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기자는 3년 동안 투병하는 과정에서 페이스북에 투병기를 연재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어떤 이는 응원을 보냈고 다른 이는 그의 강력한 의지에 감탄했다. 그리고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미소 지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그의 긍정적인 태도 때문이다. 황 기자에게 투병 일기는 기적을 위한 마음 운동이기도 하다. 글쓰기를 통해 그는 스스로를 치유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는 그의 글을 읽으며 황 기자의 복귀를 응원하고 자신의 삶도 되돌아본다. 고통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 책의 인세는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을 위해 쓰인다. 환자가 되지 않았다면 몰랐을 고통이 환자가 되기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존재를 인식하게 만들었다. 작가가 알게 된 것들은 이 책을 읽는 우리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황 기자가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하며 깨닫게 된 이야기들은 독자들의 삶을 바꾸는 값비싼 인생수업이 될 것이다.
투병 생활을 책으로 펴내야겠다고 결심하신 계기와, 또 이를 글로 기록하며 마음과 태도에 특별히 달라진 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페이스북에 투병기를 올린 이유는 주위 사람들에게 가장 정확하게 제 목소리로 근황을 알리고 무미건조한 입원 생활을 견디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전 직장 동료인 장강명 작가에게 지나가는 말로 “이 내용을 책으로 낼 수 있을까요.”라고 가볍게 물은 적이 있었습니다. 장 작가가 저에게는 묻지도 않고 제 투병기 일부를 모아 출판사 편집자분들에게 보냈고 그중에서 실제로 관심을 보인 출판사 편집자분들이 계셨습니다. 이후 미팅을 하고 어느 순간 계약서에 사인을 해서 책을 쓰게 됐습니다.
그리고 책을 써야 한다는 것이 확정된 이후에는 고통스러운 경험조차 책의 좋은 에피소드가 될 것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버틸 수 있는 가외효과도 있었습니다.
투병 생활 중 드는 ‘고립감’ 역시 큰 고통이었다고 쓰셨는데요, 불발되긴 했지만 병상에서 응급 환자 관련 취재 기획을 하며 고통과 고립감을 잠시 잊으셨던 기억처럼 긴 투병 생활 중 몰두할 만한 것에 대해 조언해 주신다면요?
저는 두 가지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첫째는 가능하다면 자신이 아프기 전에 가장 좋아했던 일과 유사한 일을 하는 것, 둘째는 지금은 비록 아프지만 건강을 회복된 이후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미리 준비하는 겁니다. 저 같은 경우 11년간 기자로 활동했었기에 ‘취재’가 제일 재미있고 몰입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병상에서 기회가 될 때마다 취재를 하며 잠시나마 제가 환자라는 사실을 잊을 수 있었습니다. 몸 상태와 여러 조건이 허락한다면 자신이 아프기 전에 했던 직업 관련 업무나 좋아했던 일을 계속 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둘째로 미래를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가는 겁니다. 저는 투병기를 책으로 써서 딸들에게 꼭 보여 줘야겠다는 결심이 몸 상태가 안 좋을 때도 큰 버팀목이 됐습니다. 건강을 회복한 후를 상상하고 미래를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는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투병생활에 큰 활력소가 됩니다.
책에서도 쓰셨듯이 많은 TV 드라마와 문학 작품에서 백혈병 환자가 중심인물로 등장하는데요, 그 인물들의 전형성 중 가장 잘못된 점이 있다면요?
잘못된 점이라기보다 안타깝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적확할 거 같은데요. 제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드라마나 문학 작품 속 백혈병 환자들은 거의 다 죽음을 맞이한 것이 가장 안타까운 전형성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예술 작품에서 필요한 비극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죽음만한 결말이 없겠지만 다른 질병군의 주인공들에 비해 상당히 높은 비율로 회복되지 못하는 점은 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 입장에서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병원에서 가장 기다려지는 순간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면회가 아니라 주치의 회진 시간이라고 하셨어요. 그만큼 환자는 의사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게 된다는 말일 텐데, 환자와 의사의 이상적인 관계의 조건이 있을까요?
환자와 의사가로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상호 신뢰 이른바 ‘라포(Rapport)’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라포란 '마음의 유대'란 뜻으로 서로의 마음이 연결된 상태를 말합니다. 환자와 의사 사이에 라포가 형성되면 호감?신뢰심이 생기고 비로소 깊은 마음속의 이야기도 꺼낼 수 있게 되는데요. 우선 의사는 환자가 자신의 정확한 몸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환자의 궁금증을 최대한 풀어주려는 노력도 당연히 뒤따라야 합니다. 환자 역시 자신이 일단 주치의를 선택했다면 이후에는 그 의사가 정하는 치료법을 성실하게 따르는 책임감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후 ‘의료 전문 기자’로 활동하고 싶으시다는 다짐을 적어주셨어요. 의료 분야에서 꼭 기사화하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문제나 이슈가 있으신가요?
환자들이 중요한 검사나 수술을 받을 때 관행적으로 쓰는 동의서에 대해 한번 취재해 보고 싶습니다. 환자들은 ‘수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우발적 결과에 대해 최선의 주의를 다한 병원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을 것입니다’라는 항목에 동의를 해야 하는데요. 이미 우리나라는 ‘과실책임주의’ 법리에 따라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에 과실이 있었다는 점을 피해자가 입증한 후에야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동의서가 필요한 것인지, 의사들을 불필요한 고소, 고발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면 이 방법이 최선인지 등을 한 번 알아보고 싶습니다.
‘환자를 위한 면회 문화’에 대해 말씀하신 부분이 있어요. 많은 독자 분들이 ‘위로를 잘 전하는 법’에 대해서도 궁금해하실 거라 짐작이 되는데, 가장 힘이 되었던 위로의 말이나 사람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긴 투병 활동을 하면서 저에게 제일 힘들었다는 것 중 하나가 제 존재가 잊힌다는 거였습니다. 제가 굳이 연락을 먼저 하지 않더라도 자주는 아니지만 꾸준히 연락을 해 주는 대학동기가 가장 큰 힘이 됐습니다. 장황한 말이나 거창한 선물보다 꾸준한 상호 소통이 환자에게 가장 큰 힘이 되지 않을까요?
2차, 3차로 병이 재발할 때마다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겠다’는 숱한 다짐을 하셨다고요. 일상 속에서 잊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신 작은 목표나 다짐들이 궁금합니다.
우선은 타인의 시선이나 조직의 인정에만 목말라하지 않고 나 자신의 목소리에 기울이며 중요한 결정을 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3년이라는 긴 투병 생활을 통해 제 삶을 돌아보니 뒤돌아보지 않고 항상 속도를 내고 앞만 보며 달려왔던 거 같습니다.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주위도 돌아보며 살아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위해 너무 가혹하게 현재를 희생하는 태도 역시 조금은 느슨하게 풀려고 합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은 가족이 아닌 자신에게 평소보다 비싼 점심을 사주거나 소소한 선물을 하려고 합니다. 물론 아내가 허락을 한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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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암병동 특파원입니다황승택 저 | 민음사
삶에 대한 그의 의지는 수백 수천 개의 고통에서도 희망의 증거를 찾아낸다. 성장의 기록으로서 이 책은 회복하는 인간의 절박하고 위대한 정신 또한 숨김없이 보여 준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