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세는 열여섯 번째 새 앨범
그럼에도
자칫 뒤죽박죽될 수 있는 위험은 변함없는 표현력으로 돌파했다. 작사, 작곡을 맡은 「Free my mind」에선 60세 이문세와 30대 개코가 그들의 세대를 대변하듯 각자의 언어를 주고받고, 보사노바 리듬과 기타 연주로 멋을 낸 「안달루시아」에선 스페인에서의 한 장면을 영화처럼 그려낸다. 재즈의 접근을 따른 「나의 하루」, 이문세 발라드의 계보를 잇는 「멀리 걸어가」와 「오래된 이야기」에서는 내공의 호소력을 발휘한다. 따라부르기 쉬운 후렴이 매력적인 「Remember me」는 긴 시간을 가수로 살아온 지금이기에 더욱 진솔하게 들린다.
그렇다고 합작이 반드시 상승효과만 부른 것은 아니다. 각각 헤이즈와 선우정아가 선물한 두 타이틀곡 「희미해서」와 「우리 사이」는 원곡자와 이문세의 개성이 충분히 섞이지 않아 어색하고, 밴드 잔나비가 쓴 「길을 걷다 보면」은 김윤희의 막판 등장이 곡의 좋은 흐름을 해친다. 아쉬움을 씻어내는 건 밴드 아이엠낫의 임헌일과 함께한 「빗소리」다. 노래는 중후한 저음부터 저릿한 진성 고음까지 이문세의 가창을 풍요롭게 담았고, 유려한 코드 진행을 따라 소리의 스케일을 키우며 역동적인 연출을 끌어냈다. 단연 앨범의 하이라이트이자 공연에서 더욱 빛을 발할 노래다.
노련한 화합의 앨범이다. ‘구 이문세’와 ‘신 이문세’가 대등하게 빛난다. 귀를 열고 트렌드를 살피며 자신의 색을 녹이고자 한 베테랑과 실력 있는 젊은 음악가들이 펼친 협공이다. 비록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물이 있을지언정, 신선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이 지점에서 이문세는 히트 공식만 반복하다가 끝내 과거의 영광에 함몰된 이들과 구분된다. 여기에 35년이 지나고도 여전히 생생한 가창이 음반의 가치를 높였다. 여러모로 귀감이 되는 귀환이다.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