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본주의’라 불리는 사회에 살고 있어요. 자본주의는 ‘시장 경제’라고 부르기도 하죠. 시장이 자본주의에서 처음 생긴 건 아니지만, 자본주의가 다른 건 인간의 삶과 관련한 모든 게 시장에서 상품으로 사고팔린다는 거예요. ‘인간의 노동력’도요. 어른들은 대부분 회사에 다니며 살아가지요? 그들은 제 노동력을 회사에 팔고 회사는 그들의 노동력을 사는 거고요. 요즘은 시장이 인터넷에도 펼쳐져 있잖아요. 우리는 시장이 갖는 편리함을 알아요. 하지만 문제도 적지 않아요.
우리가 어떤 물건을 산다고 할 때, 그 물건이 만들어지고 나에게까지 오려면 많은 사람의 수고가 있어요. 우리는 그걸 잊고 단지 그 물건을 상품으로서만, 얼마짜리인가로만 보는 거죠. 사람을 볼 때도 인격이나 개성보다는 연봉이나 재산 같은 게 기준이 되는 것도 그래서죠. 무서운 건 그런 일들이 일상에서 반복되다 보면 우리의 생각이 아예 거기에 맞추어진다는 거예요. 그래서 삶에서 정말 중요한 가치들을 잊기도 해요. 자본주의는 인간성 상실, 빈부 격차, 환경 파괴 같은 문제를 피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자본주의 이전에 다른 사회가 있었어요. 영주와 농노를 중심으로 한 봉건제 사회가 있었고, 그 이전엔 주인과 노예를 중심으로 한 노예제 사회가 있었죠. 자본주의 사회는 그런 사회와 달리, 나면서부터 정해지는 신분이 없고 법적으로도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평등해요. 하지만 그건 겉모습일 뿐이고 실제로는 계급이 있고 부모가 누군가인가에 따라 인생이 결정되는 사회라는 의견도 있어요. ‘금수저’ ‘흙수저’ ‘헬조선’ 따위 말은 그런 뜻을 담고 있지요.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사람이 있듯이 자본주의 사회를 좋게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아요. 누구든 자유롭게 제 의견을 내고 토론해야 해요. 그래야 좀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자본주의 다음엔 어떤 사회일까요? 자본주의가 인류의 마지막 사회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역사 공부를 제대로 안 한 걸 거예요. 인류 역사는 언제나 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었고 결국 새로운 사회가 만들어지곤 했어요. 자본주의 역시 다른 사회로 바뀔 수 있어요.
어린이는 대부분 태어난 사회에서 살아가게 되지요. 자신이 살아갈 사회를 선택할 수 없다는 건 아쉬운 일이에요. 게다가 지금 한국은 어린이가 살아가기에 좋은 나라라고 하긴 어려우니까요. 하지만 어린이에겐 자신이 살고 싶은 사회를 마음껏 상상할 권리가 있어요. 이 책은 바로 상상하는 힘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어요. ‘다리미 공장 사람들’은 끊임없이 상상하고 또 실험해요. 여러분도 상상하는 힘을 잃지 마세요. 꼭 지금보다 훨씬 근사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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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천외한 코뮤니즘 실험비니 아담착 글/윤예지 그림/조대연 역 | 고래가그랬어
상상의 한계는 없어야 하고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어야 합니다. 어린이의 상상하는 힘을 떨어뜨리지 않는 것은 그들과 함께 현재를 살아가는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 싶은 어른이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김규항(『고래가 그랬어』 발행인)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