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이름
정확하고 조심스럽게 쓰는 언어 『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 137년 화교의 역사 『화교가 없는 나라』, 동물과 인간의 사랑 『대단한 돼지 에스더』 등 주목할 만한 신간을 소개합니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8.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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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
리베카 솔닛 저/김명남 역 | 창비

여성혐오, 기후변화, 국가폭력, 민주주의 등 다양한 이야기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짚어내며 독자의 사유를 확장시킨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저자의 문화비평과 환경, 인권운동의 현장이 녹아있다. 모든 성폭행 보도의 이면에는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를 둘러싼 싸움이 깔려 있다. '묻지 마 살인'을 '여성혐오 범죄'로 새로 이름을 붙이는 것처럼, 새로운 용어와 표현을 만들고 퍼뜨리는 일이 세상을 바꾸는 핵심적인 작업이다. 언어를 정확하고 조심스럽게 쓰는 것은 의미의 분열에 대항하는 방법이자 공동체를 격려하고 대화를 독려하는 방법이다.

 

 

화교가 없는 나라
이정희 저 | 동아시아

화교는 멀게는 정유재란, 본격적으로는 임오군란부터 한반도에 정착했다. 억척스럽게 삶을 개척한 이들은 중화요리점과 이발소, 양복점을 비롯해 주물업과 양말 제조, 채소 재배에 뛰어들며 근대 초기 조선경제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한국인 스스로 재일동포를 위해서는 일본에 많은 요구를 했지만, 화교의 법적 지위를 위해 내부에서 논의하거나 해결하려고 노력한 적은 거의 없다. 21세기 들어 조선족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유입된 이민자들을 맞아 바야흐로 다민족 국가, 다양성의 시대에서 이웃으로 살아가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지난 137년간 화교와 우리 삶은 이 책이 한국 근현대사의 일부분을 채워주면서, 동시에 우리의 미래를 말해준다.

 

 

대단한 돼지 에스더
스티브 젠킨스, 데릭 월터, 카프리스 크레인 저/고영이 역 | 책공장더불어

스티브는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친구에게 미니돼지 한 마리를 입양하겠냐는 제안을 받고 동거인 데릭이 원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돼지를 덥석 데리고 온다. 아기 돼지는 미니돼지가 아니고 사육용 돼지라는 것을 곧 알게 되고, 운동화만 했던 아기 돼지 에스더는 3년도 채 되지 않아서 300킬로그램이 나가는 엄청나게 큰 돼지로 자란다. 지인들에게 에스더 소식을 전하려고 아무 생각 없이 시작한 페이스북 페이지로 스티브 가족은 단숨에 138만 팔로워를 거느리는 유명인이 된다. 부동산중개인과 마술사로 평범하게 살던 사람들이 에스더로 인해 채식인이 되고 어떤 대형 동물단체보다 영향력 있는 동물보호 활동가가 되는 과정이 그려진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케빈 콴 저/이윤진 역 | 열린책들

싱가포르 출신 미국 작가의 데뷔 소설. 출간 2개월 만에 워너브라더스와 영화화 계약을 했다. 뉴욕 대학교에서 경제학과 부교수로 일하는 뉴요커 레이철 추는 남자 친구인 닉과 싱가포르에서 여름을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닉은 여자 친구에게 자신의 가족이 '미친 듯이 부자'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작가 스스로 다수의 은행가와 의사를 배출한 집안에서 태어나 명문 사립 학교에 다니며 작품 속 등장인물이 실존하는 지인들을 바탕으로 했다고 밝힌 이 이야기는 저자가 고심해서 풀어낸 덕분에 읽는 내내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현기증 나는 쇼퍼홀릭 코미디'(뉴욕 타임스)이자, 미국에서 여전히 소수 인종으로 취급받는 아시안들이 총출동한 소설.

 

 

평양에선 누구나 미식가가 된다
최재영 저 | 가갸날

미국에 거주하는 재미동포 목사의 평양 맛집 순례기. 10여 년에 걸쳐 수십회 북한을 방문하며 발로 뛰어 가장 트렌디한 최신 북녘 음식 문화를 소개한다. 저자는 방북 중 항상 북녘 동포들에게 가장 대중적인 음식이 무엇이고, 인기 있는 음식이 무엇인지를 눈여겨보았으며, '휘발유 조개구이' 같은 경우는 수소문한 평양 시내 음식점은 물론 원조라 할 수 있는 남포 앞바다까지 찾아다녔다. 그같은 남다른 관심 덕에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북한 젊은이들의 결혼식 잔치와 노인들의 수연례 잔치 현장도 담아낼 수 있었다.

 

 

용돈교육의 마법
김영옥 저 | 예문아카이브(예문사)

동아일보에 '신문과 놀자'를 연재하고 10년 넘게 100회 이상 경제교육을 강의하는 저자의 경제 교육 지침서. 평소 부모가 아이에게 주는 용돈을 통해 돈의 개념과 쓰임새를 알려주고, 용돈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계획성과 인내심, 자신감 등을 키울 수 있게 한다. 교육 현장에서의 경험과 노하우뿐 아니라, 엄마로서 두 아이를 키우면서 겪었던 실제 에피소드도 담겨 있다. 시장이나 마트, 백화점, 영화관과 놀이동산 등 아이가 함께하는 생활 속에서 스스로 돈에 관해 깨치게 하고, 노동을 통해 용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노동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김금희 저/곽명주 그림 | 마음산책

박완서의 『세 가지 소원』, 정이현의 『말하자면 좋은 사람』, 이기호의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 김숨의  『너는 너로 살고 있니』 , 이승우의 『만든 눈물 참은 눈물』에  이은 짧은 소설 시리즈. 어느 날 집을 나간 '공시생' 남수를 찾는 여자친구, 현실의 시간에 밀려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는 세 친구, 열정의 비판적 지식인이었던 '김 강사' 등 짧아서 더욱 눈부신 사람들의 면면이 나타난다. 종이책 출간과 동시에 오디오북을 공개해 전문 성우의 낭독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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