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최인훈, 땅을 등지고 돌아가다
문학과지성사 공동창립자인 김병익 문학평론가가 위원장을 맡아 ‘문학인장’으로 장례가 치러질 예정이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8.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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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23일, 한국 현대 문학의 대표 작가 최인훈이 타계했다. 전근대적인 상황과 양대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화두를 던진 그의 작품은 “신이 죽은 시대, 신화가 사라진 시대에 신비주의와 소재주의에 빠지지 않고 자기의 방법론으로 개발한 내면성 탐구”를 담았다.


최인훈은 함경북도 회령 출신이다. 고등학교를 다니던 중 6.25 전쟁이 발발해 월남했다. 서울대 법대를 중퇴하고 1959년 『자유문학』에 「그레이구락부전말기」와 「라울전」을 발표하면서 등단하였다. 「광장」을 발표한 건 1960년 11월의 일이다.


「광장」은 최인훈 소설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소설로서 교과서에 최다 수록된 기록을 갖고 있기도 하다. 남북한 이데올로기를 동시에 비판한 최초의 소설이자 전후문학을 마감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광장」 이후에도 최인훈은 「회색인」, 「서유기」, 「총독의 소리」 연작,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태풍」 등 많은 소설을 발표하면서 각 소설마다 새로운 형식을 시도했다.


1994년, 자기 존재의 실존적 의미를 탐구한 자전적인 장편소설 「화두」를 발표하여 이산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새롭게 주목을 받았다. 동인문학상과 한국연극영화예술상 희곡상, 중앙문화대상 예술부문 장려상, 서울 극평가그룹상 등 많은 상을 받았다. 1977년부터 2001년 5월까지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4개월 전 대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타계했다. 문학과지성사 공동창립자인 김병익 문학평론가가 위원장을 맡아 ‘문학인장’으로 장례가 치러질 예정이다.

 

나는 없어지겠지. 어쨌든 한번은. 그리고 머나먼 미래의 어느 날 나는 나이면서 이 우주가 그때까지 마련하고 있을 놀라운 기억 재생장치 -몇 천억 광년의 과거의 기억을 재생시키는 녹음 재생장치-를 갖추기도 한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겠지. 그때 이 바다의 지금의 이 무섭고 슬픈 기어도 물론 재생되어 그때 내가 들을 수 있고 어머니도 들으실 수 있겠지. 그러나 이 무서운 이야기도 우주의 힘을 제압한 인류가 되어 있을 우리, 그때의 어머니와 나를 절망시킬 힘은 이미 가지지 못할 것이다. 우리 자신의 무서운 과거를 우리는 무서운 남의 이야기처럼 감상하고 난 다음에 그 슬픔이 다만 과거의 슬픔의 기록에 지나지 않음을 다짐하는 의식처럼 어머니와 나는 아주 질 좋은 차를 마실 것이다.
- 『바다의 편지』, 524쪽

 

 

최인훈의 주요 저서

 

 

광장/구운몽
최인훈 저 | 문학과지성사

광장이 없는 밀실과 밀실이 없는 광장-남과 북의 분단과 대결을 최초로 그리고 유일하게 이념적으로 접근한 현대 한국 문학의 고전, 주인공 이명준의 비극과 갈망은 우리 자신,우리 민족의 바로 그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최인훈 저 | 문학과지성사

1988년 제목의 '일일'은 소설 전반에 배어있는, 스스로와 사회에 대한 작가의 고민을 반영한다. 끊임없이 대화하고 갈등하면서도 달라지지 않는 매일이 반복된다. 지겹도록 되풀이되는 무의미한 굴레에서 벗어날 출구를 찾기 위해 헤매지만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내일을 기다린다. 

 

 

 

 

웃음소리
최인훈 저 | 문학과지성사

등단작인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 '라울전'을 포함, 단편소설 15편을 모았다. 자신의 우상이었던 '그'의 집이 정신병원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자기환멸을 느끼는 내용의 '우상의 집', 내내 귀에 들렸던 여자의 웃음소리가 자신의 것에 불과했다는 사실 앞에서 황급히 되돌아서는 '웃음소리' 등 젊은이들의 고통과 어두운 의식 세계를 드러내는 최인훈의 초기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바다의 편지
최인훈 저 | 삼인

1부에서 3부까지 단행본으로 나온 작품 가운데 ‘작가’ 최인훈을 넘어 ‘사상가’로서의 최인훈의 진면모를 보여주는 작품들을 골라 엮고, 마지막 4부에는 2003년 『황해문학』에 발표한 「바다의 편지」를 단행본으로는 최초로 수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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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 #광장 #근현대사 #근대사 #남북 분단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부고 #바다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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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

전근대적인 상황과 양대 이데올로기의 틈새에서 끊임없는 화두를 던진 전후 한국현대문학의 대표 작가. 근대성에 대한 관심, 이데올로기에 대한 저항, 그리고 새로운 형식의 탐구를 바탕으로 “신이 죽은 시대, 신화가 사라진 시대에 신비주의와 소재주의에 빠지지 않고 자기의 방법론으로 개발한 내면성 탐구의 절정”에 선 작가 최인훈. 1936년에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나서 8.15 해방 이후 함경남도 원산으로 이사하여 그 곳에서 중학교를 다녔다. 이어 원산고등학교를 다니던 중 6.25 전쟁이 발발하자 월남하여 목포고등학교를 거쳐서 서울대 법대에 재학하였으나 중퇴하였다. 1959년 『자유문학』에 「그레이구락부전말기」와 「라울전」을 발표하면서 등단하였다. 이 두 작품은 관념과 현실, 그리고 자아와 세계의 대립 구도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최인훈 소설에서 나타나는 현실인식의 기본적인 구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후 「9월의 다알리아」, 「우상의 집」, 「가면고」 등을 발표하였고 1960년 11월에 『새벽』에 중편소설 「광장」을 발표하였다. 「광장」은 최인훈 소설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소설로서 남북한 이데올로기를 동시에 비판한 최초의 소설이자 전후문학을 마감하고 1960년대 문학의 지평을 연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광장」은 4.19 혁명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생각하지 않고서는 논의되기가 어려울 만큼 1960년대의 사회적인 상황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 소설이다. 작품의 프롤로그에 해당한 부분에서 작가는 “구정권 하에서라면 이런 소재가 아무리 구미에 당기더라도 감히 다루지 못하리라는 걸 생각하면 저 빛나는 사월이 가져온 새 공화국에 사는 작가의 보람을 느낍니다”라고 서술하고 있을 정도이다. 작가가 말하고 있듯이 「광장」은 바로 1960년대의 분위기가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광장」 이후 최인훈은 「회색인」, 「서유기」, 「총독의 소리」 연작,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태풍」 등 많은 소설을 발표하였다. 각 소설마다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새로운 형식과 자아와 현실에 대한 성찰의 결과라고 할 수 있는 사변적인 내용으로 인하여 지속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오랜 동안 소설 창작을 중지하고 희곡 창작에 전념하기도 하였는데 희곡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등의 작품은 한국의 신화적인 세계를 통해서 민족의 본성을 탐구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1994년에는 자기 존재의 실존적 의미를 탐구한 자전적인 장편소설 「화두」를 발표하여 이산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새롭게 주목을 받았다. 동인문학상과 한국연극영화예술상 희곡상, 중앙문화대상 예술부문 장려상, 서울 극평가그룹상 등 많은 상을 수상하였다. 1979년에 문학과지성사에서 『최인훈 전집』을 출간하였다.1977년부터 2001년 5월까지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퇴임 이후에도 명예교수로 예우받았다. 2018년 사망한 뒤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