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북클러버] 정여울 “가장 속상한 주제가 가장 좋은 글쓰기 주제”
신화학자 조셉 캠벨이 『신화의 힘』이라는 책에서 “follow your bliss”라는 말을 썼는데요. 저는 우리가 어느 길로 가야 할 지 헷갈릴 때 이것이 우리에게 길을 알려준다고 생각해요.
글ㆍ사진 신연선
2020.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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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5일, 신촌에 위치한 북카페 피터캣에서 ‘예스24 북클러버’ 정여울 작가의 글쓰기 세미나가 진행됐다. 북클러버는 예스24가 운영하는 오프라인 독서 모임 서비스다. 작가와 함께 하는 ‘작가 북클러버’와 독자가 직접 꾸리는 ‘독립 북클러버’로 운영되는데 이번에 열린 작가 북클러버 행사는 그간 함께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누던 방식과는 달리  ‘글쓰기 세미나’로 기획되었다. 정여울 작가의 강의를 듣고, 참석자들이 직접 자신의 글을 써보는 시간으로 구성되었으며 참석자의 글에는 정여울 작가가 직접 피드백을 주었다. 첫 번째 시간은 ‘일상 속에서 테마를 발견하기’라는 제목으로 시작했다. 정여울 작가는 테마란 무엇인지, 좋은 글에는 어떤 것들이 포함되는지, 글쓰기의 기쁨이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찾아낼 것인지 등을 자세히 전해주었다. 


follow your bliss

“테마를 발견한다는 것은 글쓰기의 기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테마를 정하는 순간은 글의 거의 모든 뼈대를 세우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과거와 달리 ‘테마’라는 말은 이제 그 안에 소재나 분위기, 주제 등을 포함한 좀 더 넓은 개념이 된 것 같은데요. 더 넓게는 장소나 시간까지도 테마를 정하면서 같이 정하고 있는 거거든요. 가령, ‘아동학대’라는 주제를 택하는 순간 주인공도 정해지고요. 분위기도 정해집니다. 절대로 즐거울 수 없잖아요. 장소, 시간 역시 한국, 현재처럼 생각해볼 수 있고요. 그래서 테마가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테마는 어떻게 발견되는 것인가. 정여울 작가는 글의 테마가 “지금 내가 가장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부터 발견된다고 말했다. “지금 가장 많이 고민하는, 내 속을 가장 썩이고 있는 문제가 바로 내가 써야 하는 글”이라는 이야기였다. 

“물론 그 문제를 글로 쓰려면 힘들죠. 힘들지만 그것을 테마로 택하고, 그에 대해 조사하고, 글을 쓰는 과정에서 우리는 성장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테마를 정할 때 ‘지금 내가 가장 속상한 것’을 생각하면 좋아요. 그러면 ‘새삼’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거예요. 새삼은 원래 알고 있다고 믿었던 것을 새롭게 다시 깨닫는 것이잖아요. 가장 속상한 주제가 가장 좋은 글쓰기 주제라는 것을 글을 쓰면 알게 됩니다.”  

이어 정여울 작가는 “작가가 된다는 것은 타인의 텍스트 없이도 나의 삶 자체를 질료로 삶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때 ‘나의 삶’이란 반드시 내가 직접 살아온 삶이 아니어도 된다”고 붙여 설명했다. 

“다른 사람을 통해 배우는 것까지도 나의 삶에 포함돼요. 간접 경험도 어쨌든 나의 삶인 거예요. 가령, 아동학대나 코로나-19로 변한 일상 등은 타인의 삶이 섞인 나의 삶인 거죠. 제가 작가의 기쁨(bliss)을 느끼기 시작했을 때는 나의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였어요. 나의 삶이 곧 텍스트고, 모든 증거인 글을 쓰는 게 떳떳하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러니 글의 테마를 너무 멀리서 찾지 마세요. 신화학자 조셉 캠벨이 『신화의 힘』이라는 책에서 “follow your bliss”라는 말을 썼는데요. 저는 우리가 어느 길로 가야 할 지 헷갈릴 때 이것이 우리에게 길을 알려준다고 생각해요.”

