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한바탕 춤춘 기분이 드는 책
‘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글ㆍ사진 신연선
2019.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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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널예스] 어떤,책임.jpg

 

 
캘리 : 요즘 날이 조금 선선해져서 밤 산책하기 정말 좋지 않나요?


불현듯(오은) : 정말 좋더라고요. 공기도 좋아서 저도 자주 산책하고 있어요.


프랑소와 엄 : 선선한 날씨에는 또 독서가 제격이잖아요. 너무 서점 직원 같았나요?(웃음) 저희가 요즘 독서모임 서비스, ‘북클러버’ 2기를 모집하고 있어요. 김겨울, 정여울 작가님과 독서모임을 하는 프로그램도 있고요. 직접 독서모임을 만든 분들께 지원을 하는 프로그램도 있어요.


불현듯(오은) : 관심 있는 분들은 bookclubber.yes24.com으로 접속하시면 됩니다. 오늘 ‘어떤,책임’ 주제는 ‘한바탕 춤춘 기분이 드는 책’입니다.

 

 

프랑소와 엄이 추천하는 책

 

『요리는 감이여』
51명의 충청도 할매들 저 | 창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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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독특한 책이에요. 충남교육청에 있는 평생교육원에서 한글학교를 다니시며 한글을 배우시는 할머니분들과 자원봉사자, 중고등학생이 재능기부로 참여해서 만든 책이거든요.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덩실덩실해지는 느낌이 들고, 살짝 울컥하는 느낌도 들었어요. <전국노래자랑> 같은 느낌이 나더라고요. 흥은 있으면서 얌전히 스텝을 밟는 할머니가 떠오르는 책이었어요. 예전에 <삼천포책방> 그냥 님이 소개해주신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  를 좋아하셨던 독자 분들이라면 이 책도 당연히 좋아하실 것 같아요.


왼쪽 페이지에는 할머니의 구술사가 있고요. 오른쪽 페이지에는 그 할머니가 추천하는 자신만의 요리법이 있습니다. 요리에 대한 글은 할머니 말투로 적었고요. 그 다음 페이지를 보면 할머니의 글씨로 요리 순서가 기록되어 있어요. 할머니마다 글씨체가 너무 귀엽고 개성이 있죠. 마지막에는 청소년의 재능기부로 그 요리를 그린 그림이 실려 있고요. 그러니까 한 할머니 당 4쪽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는 거죠. 저는 요리를 즐기지 않는 편이라서, 무엇보다 할머니의 구술사 부분이 정말 좋았어요. 또 유튜브에 이 할머니 분들이 책을 홍보하는 영상이 있는데요. 정말 좋아요. 한 번 보세요.

 

북트레일러 보기 https://youtu.be/vRtd_CZXNVU

 

"글을 배우고부터는 공부하는 게 너무 좋아서 수업시간에 잡담하는 것도 싫고, 쉬는 시간조차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초등학력과정을 졸업한지는 3년이 넘었지만 배운 것을 잊어버릴까봐 복습하고 또 복습한다. 완전히 나의 지식을 만들고 싶어 도서관에 빠지지 않고 나온다. 받아쓰기 하면 받침이 신경 쓰여서 머리가 아프지만 부소산 한 바퀴 휘 돌고 오면 금세 즐겁다. (중략) 건강을 유지해서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일들 하며 공부하는 것이 소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할머니들의 특별한 생활 감수성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 자식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는 게 수고로워도 그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너무 행복하다는 말씀을 공통적으로 하시더라고요. 이런 이야기를 보니까 부모님이 무언가를 해주셨을 때 감사하다는 표현을 많이 해야겠다, 이런 게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의 가장 큰 기쁨이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어요.

 

 

불현듯(오은)이 추천하는 책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황현산 저 |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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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8일이 황현산 선생님의 1주기였어요. 그 날에 맞춰 출간된 책입니다. 황현산 선생님의 트위터 모음집인데요. 보시다시피 책이 두껍습니다. 황현산 선생님의 트위터 아이디가 ‘septuor1’잖아요. ‘septuor’, 이 단어를 찾아봤더니 7중주라는 의미더라고요.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싶어하셨던, 화음을 만들고 싶어하셨던 선생님의 태도가 아이디에 담겨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트위터는 140자라는 한계가 있는데요. 그러다보니 날카롭게 벼려진 말이 많이 등장해요. 약간 탭댄스를 보는 것 같기도 했어요. 번뜩이면서도 침착하게 사유하지 않으면 어떤 뜻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말들, 그러다 보니 여러 번 곱씹게 되고 시간이 지나도 생각나는 말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 책이 나온 게 참으로 축복이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책을 읽는데 눈으로 본다기보다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어요.

