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시 태어나도 우리>는 전생을 기억하는 아홉 살 소년 앙뚜와 그의 유일한 버팀목이 되어준 스승 우르간, 두 사람의 동행을 담은 작품이다. 시원한 풍경과 묵묵한 관계가 진한 여운을 남기는데 특히 앙뚜의 이 대사가 좋았다.
“나쁜 마음으로 하지 마세요.”
살면서 행하는 잡다한 일들을 해치우듯 살아가는 태도에 경종을 울리는 한마디였다.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책 『출판하는 마음』 은 편집자, 마케터, 번역가, 서점MD 등 열 명의 출판인을 만나 인터뷰 한 은유 작가님의 인터뷰집인데요. 은유 작가님은 이 책을 쓰면서 저 대사, “나쁜 마음으로 하지 마세요”를 자주 떠올렸다고 해요. 출판하는 마음을 담는 책이니 더욱이 나쁜 마음으로 책을 써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요. 그래서일까요. 『출판하는 마음』 은 좋은 마음으로 해야만 나쁜 현실을 바꿔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은유 작가님의 진심이 오롯하게 전해지는 책입니다.
오늘 ‘책읽아웃’ <오은의 옹기종기>. 어느 새 2018년의 마지막 방송이에요. 아쉬움과 기대가 다 있는 순간 같은데요.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이즈음에 책을 쓰고, 보다 좋은 삶을 살아내는 일을 생각해보고자 은유 작가님을 모셨어요. 오늘 이야기가 여러분께도 좋은 마음 하나를 전해드릴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인터뷰 - 은유 작가 편>
오은 : 인터뷰를 시작에 앞서, 은유 작가님 소개를 해드릴게요. “글 쓰는 사람. 데이트 생활자. 아이들에게 간식 챙겨주고픈 구닥다리 모성관의 소유자. 스무 살 무렵, 명동성당 앞 어느 여성의 시위 장면을 보고 쓴 글이 <한겨레> 독자 투고란에 실렸다. 8천원, 생애 첫 원고료를 받았다. “이상하지, 살아 있다는 건, 참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일이란다”라는 최승자의 시 구절을 다이어리 첫 장에 써 놓고 20대의 불안을 견뎠다.
결혼 후, 종종 외로웠다. 나의 행복과 가족의 행복이 시시때때 충돌했다. 삶이 굳고 말이 엉킬 때마다 글을 썼다. 3년 정도를 식탁에서 썼다. 한때 원고지 20매 분량을 매일 쓰는 사람이었다. 글을 쓰면서 문제가 해결되진 않았지만 적어도 문제의 이유는 파악할 수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후련했다. 그래서 은유는 “내 삶은 글에 빚졌다”고 말하곤 한다.
은유라는 필명은 니체의 영향이다. 본명은 김지영. 중학교 때 반에 김지영이 세 명이나 있었다. 그는 언제나 "김지영들의 목소리가 사방팔방 튀어나가기를" 소망하고 있다. 사람 만나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데이트 생활자"다. 내밀한 대화를 삶의 쾌락으로 여긴다. 그 비밀스러운 생의 이야기들 덕분에 인간에 대한 무지를 깨우쳤다. 좋아하는 문장을 필사한지 십수 년이 훌쩍 넘는다. 문장 필사 노트가 사과 박스로 몇 상자 있다. 올해 봄부터 쓰기 시작해 여름에 완성한 필사노트의 첫 페이지는 일본 산문선 『슬픈 인간』 의 문장들이, 마지막 장에는 다나 해러웨이의 『한 장의 잎사귀처럼』 에 나오는 사유의 흔적들이 기록되어 있다.
글쓰기를 미루고 싶을 때는 카페에 간다. 요즘 은유의 ‘최애템’은 원글라스 와인. 딱 한 모금 간절할 때 최고다. 글은 지금의 나보다 더 잘 쓸 수도 못 쓸 수도 없다는 이성복 시인의 말을 좋아한다. 은유가 구상하는 좋은 세상이란 고통이 없는 세상이 아니라 고통이 고통을 알아보는 세상이다” 저희가 준비한 소개, 어떻게 들으셨나요?
은유 : 자서전(웃음) 요약본을 선물 받은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오은 : 궁금한 게 많은데요. ‘deep & slow’ 질문을 먼저 드린 후에 이야기 나눌게요. 오늘 은유 작가님께 드릴 ‘deep & slow’는 이것입니다. “은유 작가에게 책을 쓰는 마음이란?”이에요.
은유 : 네.
오은 : ‘데이트 생활자’라는 말이 궁금했어요. 사람 만나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신다는 이야기겠죠?