나의 글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에세이’일 터다. 한편 정여울 작가는 에세이라는 말 안에는 ‘새로운 실험’이라는 의미가 들어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나의 글, 좋은 에세이를 쓰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다. 

“에세이 쓰기가 문학평론이나 박사논문 쓰기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어렵긴 하지만 도전의 즐거움이 크죠. 나의 삶을 충실하게 반영해서 쓸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기쁨입니다. 앞서 말한 블리스(bliss)는 눈부신 희열이거든요. 내적인 희열이에요. 여러분들에게 힘든 일이 있었다면 그래서 너무 고통스럽다면 좋아하셔야 돼요.(웃음) 작가가 되려면 말이죠. 그거야말로 나의 자산이라는 점을 잊지 마세요. 그것이 나의 글쓰기 테마라는 것을 알고 용기를 내시면 좋겠어요.”



메신저보다 중요한 건 메시지

자신에게 내적인 희열을 주는 글쓰기를 위해서 가장 절실한 고민을 안겨주는 테마를 찾으라고 조언한 정여울 작가는 조금 더 구체적인 글쓰기 팁의 하나로 취재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는 “글 쓰는 사람의 가장 큰 자산은 읽은 것과 행한 것”이라며 자신의 경우 역시 살면서 읽은 책들이 글에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에세이라고 해서 반드시 자기 이야기만 쓰는 것은 아니다. 타인을 취재한 다큐멘터리도 에세이”라며 글쓰기에 힘이 되는 독서에 관한 이야기도 함께 전했다. 

그렇다면 취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정여울 작가는 “글쓰기 수업에서 가장 가르치기 어려운 것이 취재”라며 뜻밖에 몇 권의 책을 소개했다. 자료 조사만큼이나 중요한 것을 배울 수 있게 하는 책을 소개하며 “취재가 단지 소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이야기를 왜 쓰는지까지 포함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취재에 관한 책도 있죠. 하지만 특정 테마에 관한 글이 많아요. 내가 알고 싶은 취재 방법이 상세히 나와 있진 않거든요. 그러니까 내가 그 길을 개척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때, 좋은 책을 읽으면 좋습니다. 특수한 소재를 가지고 쓴 책이면 좋겠죠. 최근 사랑 받고 있는 김완 작가님의 『죽은 자의 집 청소』라는 책은 죽은 사람들의 집을 청소하는 분이 쓴 에세이인데요. 이 책은 대단히 절제미가 있어요. 그래서 더 감동적이거든요. 이처럼 좋은 작품을 읽는 게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체르노빌의 목소리』 역시 추천하고 싶어요. 이 책은 저자가 체르노빌 피폭 피해자들을 취재한 책인데요. 정말 생생한 삶의 기록이에요. 저도 이렇게 삶을 완전히 걸어서 쓰는 분들에 비하면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을 하고요. 이런 책을 읽을 때 취재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정여울 작가는 ‘왜 쓰는가’에 대해서는 에고(ego)와 셀프(self)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돈을 벌고,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쓰는 이의 만족을 위해 글을 쓴다면 그것은 에고의 만족에 해당할 것이다. 정여울 작가는 “셀프의 만족이 되려면 에고의 만족보다 훨씬 큰 목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정한 내면의 자신(self)을 위해 쓴다면 달라져요. 이 글과 책으로 내 이름이 알려지지는 않더라도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인생이 알려져야 하니까요. 글을 쓸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메신저보다 중요한 것이 메시지라는 점입니다. 메신저를 중시하는 작가는 스타가 되려고 하죠. 판매에 연연하기도 하고요. 베스트셀러가 되고 싶어해요. 사람이니까 당연히 그럴 수 있지만 그걸 통제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보다는 내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타인의 고통을 다루는 글을 쓰는 사람이 빠지기 쉬운 오류가 있어요. 고통을 받은 당사자에게 본의 아니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거예요. 아주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에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더 나은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는 정여울 작가는 “세상과 투명하게 만나고 소통할 때, 내가 봐도 내 삶이 좋을 때야말로 글도 좋아질 때”“좋은 글과 좋은 삶을 분리하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어 참석자들에게 ‘나의 가장 큰 고민’이라는 주제를 주고 글을 쓰게 한 후 약 한 시간 동안 피드백을 하며 다음 시간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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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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