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보다도 음식이 풍성한 가을의 밥상, 밥과 탕이 줄 수 있는 맛의 밋밋함에 새로움이 돌고, 새콤함과 향긋함이 입을 즐겁게 해줄 씬 스틸러가 필요하다. 노각무침과 산초장아찌는 마치 어느 날 오래된 사람들의 모임에 산전수전 다 겪은 고수와 톡 쏘는 매력을 지닌 신인이 함께 등장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것처럼 오묘한 맛을 느끼게 해준다.
* 지난여름의 영화를 뒤로 한, 무엇도 흉내 낼 수 없는 오묘한 맛과 식감의 노각무침
노각무침
신선함과 아삭함을 끝없이 내어줄 것 같았던 덩굴이 그 싱그러움을 잃어갈 때 우리는 비로소 오이의 이름이 왜 황과黃瓜인지 알게 된다. 지난여름의 영화를 뒤로 한 채 누런색과 자글자글한 주름을 얻은 노각은 무엇도 흉내 낼 수 없는 오묘한 맛과 식감을 선사한다. 식초를 살짝 더해 잠시 세월을 되돌리고 고춧가루로 서늘한 성질을 잡고 장으로 간을 맞추면 노각은 맛깔스런 새 옷을 입고 식탁에 오른다.
* 입을 즐겁게 하는 새콤함과 향긋함, 산초장아찌
산초장아찌
이제 시선을 조금 들어보자. 여름의 색을 조금씩 잃어가는 잎들 사이로 영글어가는 산나무들의 열매들이 보인다. 그중 특유의 향으로 소화를 돕는 산초 열매로 장아찌를 담아 노각과 함께 낸다. 밥과 탕이 줄 수 있는 맛의 밋밋함에 새로움이 돌고, 새콤함과 향긋함이 입을 즐겁게 한다. 마치 어느 날 오래된 사람들의 모임에 산전수전 다 겪은 고수와 톡 쏘는 매력을 지닌 신인이 함께 등장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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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적절 약선음식고은정, 김형찬 저/류관희 사진 | 홍익출판사
지리산에서 제철음식 학교를 운영하고 청와대 관저의 전통 장을 담당하고 있는 요리연구가 고은정의 오랜 노하우가 곳곳에 묻어 있기에, 제철 식재료의 매력을 더욱 잘 느낄 수 있다.
고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