은유 : 먼저 ‘데이트 생활자’라고 이름 붙인 건요. 사보 기자로 일할 때였어요. 매번 새로운 취재원을 만나잖아요. 그게 적성에 안 맞는 사람한테는 스트레스일 수 있어요. 부담스럽고요. 그런데 저는 그게 너무 좋았어요. 어떤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람의 살아온 이야기나 어떤 주제에 대한 생각을 듣는 게 저한테 자극을 많이 줬죠. 또 항상 맛있는 거 먹잖아요.(웃음) 비싼 음료도 먹을 수 있고요. 친구들과도 마찬가지예요. 좋아하는 사람과 좋은 대화를 나누고 나면 가슴이 부푼다고 할까요. 제가 사람 만나서 자극 받는 스타일 같아요. 그래서 ‘아, 나는 데이트 생활자구나’ 생각했죠.
오은 : <한겨레> 독자투고란에 처음 글을 쓰셨을 때의 마음이 궁금합니다.
은유 : 첫 마음이라 생생하게 기억이 나요. 명동성당을 지나고 있었는데요. 삭발을 한 대학생이 같은 학교 학생인 이철규 열사의 의문사를 밝혀야 한다는 시위를 벌이고 있더라고요. 지나가다 그 장면을 봤는데 자리를 떠날 수가 없었어요.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부조리한 일이 있을 수 있지, 저걸 알리고 싶다, 생각했죠. 집에 돌아가서 그날 느꼈던 것을 글로 정리를 했어요. 그리고 보냈죠. 알리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오은 : 그 글이 신문에 실린 걸 알았을 때, 어떤 기분이셨을까요?
은유 : 너무 기뻤죠. 제 글이 활자로 인쇄되어 나온 첫 경험이었으니까요. 정말 들떴어요. 그 부분을 잘라서 스크랩해놨었어요. 그런데 잃어버렸어요.(웃음)
오은 : 아이고, 어떡하나.(웃음) 혹시 가지고 계신 분은 연락바랍니다. 어쨌든 그 사건이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은유가 시작한 단계였다고 봐도 되겠네요? 부조리한 것을 지나치지 않는 태도가 어쩌면 글 쓰는 은유를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은유 : 그랬던 것 같아요.
오은 : 좋아하는 문장을 필사한지 십수 년이 넘었다고 했는데요. 필사의 좋은 점은 뭔가요?
은유 : 좋아하는 문장에 조금 더 머무를 수 있는 것이죠. 필사를 하면 그 문장을 소유하는 느낌이 들거든요. 책을 읽을 때는 다음 장을 넘기면 그냥 휘발되잖아요. 그런데 필사를 해두면 나의 것이 된 것 같아요. 소유욕 충족도 되고, 간직할 수 있다는 느낌도 들어서 필사를 좋아해요. 어젯밤에도 필사노트를 봤는데요. 보고 있으면 그때의 생각이 떠올라요. 내가 이런 것에 감동 받았었지, 하면서 감동한 나를 다시 만나게 돼요.(웃음)
오은 : 작년에 가장 많이 사랑 받았던 책이 『82년생 김지영』 이잖아요. 그런데 은유 작가님을 포함해서 작가님의 학창시절에도 그 이름이 많았다는 것에 놀랐어요.
은유 : 그러니까요. 제가 71년생인데요. 그때도 김지영이라는 이름이 많았어요. 또 『82년생 김지영』 에 나오는 주인공의 서사가 제 경험과도 비슷하거든요. 그 소설의 주인공 이름이 김지영인 이유가 82년생 중 김지영이라는 이름이 가장 많아서였다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70년대도, 80년대도 비슷했던 거죠. 그래서 저는 김지영들의 목소리가 더 세상에 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은 : 글쓰기 수업을 2011년부터 꾸준히 하고 계시잖아요. 무엇보다 좋았던 게 ‘학인’이라는 말이었어요. 이 말 너무 좋은 것 같아요.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도 다 학인 아니겠습니까.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나도 배우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을 텐데요. 작가님은 언제 그렇게 느끼는지 궁금해요.
은유 : 거의 매번 그래요. 7년이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만약 일방적으로 제가 무엇을 가르치는 방식이었으면 이렇게 못 했을 것 같아요. 제가 고갈될 수도 있고, 진이 빠질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매번 학인들이 바뀌고, 그들에게서 저도 많이 배우니까 글쓰기 수업이 제게도 충만한 시간이 되는 거예요. 힘은 들지만요.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서 누워 있으면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느낌을 항상 갖게 되고요. 수업 때마다 내가 모르는 게 많았구나, 하고 생각하게 돼요. 새로운 것을 알게 될 때 기쁘잖아요. 그 새로움이라는 것은 책에서 주는 정제된 언어, 공부한 사람이나 남다른 사람의 지식이나 지혜와는 또 조금 다른 것 같고요.
