고, 졸업 후 동기들보다 취업하는 데 1년이 늦었다. 그러나 치열한 공부 끝에 100 대 1의 경쟁을 뚫고 국립병원 보건직 8급 공채에 합격했다. 취직 준비 중 우연히 자원봉사 교육을 받아 사회복지 공부를 시작했으며, 이후 사회와 가족의 상처와 치유, 행복에 관심을 두고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국립경찰병원 진단검사의학과에서 7년간 근무했고, 현재는 경기도 가평 보건소에서 10년 동안 임상병리사이자, 재난대비 응급 의료, 생물테러 대비·대응, 전쟁대비 충무계획, 에이즈 및 성매개 감염병 관리, 소독의무대상 시설관리 등의 업무를 겸하고 있다. 생소하지만 모두 지역의 건강과 미래를 위한 일이다. 이 책을 통해 전염병 상시 시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슬기롭게 헤쳐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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