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서 MD님과 함께한 이벤트
도서 MD의 뇌를 그리면 '어떻게 하면 책을 잘 팔 수 있을까?'가 대부분을 차지할 텐데, 그런 고민의 산물 중 하나가 기획전이다. 스와이프 한 번이면 잊히기 쉬운 페이지의 바다 속에서 조금이라도 시선을 끌 수 없을까, 오늘도 머리를 쥐어짜본다.
* 이벤트는 MD 말고도 많은 이들이 준비한다. 출판사에서 마련하는 경우도 있고, 매달 두 번씩 근사한 사은품을 선보이는 예스24 전사이벤트는 전담하는 부서가 따로 있다. 책을 잘 소개해보자는 마음들이 하나하나 모인 것이 바로 예스24에 게시된 수많은 이벤트 배너들!
기획전을 준비하는 건 책장을 채우는 것과 비슷하다. 같이 두면 좋은 책들을 한 권 한 권 모은다. 테마는 색다르면 좋겠지만 나만 재미있으면 안되니 한 눈에 맥락이 보이는 것을 찾아본다. 큰 상을 받거나, 성격이 닮은 책들이 연달아 출간되거나, 다가오는 계절에 독자들이 많이 찾을 책이 있으면 좋다. 별다른 이슈가 없다면 그때부터 의식의 흐름을 따른다.
'베스트에 어린이 학습만화 시리즈가 보이네' → '어른들도 만화로 공부하자고 어필해보자!'
'이번에 나온 일러스트집 작가가 원래 2D 유튜버 캐릭터 디자인으로 유명하다고? 2D 아이돌 책 많은데! 번역서가 많으니 고객님들은 원서도 관심있으시겠지.’ → “외서 MD님, 저랑 같이 이벤트 안하실래요?”
'바이러스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특집호 잡지들이 있지만 종수가 살짝 아쉬워...' → “과학 MD님, 저랑 같이(이하생략)”
그렇게 윤곽이 잡히면 사은품 소진 속도, 테마의 수명, 이벤트 규모 등을 가늠한다('너무 많이 팔려서 사은품이 부족하면 어떡하지? 하하' 하는 희망을 안고). 생각보다 너무 지엽적인 테마라 책이 별로 없거나 ('너무 사심 보이는데?') 혹은 시리즈 일부 권이 품절이라 소개하기 어려운 책이면 아쉽지만 기획을 보류한다. 이후 여러 팀의 도움을 받아서 이벤트를 오픈한다. 그리고 내가 만든 책장이 맘에 드는 분이 계실까 초조하게 기다린다. 책이 팔리고 사은품이 줄어드는 걸 볼 때마다(물론 알맹이인 책들이 좋아서 사주시는 것은 알지만!) 뿌듯하다. 그런데, 다음엔 또 무슨 이벤트 만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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