오은 : 학인들에게 강조하지만 정작 작가님은 지키지 못하는 규칙 같은 것도 있으세요? 저는 항상 ‘매일 뭐라도 쓰라’고 하는데 정작 저는 잘 못 써요.(웃음)
은유 : 학인들이 자기 글이 너무 부끄럽다고 해요. 그래서 과제를 안 올리시기도 하고요. 왜 안 올린 거냐고 물으면 남들에게 보여주기가 부끄럽다, 부족하다, 말씀하시는 거죠. 그럴 때 저는 “글쓰기는 실패체험이다. 실패를 많이 해야 내 문체가 만들어지고, 어떻게 실패하느냐가 내 글의 정체성을 만들어준다.”라고 말하거든요. 실패하지 않고는 절대 글을 잘 쓸 수 없다고 말을 하는데요. 집에 와서 제가 써놓은 글이 마음에 안 들면 너무 속상하고, 슬픈 마음도 많이 들어요. 실패체험을 너무 자주해요.(웃음) 그러면서 학인들은 더 힘들겠다고 생각했죠. 학인들은 처음이잖아요. 저는 직업으로 해왔는데도 이렇게 위축되고, 다시 못 쓸 것 같은 마음이 들어 불안한데 처음 배우는 분들은 어떨까, 생각하게 됐어요.
오은 : 글을 쓰면 주변에서 피드백도 많잖아요. 기억에 남는 리뷰가 있으세요?
은유 : 제일 기쁜 건 “작가님 책 읽고 글 쓰게 됐어요”예요.(웃음) 요즘 ‘엄마 정체성’을 가지고 여성 저자들이 책을 많이 내잖아요. 그럴 때 너무 좋아요. 제 책이 아니었으면 책 낼 생각을 안 했을 것 같다, 격려가 됐고 자신감이 생겼다, 라고 하는 말씀을 들을 때 책 쓰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죠. 부끄럽지만요. 한국 사회에서 지면을 가질 수 있는 것도 권력이잖아요. 저는 ‘지면권력’이라는 말을 쓰는데요. 그 권력이 너무 소수에게 집중되어 있었죠. 힘없는 사람들은 그들에게 대변을 ‘당한’ 거고요. 저는 당사자가 직접 이야기하는 게 의미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 글쓰기 ‘뽐뿌’를 하고 있습니다.(웃음)
오은 : 『출판하는 마음』 은 제가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인덱스를 많이 한 책이에요. 표지에 “세상에 읽히기를 바란 거죠”라는 말이 적혀 있는데요. 이 말이 너무 좋았어요. 책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 같았고요. 목차만 봐도 출판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김민정 문학 편집자, 김경희 저자, 홍한별 번역자, 이환희 인문 편집자, 이경란 북디자이너, 박흥기 제작자, 문창운 마케터, 박태근 온라인 서점 MD, 정지혜 서점인, 이정규 대표와 인터뷰를 하셨잖아요. 그런데요. 이 책을 특별히 소중한 책이라고 생각하신다고요?
은유 : 책은 제 삶의 중심이거든요. 책으로 세상을 배우고, 책으로 세상을 읽고, 책으로 세상과 만나요. 그런데 책에 깃든 노동에는 많이 무지했다는 걸 알게 됐죠. 그래서 이 책을 쓰자는 제안에 수락을 했고요. 작업을 하면서 책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됐어요. 그런 점에서 저한테 되게 소중한 책이에요. 꼭 했어야 했던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책에 대한 예의를 다한 느낌이 있어요.
오은 : 『출판하는 마음』 을 읽으면서 책이 단순히 어떤 대상이 아니라 판매되는 물건이구나, 라는 생각도 하게 됐거든요. 그런 인식의 발견이 작가님에게도 있었던 것 같아요.
은유 : 맞아요, 이 작업으로 책에 대한 엄숙주의를 털어버리게 됐다는 고백도 했었는데요. 저한테는 내용이 좋으면 알아서 팔려야 한다, 는 생각이 강하게 있었거든요. 책이 꼭 많이 팔려야 좋은 건가, 하는 생각도 있었고요. 그런데 책은 읽힐 때만 의미가 있구나, 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책은 많은 사람들의 협업으로 태어난 것이기 때문에 더 많은 독자와 만나는 게 책의 본분을 다하는 일이잖아요. 그런 생각이 드니까 책을 상품으로, 냉정하고 정확하게 다시 보게 됐어요.
오은 : 이 책에 많은 출판인들이 나오는데요. 섭외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 출판인도 있었는지 묻고 싶어요.
