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뜬 마음 가라앉히고> 이후 1년 반만의 신보다. 그간의 사랑, 꿈, 이별에 둘러싸인 잡념의 시간을 떠나보낸 뒤, 그들은 이 모든 걸 한낱 어지러움으로 분출한다. 일렉트로닉 사운드는 화려하다는 공식을 깨버리고 따뜻한 사운드로 공간감을 가득 메운다. 동시에 <아, 이 어지러움>은 모순되게도 무심히 허공으로 끌어들인다.
사운드는 전작과 크게 달라지지 않지만, 한층 깊고 성숙해진 가사는 밴드만의 특성을 부각한다. 기분 좋은 사운드로 달콤한 사랑을 노래한 <녹색광선>의 「유아인」, 비틀거리는 청춘에 차분함을 더한 <들뜬 마음 가라앉히고>의 「깊은 우리 젊은 날」을 지나 담담하게 마음을 늘어놓는 <아, 이 어지러움>의 「Bunker」에 도달하며 위 아 더 나잇은 하나의 서사를 만들었다.
미디엄 템포에 일렉트로 소리를 입히고, 꾸밈없이 늘어놓는 가사에 선명한 멜로디를 붙여놓으니 메이저와 인디 모두를 만족시킬 음악이 탄생했다. 다양한 신스 사운드가 보컬 함병선의 목소리와 만나 따뜻한 기운을 내보인다. 특히 이 점은, 강렬한 특수 효과로 미래를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묘사한다는 뜻의 「SF」에서 두드러진다. ‘우리 함께 하는 미래를 보았어 / 둘이 함께 하는 삶을 보았어’라는 가사도 그렇고 우주를 활보하는듯한 사운드가 진정 「SF」스럽다. 그러면서도 함께하는 미래를 이야기하는 소박한 반전의 매력을 지닌다.
전체적으로 일관된 사운드를 내보인다. 차분한 템포에 소소한 사랑을 노래하는 「Bunker」, 「스노클링」은 가라앉은 일렉트로 사운드에 함병선의 숨소리 머금은 보컬이 내려앉고, 단 두 개의 코드와 간결한 구성으로 분위기를 뒤흔드는 「악몽이라도」는 제목만큼이나 음산한 코러스와 취한듯한 창법이 돋보인다. 「거짓말」에서는 몽롱한 음색의 고갱이 자신도 모르는 마음을 어지럽게 내비치고, 현실감 있는 가사와 흘려보내는 멜로디 진행을 선보이는 지바노프가 매력을 보탠다. 찰나의 순간에 임팩트를 실으며 서로가 적당한 온도의 조화를 꾸려낸다.
<들뜬 마음 가라앉히고> 앨범 설명 속, 늦은 시간 버스를 타고 머나먼 행선지로 떠나며 자신들의 노래를 들어본다던 함병선의 고백이 떠오른다. <아, 이 어지러움> 역시 그런 감정을 환기한다. 적재적소에 유연히 배치한 소리와 자신의 생각을 오롯이 녹여낸 가사가 자연스럽다. 변화가 없다는 식상함으로 그들의 음악을 논할 수는 없다. 인고의 시간 속 탄생한 <아, 이 어지러움>은 어지러운 이들의 마음에 푹 고여 위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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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아더나잇 (We Are The Night) - 아, 이 어지러움위아더나잇 밴드 | 비스킷 사운드 / big.wav Music
그냥 사람들하고 술 마시며 했던 말, 문자로 나눴던 대화들을 훑어봤어. 가족들, 친구들, 동료들, 동생들의 이야기. 맞아. 그곳에 내가 있더라.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