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공연 제작사들이 2020년 라인업을 발표했다. <워호스>, <펀홈>, <제이미> 등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 화제작들이 국내 첫선을 예고하고 있고, <렌트>, <고스트>, <렛미인> 등 오랜만에 무대로 돌아오는 반가운 작품들도 눈에 띈다. 공연 때마다 사랑받는 인기작들도 대거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올해 만날 수 있는 주요 뮤지컬과 연극을 달별로 정리해봤다.
1월 : 새해 시작과 함께 화제의 창작뮤지컬 두 편이 잇따라 재연된다. 먼저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무대에 올린 <웃는 남자>가 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한다. 2018년 초연 당시 제7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 6관왕, 제3회 한국뮤지컬어워즈 3관왕 등을 휩쓴 <웃는 남자>는 강제로 입의 양쪽 가장자리를 찢겨 사라지지 않는 미소를 지닌 채 광대로 살아야 했던 귀엔플랜의 비극적인 운명을 통해 17세기 시대상을 꼬집는다.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까지 격동의 시대를 담은 <여명의 눈동자>도 23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재연을 앞두고 있다. 1991년 10월부터 넉 달간 평균 시청률 40%를 넘겼던 동명의 드라마를 무대에 옮긴 작품으로, 지난해 초연 당시 투자 문제로 몇 차례 개막이 늦춰지다 별다른 무대장치 없이 공연됐던 만큼 제대로 구색을 갖춘 <여명의 눈동자>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2월 : 2월에는 인기 뱀파이어들이 무대를 찾는다. 4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드라큘라>는 11일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다. 아일랜드 소설가 브램 스토커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천 년 동안 한 여인만을 사랑한 드라큘라 백작의 이야기다. 2004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고, 국내에서는 2014년 첫선을 보였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마마,돈크라이>는 28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6번째 시즌을 이어간다. ‘사랑을 얻고 싶은 인간 vs 죽음을 갈망하는 뱀파이어’ 두 남자의 운명적인 서사를 그린 2인극으로, 관객들의 입소문과 시즌마다 거친 대대적인 보완 작업을 통해 지난 10년간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한 창작뮤지컬이다.
3월 : 3월은 온 가족이 함께 보기 좋은 작품들이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 서울 공연 이후 18개 지역을 돌고 다시 서울로 돌아온 뮤지컬 <맘마미아!>가 8일부터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앙코르 무대를 이어가고, 2월까지 부산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도 14일부터 서울 블루스퀘어로 무대를 옮긴다. 주호민 작가의 웹툰이 원작인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신과함께_저승편>은 25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라흐마니노프의 멈춰버린 3년을 담아낸 뮤지컬 <라흐마니노프>도 3월 중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1관에서 각각 네 번째 시즌을 선보인다.
4월 : 4월에는 어느 여배우가 캐스팅될지 궁금한 작품들이 잇따라 개막한다. 먼저 1890년대 미국에서 일어난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을 재해석한 여성 4인조 록뮤지컬 <리지>가 2일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초연되고, 28일에는 서울시뮤지컬단의 <사운드 오브 뮤직>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동명의 영화로 잘 알려진 <글루미 선데이>도 한전아트센터에서 초연될 예정이다.
5월 : 5월에는 영화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특색 있는 작품들을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신작 뮤지컬 <아메리칸 사이코>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초연되고, 심플한 무대와 색다른 무대효과로 주목받았던 연극 <렛미인>은 2016년 초연 이후 4년 만에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 다시 오른다.
6월 : 6월에는 반가운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다. 먼저 천재 음악가의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을 클래식하면서도 대중적인 넘버, 화려한 무대미술로 펼쳐낸 뮤지컬 <모차르트!>가 10주년을 맞아 1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한다. 2016년 이후 4년 만이다. 가난한 청년 예술가들의 고뇌와 열정, 사랑을 담은 뮤지컬 <렌트>는 16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9년 만에 관객들을 다시 만난다. 1996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돼 토니상, 퓰리처상 등을 휩쓸었고, 국내에서는 2000년에 첫선을 보였다.
