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잘못 뽑은 반장』 을 비롯한 ‘잘못’ 시리즈로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어린이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자리하고 있는 이은재 작가의 신작 『잘못 뽑은 전교 회장』 . 어린이 선거라는 현실감 있는 소재를 통해 예리하고도 적절하게 주제 의식을 담아낸 작품이다.
술술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역시!’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믿고 보는 어린이 창작동화’ 시리즈의 하나로 자리매김하는 동안 작가의 시간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그동안 만나고 헤어지고 스쳐 지나간 ‘잘못’ 시리즈의 아이들을 불러내 같이 과자를 나눠 먹는 기분으로, 이은재 저자와 출간 뒷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어린이 독자들에게 꾸준한 인기와 사랑을 받고 있는 『잘못 뽑은 반장』 이 나온 지 벌써 11년이 지났네요. 이후 『또 잘못 뽑은 반장』 『잘못 걸린 짝』 『잘못 걸린 선생님』 을 지나 ‘잘못’ 시리즈의 신작 『잘못 뽑은 전교 회장』 이 출간되었어요. 작가님의 소감이 궁금합니다.
먼저, 한결같은 사랑을 보내 준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11년 전에 『잘못 뽑은 반장』 으로 처음 만난 친구들은 이제 어엿한 20대 청년들이 되었겠네요. 그 시간 동안 ‘잘못’ 시리즈도 독자들과 함께 꾸준히 성장해 온 것 같아요. 제가 이 시리즈를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새로 자라나는 친구들에게도 계속해서 잘 전해지는 것 같아 고마울 뿐이에요. 거기에서 얻은 에너지로 다시 한번 심기일전하여 이번에 『잘못 뽑은 전교 회장』 을 출간하게 되었어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언제나 무언의 응원을 보내 주는 어린 독자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기를 바랍니다.
‘잘못’ 시리즈는 동화에만 머물지 않고 어린이 뮤지컬, 음악회 등 다양한 콘텐츠로 만들어지기도 했지요.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잘못’ 시리즈를 찾아 읽고 좋아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반전 캐릭터가 보여 주는 ‘짠한 희망 메시지’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요. 잘나고, 대단한 능력까지 갖춘 캐릭터는 부러움과 경외의 대상이 되긴 하지만 쉽게 공감이 가지는 않죠. ‘잘못’ 시리즈의 주인공들은 평균치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어리숙하고 부족한 구석이 많아요. 하지만 그들이 고군분투하며 힘겹게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에서 많은 분이 그 어떤 능력자한테서도 느끼지 못한 큰 감동을 하는 듯해요. 그러고 보면 부족함을 손가락질하지 않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독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게 ‘잘못’ 시리즈가 사랑받는 진짜 이유가 아닐는지요.
그동안 쓰신 책 속 등장인물들 모두가 특별할 테지만, 그래도 그 가운데 유독 마음에 오래 남는 아이가 있으신지요?
『또 잘못 뽑은 반장』 의 주인공 ‘공수린’이에요. 저의 어린 시절을 많이 닮은 캐릭터라 그런지 뮤지컬이나 음악회로 재탄생하여 공연장에서 그 친구를 다시 만났을 때도 유난히 가슴이 먹먹해지더군요. 좀 외롭고, 아프고, 어두웠던 어린 시절의 제 손을 살며시 잡아 주고 싶게 하는, 제게는 아픈 손가락 같은 주인공이 바로 ‘공수린’입니다.
‘잘못’ 시리즈 말고도 다양한 어린이 책을 집필해 오셨지요. 동화를 쓰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작고 보잘것없는 것도 귀하고 크게 볼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이에요. 저는 ‘따뜻한 사람들이 세상을 끌고 간다.’라는 말을 참 좋아해요. 남을 누르고 올라서는 것만이 성공의 요소가 되어 버린 세상에서 마음 따뜻한 이들은 묵묵하고 욕심도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세상을 지탱시키는 가장 큰 힘을 가진 사람들이 아닐까 싶어요. 시대가 아무리 변하고 문화가 아무리 바뀌어도 저마다 고귀한 인간의 본성은 절대 바뀌지 않을 테니까요. 독자들이 저의 작품을 통해 따뜻한 눈과 마음을 조금씩이라도 키워 가도록 하는 게 언제나 제 궁극의 목표이자 바람입니다.
선생님의 어린 시절은 어떠하셨어요? 만약에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면, 꼭 해 보고 싶은 게 있을까요?
말이 없고, 존재감도 별로 없고, 어디든 혼자 있을 곳만 보이면 틀어박혀서 죽어라 책만 읽어 대는 아이였어요. 어른들이 밖에 나가서 좀 놀다 오라고 쫓아낼 정도였죠. 아무리 그래도 책하고 노는 게 세상에서 제일 좋은, 좀 재미없고 심심한 시절을 보낸 것 같아요.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온갖 말썽을 다 부리는 명랑 쾌활 왈가닥이 되어 보고 싶어요. 건강한 말괄량이가 가진 밝은 에너지가 늘 부러웠거든요. 그래서인지 어른이 된 후에 뒤늦게 말괄량이 기질이 나날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것에 혼자서 무척 행복해하고 있답니다.
차후 준비 중인 이야기가 있으신지요? 올해 선생님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현재 준비 중인 작품은 ‘말(언어)’에 관한 이야기예요. 말이 거칠어진다는 건 삶이 그만큼 팍팍하다는 뜻일 거예요. 어린 친구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오고 가는 말이 점점 더 거칠고 사나워지는 게 늘 안타까웠어요. 새 작품을 통해 말이 가진 엄청난 힘을 드라마틱한 이야기로 풀어내 보려고 합니다. 올해도 늘 그랬듯 집필에 매진하는 틈틈이 독자들과 소통하는 기회를 얻고, 부족한 체력을 단련하는 데도 더 힘을 쏟을 생각입니다. 체력과 건강이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걸 새삼 절감하는 시절이니까요.
마지막으로 『잘못 뽑은 전교 회장』 을 비롯한 ‘잘못’ 시리즈를 아끼는 독자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잘못’ 시리즈의 모든 주인공들이 결코 잘못된 그 무엇이 아니었듯, 우리 모두는 잘못 태어나거나 못난 사람이 아니에요. 자신의 숨은 가치를 찾으며 스스로를 잘 보듬어주고, 다른 사람을 따뜻하게 바라보려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행복한 삶을 일구어 갈 수 있을 거라 믿어요. 독자 여러분 모두 ‘참 잘 태어난’ 행복한 삶의 주인공이 되시기를 온 마음으로 응원하겠습니다.
* 이은재
추계예술대학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하고, MBC창작동화 공모전에서 장편동화 부문을 수상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창작지원’을 수상했고, 2016년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10인의 동화 작가로 선정되었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잘못 뽑은 반장』,을 비롯한 ‘잘못’ 시리즈와 『가짜 영웅 나일심』, 『기차는 바다를 보러 간다』, 『전교에서 제일 못된 아이』, 『산과 개』 『행복을 길어 올린 영글이』, 『내 친구 솔생이』, 『보금이』, 『지붕 위의 꾸마라 아저씨』,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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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뽑은 전교 회장이은재 글/신민재 그림 | 주니어김영사
엉터리 공약으로 전교 회장이 된 소년이 올바른 책임감과 자신감을 알아 가는 이야기다. 어린이 선거라는 현실감 있는 소재를 흥미진진하게 풀어가면서 예리하고도 적절하게 주제의식을 담아낸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