은유 : 책을 내면서 우려했던 게 너무 출판계를 미화한 거 아닌가, 너무 좋은 얘기만 쓴 거 아닌가, 하는 점이었어요. 어느 곳이나 빛과 그늘이 다 있는 것이니까요. 사실 편집자들이 많이 힘들잖아요. 저자도 별별 사람들이 다 있고요. 중간에서 제일 중요한 역할을 편집자가 하죠. 친한 편집자가 있는데요. 좋은 책도 많이 낸 분인데 힘들어서 우울증이 온 거예요. 저는 그런 분들의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넣고 싶었어요. 그런데 못 넣었어요. 그런 부분이 조금 아쉽죠.
오은 : 은유 작가님의 글쓰기 습관이 있나요?
은유 : 계속 생각하고 말해봐요. 뭘 느꼈으면 친구와의 톡으로라도 계속 얘기하는 스타일이에요. 저는 강력하게 저한테 들어온 것만이 글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메모를 하고, 그 메모를 다시 찾아서 볼 정도면 글이 되긴 어려울 것 같아요. 무엇이 아주 강력하게 내 안에 들어와서 계속 있고, 그걸 사람들한테 얘기하고 싶은 것만 글이 되더라고요.
오은 : 은유 작가님은 논픽션에 대한 애정을 많이 드러내오셨잖아요. 특히 르포르타주, 기록문학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 애정의 근거는 뭘까요?
은유 : 사보기자를 할 때도 아주 다양한 인터뷰이들을 만났어요. 유명한 CEO, 유명 방송 프로그램의 PD, 연예인, 장인 등 여러 사람들을 만났죠. 그런데 저를 늘 가슴 뛰게 하고 다시 생각하게 하는 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의 목소리였어요. 유명한 분들은 책으로도 많이 접하고, TV에도 많이 나오시잖아요. 저한테는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어떤 위인전보다도 재미있더라고요. 자꾸 듣고 싶고요. 그런 의미에서 제게는 르포가 굉장히 매력적인 장르예요. 계속 하고 싶은 장르죠.
오은 : 연말이잖아요. ‘올해의 책’ 추천을 많이 받으실 것 같은데요. 어떠세요? 저는 올해의 책이 한 권이어야 하는 게 너무 슬퍼요.(웃음) 분야별로 꼽았으면 좋겠어요.
은유 : 얼마 전에 예스24에서 의뢰를 받아서 『체공녀 강주룡』 을 꼽았는데요. 저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아침의 피아노』 도 좋고, 『고기로 태어나서』 도 좋았거든요. 그러다가 여성 작가의 책, 그리고 젊은 작가의 책을 골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안 알려지기도 했고요. 저는 권위가 생산되는 방식을 요즘 많이 고민하는데요. 누구에 의해 계속 지명되고, 호명되면서 그것이 상승효과를 일으키잖아요. 그래서 좋은 책들은 여기저기 많이 소개됐으니까 소개가 덜 된 책을 말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체공녀 강주룡』 을 결정했어요. 정말 좋은 책이기도 하고요.
오은 : 내년에도 은유 작가님의 새 책을 만나게 될까요?
은유 : <채널예스>와 <시사인>에 연재했던 독서 에세이가 있어요. 책 읽고 영감을 받아 쓴 글이 있는데요. 그 에세이가 내년 2월쯤 나올 것 같고요. 지금 작업하고 있는 것은 현장실습생 르포예요. 며칠 전에도 너무 슬픈 뉴스가 있었죠. 청년 노동자 故김용균 씨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는데요. 그렇게 죽어가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그런 일들이 왜 일어나는지, 다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됐고요. 현장실습생 유가족 분들, 특성화고 교사, 노무사, 특성화고 학생 등 여러 분들을 만난 이야기를 담은 르포집을 준비하고 있어요.
오은 : 마지막으로 ‘deep & slow’, “은유 작가에게 책을 쓰는 마음이란?”에 대한 답을 들려주세요. 오늘 이야기에서 답을 찾으셨나요?
은유 :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좋은 게 있으면 친구한테 전화해서 막 얘기해요. 책을 쓰는 마음은 그런 친구의 대상을 넓히는 일 같아요. 그러니까 책을 쓰는 마음이란 좋은 것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에요. 독점하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거죠. 여기서 좋은 것이란 아름답고 예쁜 것도 있지만 보이지 않았던 것, 몰랐던 것, 나도 모르게 편견에 갇혀 있었던 것들까지 포함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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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시인)
2002년 봄 『현대시』를 통해 등단했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너랑 나랑 노랑』 『유에서 유』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등을 썼으며, 현재 강남대학교 한영문화콘텐츠학과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