7월 : 새로운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에게 7월은 가장 설레는 달이 될 것이다. 일단 지난 2007년 영국에서 초연돼 전 세계를 강타한 연극 <워호스>가 드디어 한국을 찾는다. 마이클 모퍼고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군마로 차출된 ‘조이’와 소년 ‘앨버트’의 모험과 우정을 담은 작품이다. 실물 크기의 퍼펫이 무대 위에서 실제 말처럼 움직이는 모습은 이 작품이 로렌스 올리비에상, 토니상 등을 휩쓴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한다. 6월 부산 드림씨어터를 거쳐 7월 3일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개막한다. 웨스트엔드 신작 뮤지컬 <제이미>도 7일 LG아트센터에서 첫선을 보인다. 드랙퀸(여장남자) 퍼포머를 꿈꾸는 고등학생 제이미의 이야기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돼 2017년 영국에서 초연됐던 작품이다. 2015년 토니상 5관왕을 차지한 <펀 홈>도 7월 초연될 예정이다. 미국 작가 앨리슨 벡델의 그래픽 노블이 원작으로, 가족 내 퀴어 정체성의 계보를 추적한 가족희비극이다.
8월 : 8월에는 이른바 ‘흥행보증’ 뮤지컬들이 잇따라 개막한다. 수많은 고양이가 무대를 장악하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명작 <캣츠>가 7월 부산 공연에 이어 8월 서울을 찾고, 전체 길이 80cm의 빨간 부츠를 신은 남자배우들이 신디 로퍼의 파워풀한 음악에 맞춰 노래하고 춤추는 <킹키부츠>도 8월 블루스퀘어에서 공연된다. 그런가하면 서양 고전에 한국의 뮤지컬 어법을 입혀 많은 사랑을 받아 온 창작뮤지컬 <베르테르>는 올해 20주년을 맞아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다시 한 번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9월 : 9월에도 국내 첫선을 보이는 신작들을 만날 수 있다. 먼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뮤지컬 <더 그레이트 코멧>이 15일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초연된다. 객석 일부를 무대에 설치하고, 배우들이 관객들 사이에 스며들어 연기하는 ‘이머시브’ 형식이다. 2016년 런던에서 초연된 매튜 본의 <레드 슈즈>는 16일 LG아트센터에서 처음으로 국내 관객들을 만난다. 동명의 고전 영화를 무대화한 작품으로, 1940년대 할리우드 황금기 시대 사랑과 예술 사이에서 갈등하는 발레리나의 이야기다.
10월 : 10월에는 독특한 장치로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했던 작품들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동명의 웹툰에 서울예술단의 색을 입혀 지난해 초연한 창작가무극 <나빌레라>는 10일 LG아트센터에서, 영화 ‘사랑과 영혼’을 무대에 옮긴 <고스트>는 16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개막한다. 도전하는 70대와 방황하는 20대가 발레를 통해 소통하는 <나빌레라>에서 모든 배우가 발레를 춘다면, ‘매지컬’로 불리는 <고스트>에서는 마술과 영상을 활용한 최첨단 기술로 영혼이 된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선보인다.
11월 : 연말 시장을 겨냥해 11월에는 안정적인 작품들이 대거 개막한다. 6일 블루스퀘어에서는 프랑스 뮤지컬의 대명사 <노트르담 드 파리>의 내한공연이, 12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는 뮤지컬 코미디 영화를 무대에 옮긴 <시스터 액트>의 내한공연이 이어진다. 21일 LG아트센터에서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동명 소설을 뮤지컬로 만든 <몬테크리스토>가 10주년 무대를 열고, 코미디 뮤지컬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준 <젠틀맨스 가이드>, 돈키호테가 던지는 희망의 메시지 <맨 오브 라만차>도 11월 개막을 예고하고 있다.
12월 : 12월에는 동명의 소설과 영화에 이어 뮤지컬로도 제작된 <서편제>가 10주년을 맞아 다시 무대에 오른다. 소리꾼의 이야기지만, 판소리와 대중음악이 조화를 이룬 뮤지컬 넘버가 또 다른 매력인 작품이다.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