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조절을 말하면, 흔히 타인을 떠올린다. 내 안에 분노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그것이 또 다른 불편을 만들지 않도록 잘 표출하는 것이 감정 문제의 핵심이라 여긴다. 하지만 감정을 편안하게 유지해야 하는 것은 무엇보다 자신을 위해서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마다 피곤한 감정에 사로잡힌다면 그 생활이 얼마나 힘들까. 마음이 편안해도 쉽지 않은 것이 인생인데, 감정까지 흔들린다면 그 삶이 얼마나 지치고 외로울까.
『감정조절자』는 감정 때문에 힘겨워하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여긴 김인자 저자가, 40년 이상 탐구하고 실천하며 깨달은 감정 조절법을 담고 있다. 책을 통해 저자는 감정을 잘 분출하는 방법이 아니라, 원하지 않는 감정을 겪지 않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한다. 감추거나 누를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여도 문제가 되지 않을, 편안하고 긍정적인 감정의 소유자가 되는 방법을 알려준다.
공격받으면 화가 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화를 내지 않는 것이 가능할까요?
서로 대치하고 있는 맹수를 생각해 보지요. 동물들은 적을 만나면 ‘나를 공격하지 말라’는 뜻으로 으르렁거리는 등의 신호를 보냅니다. 인간에겐 이것이 일종의 분노 감정을 일으키는데 이런 의미라면, 감정은 본능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물은 그 상태가 해소되면 곧 편안한 상태로 돌아갑니다. 계속해서 왜 사자가 나를 공격하려 했을까를 고민하고 다음에 만나면 더 크게 으르렁거려야지 각오하는 등의 복잡함이 없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그렇지 않지요. 문제 상황이 끝났거나, 또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데도 계속 분노 때문에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이미 본능을 넘어 감정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똑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사람은 전혀 화를 내지 않는 반면, 어떤 사람은 더 크게, 오래 화를 냄으로써 자신을 상하게 합니다. 모든 감정을 본능이라고 너그럽게 보아 넘겨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감정 시스템을 점검하고 바로 잡으려는 의지를 가져야, 감정의 문제를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화를 내던 사람이 화를 내지 않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뇌과학이 감정의 시스템을 밝혀주기 전까지 인류는, 감정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개인화되는지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감정을 인지상정이라 여기며 용인해 주는 문화가 널리 퍼졌지요. 하지만 지금은 우리의 감정 습관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가 이미 과학으로 밝혀진 시대입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겠지만 바른 방법을 알고 꾸준히 노력하면 몸의 근육을 만들듯, 편안하고 건강한 감정 시스템을 만들 수 있습니다.
보통 감정을 7정(情)으로 분류하는데, 작가님은 편안함을 추가해 8정으로 분류하셨더군요. 이것도 같은 맥락인가요?
그렇습니다. 마음이 호수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 보면, 분노나 기쁨의 물결이 일 때도 있겠지만, 아무런 자극 없이 잔잔하고 편안한 상태도 있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사실 이 상태야말로 다른 자극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 매우 높은 수준의 감정입니다. 만약 호수에 파도가 치고 있다면 곁에서 오는 모든 자극이 파도를 일으키는 힘으로 작용해 다른 물결과 정보를 집어삼키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감정의 쏠림을 만들지 않으려면 먼저 내 감정이 잔잔해야 합니다. 어떤 자극에 반응했다가도 곧 다시 잔잔하고 편안한 상태로 돌아와, 편견 없이 타인과 소통할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 이것은 나의 편안함뿐 아니라 타인과의 소통에도 꼭 필요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건강한 감정 상태입니다.
책에 ‘감정질량불변의 법칙’이라는 것이 등장하는데, 이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대개, 감정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미워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등장할 뿐, 서로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뇌과학이 밝혔듯이 자주 반복되는 감정은 뇌의 구조를 변화시켜 그 자극에 더 민감한 뇌를 만듭니다. 그래서 10번 중에 7번 미움을 품었다면 미움을 느끼는 영역이 강화되어 상대적으로 사랑을 느끼는 영역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이를 상보적 관계라 하는데, 각각의 감정은 우리의 생각과 달리 이런 식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저는 바로 이런 원리를 ‘감정질량불변의 법칙’이라 명명했는데요. 즉, 한 사람의 감정은 그 구성비가 달라질 뿐,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는 법칙입니다. 감정의 총량 1,000g 중 미움이 500g에서 700g으로 증가하면, 사랑은 여전히 500g으로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300g이 된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늘 긍정적이고 행복한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나무가 자라듯 감정도 자랍니다. 그러니, 원하지 않는 감정은 처음부터 자라지 않도록 늘 경계해야 합니다.
별책으로 실천표가 들어 있는데, 이것으로 감정을 연습할 수 있나요?
그렇습니다. 감정 시스템도 꽃밭을 돌보듯, 잡초가 자라지 않게 늘 돌봐주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처음에는 연습이 필요한데, 그것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실천표와 실천 방법의 목록을 따로 묶었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나 감정을 지도하시는 분들이 활용하셨으면 하는 마음에 더 꼼꼼하게 실전적으로 준비했습니다.
책의 방법을 실천해 정말로 감정 조절자가 된 분들이 계시나요?
10년간 인성교육 단체를 이끌며 함께 했던 분들이 이 방법대로 먼저 실천을 해보셨는데, 저도 그분들 덕분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분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편안하게 사는 것이 가능한데 지금까지 감정적으로 소모하며 살아온 시간이 너무 아깝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 책을 내도록 저를 격려한 것도 그분들이었습니다. 그러니 책을 읽으시는 분들도 진지하게 노력하면 반드시 가능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끝으로 독자들께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코로나와 기후 이상 등으로 촉발된 많은 어려움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읍니다. 경제의 문제나 환경의 문제 등 감정의 문제가 전혀 없어도 살아내고 해결해 내기 어려운 문제들이 많이 닥쳐올 것이라 전망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때에 감정까지 나를 힘겹게 한다면, 이 시절을 살아내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하루빨리 모든 분이 감정 조절자가 되셔서, 이 시기를 편안하고 지혜롭게 넘기셨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우리가 느끼는 힘겨움의 많은 부분은 현실이 아니라, 현실을 받아들이는 마음과 태도에서 옵니다. 감정이 편안하다면 현실의 무게도 훨씬 가볍고 편안하게 넘기실 수 있을 것입니다.
* 김인자 어린 시절, 불평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며 삶과 마음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인간 의식에 관한 탐구와 통찰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가장 빠른 길은 사회 구성원 각자의 인성이 바로 서는 길이라는 일념으로, 인성교육과 봉사활동에 힘써 왔다. 아직 봉사와 명상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던 2007년부터 전국 단위의 봉사단체를 설립하여 사회를 위한 각종 봉사활동과 캠페인을 실시했으며, 연인원 백만 명이 넘는 학생과 시민에게 무료로 명상을 알리고 보급했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좋은 인성을 가지며 안정적으로 생활하기 위해서는 감정의 정리와 조절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확신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다양한 현장 경험과 성공사례, 과학, 의학, 인문학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이론적 토대를 바탕으로 저술된 이 책은 오랜 시간에 걸쳐 저자가 고민하고 직접 행하며 이룬 것들을 여러 사람에게 강의하면서 알려준 방법과 이론을 담고 있다. ‘숨결 하나까지 챙겨라’, ‘인성계발원론’ 등의 저서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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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