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산만함을 보는 두 가지 시각
치료의 대상인 증상이 아니라, 신경다양성에서 잘 맞는 환경이라면 뛰어난 역량이 될 수 있는 독특함으로 관점의 전환을 제안하며, 이를 도울 수 있는 다양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하는 책이다.
글ㆍ사진 하지현(정신과 전문의)
2019.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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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그렇게 만은 볼 건 아니잖아

 

“영훈이는 30년 전이었으면 동네 골목대장 하면서 인기가 많았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산만하고 가만히 있지 못한다는 담임 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병원을 찾은 초등학교 1학년 영훈이의 부모에게 한 말이다. 낯선 진료실에 들어와서도 주눅들지 않고 책상 위의 듀얼 모니터를 보고 “와, 모니터가 두 개가 붙어 있어!”라고 신기해하고, 바로 손을 뻗어 마우스를 움직여보려고 한다. 부모가 당황해 하며 말리자, 이번에는 바퀴가 달린 의자를 뒤로 확 밀면서 신나 한다. 전형적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아이의 행동이었다. 이걸 정신질환의 관점에서 보면 증상이지만, 사실 남자 아이의 전형적인 행동 패턴이 조금 과한 것이라고 볼 수 도 있다. 부모도 그런가보다 하고 지켜봤는데, 학교 선생님이 직접 전화까지 하니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보고 병원을 찾은 것이다.

 

영훈이는 활달하고 호기심 많은 8살 남자아이일까, 과잉 활동과 산만함이란 증상을 가진 학업과 학교 생활에 지장이 많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환자일까? 두 말 모두 맞다. 사회문화적으로 보면 30년 전에 지금같이 학습 압력이 크지 않고 동네에서 하루 종일 노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던 시기에는 전자로 보는 시선이 우세했을 것이고, 지금은 후자로 보는 시선이 우선할 가능성이 높다.

 

다리가 부러진 것이나,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과 같이 분명한 경우는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것이 쉽다. 그렇지만, 몸무게, 꼼꼼함, 주의력 유지, 기억력과 같은 것은 있다/없다로 딱 갈라서 볼 것이 아니라, 스펙트럼안에 정규분포곡선을 그리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라야 할지를 결정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진다. 어느 선을 넘은 것을 비정상으로 보면 증상이라고 하고, 없애거나 줄이거나, 해결해야할 과제가 되어버린다. 세상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꼭 그렇게 만은 볼 건 아니잖아라는 깊은 저항도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계발할 대상으로 봐야한다

 

이런 마음을 가진 부모와 교사를 위로하며 방향을 제시해주는 책이 나왔다. 토머스 암스트롱의 『증상이 아니라 독특함입니다』 이다. 이 책의 원제는 ‘신경다양성의 힘(The power of neurodiversity)’로, 정신병리(psychopathology)가 아닌 인간의 진화와 적응을 위해 존재하는 수많은 신경다양성으로 관점을 달리 보자고 제안한다.

 

병리의 관점에서 보면 증상이지만, 다양성의 관점에서 보면 개성이고 독특함이라는 것, 더욱이 특정한 상황에서는 남들은 갖지 못한 재능일 수 있다.

 

저자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자폐증, 난독증, 불안과 우울증뿐 아니라 조현병까지도 신경다양성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사회가 너무나 전형적인 삶만을 강요하고 있어서 “사회적 관심에 대한 집착, 우월성에 대한 망상, 순응해야한다는 강박 관념”만 강화하고 있다고 비판하다. 대신 이례적인 특정한 신경의 과잉 발달은 정상적 차이로, 인간의 다른 차이처럼 용인되고 존중되어야 한다고 본다. 인간의 뇌는 생태계와 같이 변화에 적응하는 존재라는 것이고 역량은 연속선 위에 스펙트럼같이 펼쳐져 있고, 사회문화적 가치관에 의해 정상성과 비정상성은 규정된 것이지 절대적 가치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인생의 성공도 또한 자기가 가진 재능을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달려있다. 예를 들어 사회적 관계 맺기 능력이 떨어지지만 한 가지 일에 깊이 몰두하고 이성적 분석에 능한 고기능자폐스펙트럼장애가 있는 사람은 실리콘밸리에서는 매우 탁월한 역량을 가진 사람으로 잘 적응할 수 있다. (반면 이 사람이 서비스업에 종사해야만 한다면 너무나 힘든 일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없애야 할 증상이 아니라, 독특한 재능이라는 관점에서 한 사람의 증상이라 불리던 행동, 판단, 감정을 바라보고 적응하는데 도움을 준다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산만한 아이를 어떻게 설명하는지 한 번 보자. 저자는 ‘어릴 때 모습이 여전히 간직된 상태’를 의미하는 유태보존(neoteny) 개념을 가져와서 일반적으로 나이를 먹으면 어릴 때 모습이 사라지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것이 남아있고 그것이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유명한 아인슈타인의 혀를 쑥 내밀고 있는 사진을 예로 들면서 아이와 같은 본성이 남아있기에 남들은 생각해내지 못할 창조적인 새로운 개념인 상대성이론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어릴 때 행동 특성인 호기심, 장난기, 창의성, 유연성, 유머가 나이가 들어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다는 것은 실은 ‘주의력이 덜 발달된 지연된 상태’가 아니라, ‘진화의 최첨단에 있는 생물종의 한 변이’로 보는 것이 산만함의 특성일 수 있다고 해석한다. 그러므로 없애려 하지 말고, 아이의 여전히 아이같은 확산적 사고와 짧은 주의력 유지기간을 장점으로 보고 계발할 대상으로 봐야한다고 보는 것이다.

