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민, 착실히 쌓아 올린 미래의 소리
화려하고 넓은 사운드스케이프 위 진취적인 메시지로 무장한 수민의 세계는 현재 가요계에서 비교할 대상이 많지 않다.
글ㆍ사진 이즘
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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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놀이터에서 놀아봐’(「Shaker」)라는 선언 아래 과감했다면 를 상징하는 가사는 ‘Let’s Make Some Love Love / 온기를 만들자’(「사랑만들기 (Zaza♡)」)다. 새롭고 독특한 세계는 여전하되 뚜렷한 멜로디 라인이 보다 쉬운 접근을 가능케 한다. 수민이 주창하는 ‘네오 케이팝’에서 전작이 ‘네오’에 힘을 줬다면 이번 작품은 ‘팝’에 중점을 두고 있다.

타이틀 곡 「사랑만들기」의 경우 정규작 의 타이틀 싱글 「너네 집」을 연상케 하는 구조와 마지막 곡 「Stardust」의 장대한 세계관을 더해 감각적이고도 대중적이다. 본인을 대표하는 스타일을 확립한 모습이다. 앨범을 시작하는 「불켜(TURNON)」의 반복 구조는 ‘that’s a very easy’라는 가사처럼 쉽고 「뭐라할 뻔 했냐면」과 「Swim」 역시 과하지 않은 생경함으로 각인된다.

앨범은 친근한 접근을 지향함과 동시에 급진적인 면모 역시 놓치지 않는다. 이는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섹슈얼한 테마와 이를 치밀하게 구현하는 변칙 및 실험으로 완성된다. 작품의 네 곡 모두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섹스를 다루고 있는데, 어둠과 빛 양측을 선명히 대비하는 「불켜」와 이국의 언어를 섞어 생경함을 더한 「Swim」은 감각적인 차원에 집중하는 반면 「뭐라할 뻔 했냐면」과 「사랑만들기」에서는 상황과 무드를 제시하며 스토리텔링의 형태를 취한다.

그것이 단순 묘사를 넘어 ‘가지마 나랑 좀 더 있자’(「뭐라할 뻔 했냐면」), ‘여기 아주 넘쳐나 나로’(「Swim」) 등 주체적인 태도의 자기 결정권을 전달하기에 앨범은 과감해진다. 에서 ‘내가 위 가면 / 넌 아래 가지’(「Woo」), ‘너와 나 사이가 반짝하고 터지도록’(「설탕분수」) 등으로 보인 섹슈얼한 면모를 압축 및 강조한 모습인데, 이런 발화 권력의 확보는 수민 본인뿐 아니라 타 여성 아티스트들에게도 표현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유의미한 시도가 된다.

3분 내외 4곡의 EP임에도 에서 부족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화려하고 넓은 사운드스케이프 위 진취적인 메시지로 무장한 수민의 세계는 현재 가요계에서 비교할 대상이 많지 않다. 소리로도 메시지로도 ‘네오 팝’이라는 타이틀에 십분 부합하는 결과물을 발표하며 미래의 소리를 착실히 쌓아 올리는 수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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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