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힘든 건 아닐까?’ 요즘 상담전문가들이 내담자와 대화해보면 다들 이런 생각을 한다. 안 그래도 팍팍한 삶이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고달프다고 느끼는 것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우리는 무수한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그런데 그 고민들을 어디 속 시원하게 물어볼 곳이 없어 고민은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다른 사람들은 행복하게 사는데 나만 힘든 것 같아 홀로 괴로워한다.
50년 경력의 정신과의사 이근후 이화여대 명예교수와 25년 경력의 상담전문가 이서원 한국분노관리연구소 소장이 수개월 동안 정기적으로 만나 인생 질문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답을 찾아본 후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인생이라면』 을 출간했다. 살면서 누구나 부딪히는 고민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해야 하는지, 마음대로 안 되는 인생을 재미있게 사는 비결은 무엇인지 등 세상 살아가는 지혜로 가득하다.
두 분은 어떤 인연으로 함께 책을 출간하게 된 건가요?
이서원 : 25년간 스승과 제자로 지내면서 이근후 선생님께 인생 원리를 배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복잡하고 힘들었던 제 마음이 편안하게 풀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5년 전부터는 매주 선생님을 만나, 살면서 마주치는 일들과 그때 생기는 마음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배워왔습니다. 이런 경험을 저만 할 것이 아니라 마음의 어려움을 겪으며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께도 전하고 싶어 책으로 출간한 것이죠.
인생 질문들에 관해 수개월 동안 대화를 나누면서 느끼신 점이 있을까요?
이근후 : 몇 달 동안 매주 이서원 선생을 만나 질문을 받으면서 정신 치료 전공자로서 내가 느낀 것은 고민의 형태와 종류만 다를 뿐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것은 똑같다는 겁니다.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겪는 갈등이나 고통은 다 비슷하고, 그것을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도 숲속에 길이 나 있는 것처럼 비슷한 길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경험하고 느낀 것이 요즘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요.
이서원 : 인생은 그저 이치대로 흘러갈 뿐, 되고 안 되고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인생의 이치를 모른 채 내 뜻대로 되기만을 바랐기 때문에, 인생이 내 마음대로 안 된다고 느꼈던 것이죠. 그러니 엉킨 실타래 풀 듯 급하게 다 풀려고 할 것이 아니라, 인생 이치라는 실마리를 찾아 한 걸음씩 풀어나가면 마음대로 안 되는 인생이 덜 괴롭고 더 즐거운 인생으로 될 수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는 젊은이의 고민부터 노년의 고민까지 인생 전반에 걸쳐 다양한 고민들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어떤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이근후 : 이 책을 읽어야 할 어떤 특정한 계층이 있다기보다 모든 사람이 읽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어린 사람은 어린 대로, 또 한창 일할 나이면 그런 대로. 이 말은 어느 계층이든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있다는 겁니다. 갈등이 있거나 고통스러울 때, 이 책을 한번 읽어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에요. ‘이런 방법도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조언을 듣는 셈 치고 읽으면 좋겠습니다.
이서원 : 이 책은 인생 예습서이기도 하고 복습서이기도 합니다. 아직 겪지 않은 분에게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제시하는 작지만 튼실한 나침반이 될 것이고, 이미 겪은 분에게는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돌아보는 잔잔한 바둑 복기판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젊은 세대에게는 예습서로, 나이 든 세대에게는 복습서로 도움이 될 것입니다. 특히 관계 문제로 고민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책은 가정, 직장, 사회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부딪치고 고민하는 관계의 문제를 풀 적절한 키워드를 담고 있습니다.
50가지 고민들을 살펴보면, 말씀하신 대로 ‘관계’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근후 : 사람이든 동물이든 관계를 떠나서는 살아갈 수 없어요. 특히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라서 관계가 없이는 존재하기도 살아가기도 어렵고 모든 것이 불가능해요. 마음만 먹으면 관계 없이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죠? 그게 안 돼요. 혼자 있더라도 자기 마음속에서 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가설적이지만 사람 마음을 구조적으로 보면 본능과 자아, 초자아가 있는데, 이 세 파트도 서로 상호 관계가 있습니다. 본능과 자아의 관계, 본능과 초자아의 관계, 자아와 초자아의 관계 등등. 그러니까 관계가 없이 마음은 성립되지 않아요. 일대일 관계가 가장 작은 관계인 것 같지만, 더 파고들면 개인의 마음속에서도 관계가 있다는 거예요.
사실 이 세상에는 관계가 아닌 게 없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있지만, 동물과의 관계, 자연과의 관계, 사물과의 관계 등 무수히 많이 존재합니다. 우주로 확대해보면 별과 별 사이의 인력이라든지 주기적인 운동이라든지, 이러한 법칙이 없이는 우주가 존재할 수 없잖아요. 그 법칙이라는 게 관계예요. 사람뿐 아니라 넓게 생각해봐도 관계라는 것 없이는 그 무엇도 존재하기 어려우니까 자연스럽게 관계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많았던 거죠.