 

농경사회에서는 신중하게 생각하고 계획을 해서 실수없이 하는 행동이 우세하고 적응적이지만, 수렵사회에서는 그 반대였을 것이다. 토끼가 나타나면 일단 창을 던지고 쫓아가게 몸이 반응을 먼저 하는게 한 마리라도 더 잡을 확률이 높다. 그런 면에서 농경 상회를 기반으로 문명을 만들어낸 현대사회에서 수렵형 인간은 비적응적일 수 있고, 실은 전형적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 증상을 가진 존재로 평가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렵형 인간이 진화에서 도태되어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 이유는 ‘이기적 유전자’의 관점에서 인간이란 종의 생존을 위해 급격한 환경변화가 오면 이 수렵형 유전자 풀이 한 몫 해야할 시기가 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들의 증상을 나쁜 것만으로 보기보다 적응에 도움을 주면서 그 재능을 잘 발달시킬 수 있게 돕자는 것이 신경다양성의 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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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이 많다

 

이들은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일을 지속적으로 주의를 유지하는 ‘중심과제 주의력’이 낮을 뿐, 먹잇감을 찾을 때와 같이 주변을 스캔하는 주의력이나, 목표물을 찾아 추적하는 주의력은 훨씬 강할 수 있다. 그래서, 주의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명된 아이라면 환경을 변화시켜 줄 필요가 있다. 아이들에게 가장 나쁜 환경이 지루하고 반복적 작업을 유지하는 것이다. 자극이 없는 조용한 공간이 더 나쁘다. 음악, 색깔이 있게 교실을 꾸미는 환경적 정신자극제가 도움이 되고, 책상을 두 개 놓고 일어설 때마다 옆 책상으로 옮기게 하니 집중 유지에 도움이 되었다.

 

또, 책상 밑에 재봉틀 페달을 달아서 아이가 발을 움직이면서 수업을 듣게 하거나, 펠트를 책상 안쪽에 대서 촉각자극을 계속 받게 하는 것, 의자 대신 짐볼에 앉아서 수업에 듣게 하는 것이 전반적 학습능력이 향상되는 반전이 일어나게 하였다고 소개하고 있다. 어릴 때 산만한 아이는 나중에 공부도 못하고, 직업도 갖지 못할까?

 

저자는 도리어 좋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직업들이 많다면서, 소방관이나 경찰관, 레크리에이션 강사, 출장 영업사원, 홍보 컨설턴트, 항공기 조종사 등이 어울릴 것이라 말한다. 또 요새 나와있는 메모 앱을 잘 이용하고, 카메라로 자주 찍어서 저장하는 방식과 같은 IT를 이용하면 쉽사리 주의가 분산되어 잊어버리고 실수하는 것을 줄일 수 있고, 혼자서는 잘 못하는 시간관리, 계획의 실행은 전문가의 코치를 받으라고 한다.

 

이 책은 이런 식으로 이후에 자폐증의 체계성이란 특성, 불안이 나를 잘 대비하게 해서 생존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 지능을 일반화해서 보기보다 어떤 면에서 똑똑한 것이 누구에게나 있다는 관점의 변화, 조현병이란 논리이고 조직화된 사고가 안되는 것으로 본다면 실은 창의성이 매우 높은 존재일 수 있다고 신경다양성을 설명한다. 만일 열등한 유전자였다면 벌써 우리 유전자 풀에서 사라졌을 텐데 여전히 남아있다. 그중 일부는 적응에 분명한 어려움이 있어서 치료와 도움이 되지만, 그보다 낮은 수준에 특성을 갖는 경우는 어떤 면에서는 남들은 갖지 못한 재능을 가진 존재로 마이너한 공간에서 탁월한 역량을 가진 존재로 인정받을 수 있다. 바로 이런 ‘다양성’의 측면에서 존재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증상이 아니라 독특함입니다』 는 이와 같이 치료의 대상인 증상이 아니라, 신경다양성에서 잘 맞는 환경이라면 뛰어난 역량이 될 수 있는 독특함으로 관점의 전환을 제안하며, 이를 도울 수 있는 다양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하는 책이다. 
 

 

 


 

 

증상이 아니라 독특함입니다토머스 암스트롱 저/강순이 역/김현수 감수 | 새로온봄
우리 사회에 ‘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확대하고, 특히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아이와 그 아이의 양육과 교육에서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한다. 부정적인 단점을 없애는 것만큼 가진 장점에 주목하고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고 아이가 행복하면 부모도 교사도 행복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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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현(정신과 전문의)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읽는 것을 좋아했다. 덕분에 지금은 독서가인지 애장가인지 정체성이 모호해져버린 정신과 의사. 건국대 의대에서 치료하고, 가르치고,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쓴 책으로는 '심야치유식당', '도시심리학', '소통과 공감'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