 

인간에게 어려운 일은 선택하고 결정하는 일이다. 독재권력 아래서는 선택과 결정의 고통이 면제된다. 어떤 가혹한 일이라고 시키는 대로 하면서 사람들은 자기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게 된다. 자진해서 노예가 된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도 드물다.

 

여러 번 읽게 되는 문장이 담겨 있어서 이것을 책으로 읽었을 때 더 생각할 여유를 갖게 되더라고요. 저는 처음에 책을 순차적으로 읽다가 나중에는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었어요. 우리가 살다가 하는 말들이 정확한 타이밍도 중요하지만 그냥 그날그날 일상의 기록이기도 하잖아요. 그것들을 뒤적이면서 선생님이 이때는 이런 이야기를 하셨구나, 라고 생각하곤 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글은 2016년 12월 31일에 올린 트윗이에요. “늙어서 좋은 점이라고 해야 하나. 젊었을 때 가진 물건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잃어버렸거나 도둑 맞은 것이다. 늙어서 물건이 보이지 않으면 어디에 곱게 놓아둔 것이다.”(웃음) 이런 문장들을 통해 선생님이 유머를 늘 잃지 않았다는 점이 참 반짝였어요. 선생님을 기억하는 여러 방식이 있을 텐데요. 저는 선생님의 책을 다시 읽으면서 선생님이 학자로서, 선생님으로서, 어른으로서 어떤 이야기를 하셨는지 귀 기울이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식 같아서 매일 그렇게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캘리가 추천하는 책

 

『나는 예쁘지 않습니다』
배리나 저 | 북로그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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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 분도 많으실 것 같아요. 뷰티유튜버로 활동하신 배리나의 책인데요. 같은 제목 ‘나는 예쁘지 않습니다’라는 영상을 작년에 유튜브에 올려서 큰 화제가 됐었어요. 원래 화장하는 모습을 찍어 올리던 분인데 어느 날 그 화장을 지우면서 ‘탈코르셋’ 선언을 한 거죠. 탈코르셋, 코르셋을 벗는다는 의미잖아요.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 압박 때문에 억지로 하는 꾸밈노동을 거부한다는 운동인데 화장법을 소개하던 뷰티유튜버가 탈코르셋 선언을 한 거예요. 지금 찾아보니 그 영상의 조회수가 800만이 넘더라고요. 대단하죠?


이 책은 학창시절 왕따를 경험하고 우울증도 심했던 한 젊은 여성이 어떻게 성장했고, 어떻게 뷰티유튜버로 활동하게 됐으며, 왜 탈코르셋 선언을 하게 되었는지를 아주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책이에요. 시작 부분에서 저자는 ‘어쩌면 과장된 경험담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일은 다행히 본인이 겪지 않았을 뿐 누군가는 반드시 겪는 일이다’라고 말하거든요. 그럴 만한 게 책에 담긴 저자의 경험이 충격적인 것이 많았어요. 놀라워하는 것도 조심스럽긴 하지만 말이에요. 한 번은 이런 적도 있었대요. 그냥 길을 가는데 처음 본 사람이 다가와서 “살 좀 빼!”라고 하고 갔대요. 뚱뚱한 외모 때문에 워낙 괴롭힘을 많이 당했던 거죠. 그래서 지하철을 타면 숨이 막히고 어지러울 정도였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요.


뷰티유튜버로 활동하면서 악플도 굉장히 많았지만 꾸준히 활동을 하다보니 ‘당신 영상으로 희망을 얻었다’, ‘예쁘다’는 댓글도 받았어요. 저자는 무엇보다 그 ‘예쁘다’는 댓글이 너무 좋았다고 말해요. 그러던 중 친한 언니가 탈코르셋을 실천하는 걸 봤고, 그 모습에 놀라면서도 심장이 뛰었던 거예요. 자신이 평생 사회적인 시선과 압박에 시달렸었구나, 나의 잘못이 아니었구나, 를 처음으로 깨달은 거죠. 그리고 자신이 지인을 보고 가슴 떨렸던 것처럼 유튜브를 통해 누군가에게 자신도 그런 영향을 주고 싶다고 생각하게 돼요. 그렇게 탈코르셋 선언을 하는 유튜브를 올립니다. 저자는 뷰티 영상을 찍어 올릴 때보다 훨씬 큰 자유와 기쁨을 느꼈다고 말하고요. 책을 읽으면서 타인의 외모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주 무례한 행동이라는 사실을 거듭 생각하게 됐어요.

 

 

*오디오클립 바로듣기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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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연선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