이서원 : ‘세상 모든 것은 하나로 돌아가는데,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갈까’라는 불가의 화두가 있습니다. 세상 모든 것이 돌아가는 하나는 관계입니다. 일도 자세히 보면 일을 대하는 나와 나의 관계가 기본이 되고, 그 뒤에 그런 나와 일의 관계가 펼쳐지지요. 그래서 세상 모든 것의 시작이고 마무리가 되는 관계의 이야기를 주로 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의 상처를 소소한 일상의 기쁨들로 덮으며 사는 게 인생이라고 하신 말씀이 와닿았습니다. 이 말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어요?
이근후 : 살면서 우리가 해결해야 할 가장 근본적인 어려움을 하나 들라면 불안이 아닐까요? 불안은 나한테 어떤 불행이 닥치지 않을까 지나치게 걱정하는 거예요. 궁극적인 불안은 죽음입니다. 모든 사람이 죽음을 피할 수 없다 보니 누구나 평생 죽음과 관련한 크고 작은 불안을 느끼며 살 수밖에 없어요. 이렇게 불안을 안고 살아가려면 누구나 힘이 들어요. 그런데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그 일을 즐기는 동안은 불안이 묻혀서 의식 수준으로 올라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가 살아남으려고 소소한 즐거움이라든지 어떤 일이라든지 성취 같은 걸 통해서 큰 불안을 누르려고 하는 겁니다.
작은 재미는 재미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작은 재미가 모이면 100개의 재미가 됩니다. 그런데 100개를 하나의 목표로 생각하는 재미는 99개를 성취하더라도 1개가 모자라서 만족감이 없어요. 실패라고 생각하는 거죠. 작기 때문에 재미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자꾸 불만도 생기고 갈등도 생기고 실패감도 생깁니다. 불행감이 더 커지는 거예요. 우리 속담에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작지만 확실한 즐거움이 중요한 겁니다.
이서원 : 사람 마음속에는 장미꽃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안개꽃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음속 꽃을 꺼내는 일은 한 번에 장미를 꺼내는 것이 아니라 안개꽃을 한 송이씩 꺼내 모아 안개꽃 다발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럴 때 안개꽃 다발은 질리지도 않고 하얗고 환한 빛을 오래도록 지니는 것이지요. 우리 인생도 큰 기쁨, 큰 괴로움은 어쩌다 한 번 생기지만 소소하고 작은 기쁨은 하루에도 쉼 없이 생깁니다. 그것을 알아차리고 즐거움으로 만들어가는 것은 기쁨이라는 안개꽃을 안개꽃 다발로 만들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마음의 안개꽃 다발을 만들면서 마음의 상처를 위로하고 옅게 하며 사는 것이 우리 인생인 것 같습니다.
한평생 쌓아온 지혜로운 인생 원리들에 고개를 끄덕이지만 실제로 생각을 바꾸거나 실천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떻게 하면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까요?
이근후 : 쉽게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방법은 없어요. 그것은 전부 노력을 해야 하는 일이에요. 특히 마음에 관한 것은 쉽게 얻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방법을 묻는다면, 먼저 갈등과 직면할 수 있어야 해요. 비유하자면 내가 거울 앞에 서야 내 모습이 어떤지 알 수 있을 것 아니에요? 마찬가지로 갈등이 있다면 갈등의 정체가 뭔가 하는 것을 직면해야 해요. 사실은, 직면하는 것부터 어려워요. 괴롭거든요. 그렇더라도 직면해야 볼 수가 있어요. 봐야 어떻게 할까 하는 궁리가 생기고, 궁리가 생겨야 행동으로 가느냐 마느냐가 나오는 거죠. 그다음에는 수양하는 마음으로 조금씩 닦아나가는 거예요. 낙숫물이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져 돌에 구멍을 내는 이치죠.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노력을 하면 누구나 이룰 수 있습니다.
이서원 : 내가 할 수 있는 미약한 것들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그리고 한 번에 하나씩만 하면 되지 않을까요? 봄에 올라오는 새싹을 생각하면 금방 이해가 될 거예요. 바로 꽃을 피우는 새싹은 없습니다. 하루하루 조금씩 하다 보면 새로운 마음의 싹이 나고 마음의 근육이 길러져 자연스레 행동으로 나올 거라고 믿습니다.
코로나19로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독자들에게 응원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근후 : 제 생각에 코로나 전염병은 전쟁에 버금가는 대재앙이에요. 정신의학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코로나가 진정되고 난 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많이 발생할 것 같아요. 코로나가 외상이고 트라우마잖아요. 코로나가 많이 번지고 발생하듯이, 후폭풍으로 코로나후스트레스장애로 이름 붙일 수 있는 불안장애가 많이 생길 것 같아요. 지금은 미리 그게 올 것이라는 것을 예견하고 지난 극복 경험을 생각해보면서 해법을 찾아야 할 겁니다. 우리는 분명 미래에 생길 갈등을 줄이고 불안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가장 좋은 방법은 작지만 확실한 것을 가지고 자꾸 다독거릴 수밖에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서원 : ‘나니까 견딘 거야’, ‘우리니까 해낸 거야’라는 마음으로 힘겨운 일상을 해나가시면 좋겠습니다. 어려움 가운데도 정말 나니까 버티고 견디며 오늘까지 온 것이고, 우리 가족이니까, 우리 직장 동료들이니까, 우리 이웃이니까 이렇게 해내고 있는 거라는 마음을 가지면 더 뿌듯하고 단단한 힘이 마음 밑바닥에서 올라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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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