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일본 아티스트들의 내한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또 하나의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언더그라운드를 중심으로 10년째 쉬지 않고 활동 중인 4인조 밴드 키노코호텔의 내한이 바로 그것. 1960~70년대 GS 신과 쇼와 시대의 감성을 그릇으로 삼아 그 안에 자신들만의 방법론과 철학을 담아낸 음악성을 기반으로, 독특한 비주얼과 강렬한 퍼포먼스가 결합되어 많은 리스너들의 호기심의 대상으로 군림하고 있는 중이다.
내한공연
전반적으로 1960년대 후반 유행했던 GS의 사운드가 많이 묻어나옵니다. 몇몇 곡들은 과장 조금 보태 플레이리스트 중 스파이더즈와 블루 코메츠, 사와다 켄지 등의 사이에 끼어 있어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한편으로는 키노코호텔만의 색깔도 분명해 GS라던가, 가요곡이라던가, 이런 것들을 의식하지 않고 만드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고요. 본인들은 자신들의 음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음악활동을 시작한 계기엔 아무대로 일본의 좋은 가요곡이나 GS와 같은 1960년대 일본 문화의 영향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활동이 본격화 되면서 저만이 표현할 수 있는 세계를 중요시하게 된 결과 현재에 이르고 있어요. 옛 시대의 카피나 재탕 등의 작업은 지금은 전혀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음악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평소에는 어떤 음악을 많이 들으시는지, 그리고 최근에 자주 듣는 음반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집에 있을 때는 조용히 멍하니 있고 싶어서 그다지 음악을 듣지는 않네요. 외출할 때도 교통사고의 위험성도 있고 해서 잘 듣지 않습니다.
새앨범 <プレイガ-ル大魔境(플레이걸 대마경)>은 이전에 있었던 곡들을 재편곡 및 재녹음해 완성한 앨범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줄곧 <마리안느의 ~> 시리즈를 이어오다 처음 다른 타이틀을 사용한 작품이기도 한데요. 어떤 필요성에서 처음으로 다른 제목을 붙인 것인지요.
이번 작품은 키노코 호텔 10주년을 기념한 특별한 작품이기 때문에, 보통 만들던 것과는 애초에 존재가 다릅니다. 그것을 리스너 분들이 이해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붙인 이름이에요. 다음 앨범에서는 아마도 다시 <마리안느의 ~>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마음이 변할지도 모르겠지만요.
보통 베스트앨범이라고 하면 예전에 녹음했던 결과물을 싣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만, 이 작품은 기존의 곡을 재편곡, 재녹음해 실었습니다. 이와 같이 '리뉴얼'이라는 콘셉트를 차용한 계기를 듣고 싶습니다.
키노코 호텔이 낸 여태까지의 앨범은 레코딩 엔지니어도 믹싱의 방향성도 모두 다릅니다. 그러한 것들을 어지럽게 나열하기만 한 작품에는 아무래도 아름다움(美)을 느낄 수 없겠지요.
앨범 자켓의 디자인 컨셉트가 완전히 '레트로'입니다. 지금까지의 앨범 자켓은 대부분 마리안느 시노노메의 단독 샷이었는데, 이번 베스트 앨범에는 멤버들 모습도 같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변화가 느껴지는데, 앨범 재킷에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으신지요.
이번 앨범의 재킷은 10년간 응원해 주신 팬들에 대한 서비스 차원입니다. 그런 뜻에서 특별히 3명의 사진도 사용했습니다.
'愛人共犯世界(애인공범세계)'의 원곡은 오르간의 사운드가 강했던 반면, 재녹음버전엔 기타 사운드가 좀 더 강조되어 있습니다. '惡魔なファズ(악마스러운 퍼즈)'는 이전보다 BPM이 느려진 반면 그루브감이 극대화되기도 했고요. 예전 곡을 다시 만진다는 것 자체가 원곡들의 팬들도 있는만큼 조심스럽기도 했을 텐데. 전반적으로 어떤 면에 중점을 두고 작업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오리지널보다 쿨하면서도 팝적으로, 세련된 결과물을 내겠다는 일념으로 임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거의 직감이네요. 너무 깊게 생각하면 작업이 괴로워지고, 즐길 수 없게 되거든요.
'惡魔なファズ(악마스러운 퍼즈)'에서는 징기스 칸(Dschinghis Khan)의 'Dschinghis Khan'을, '還らざる海(돌아갈 수 없는 바다)'에서는 프랑소와즈 하디(Francoise Hardy)의 'Comment Te Dire Adieu'를 차용했는데, 각각의 계기가 궁금합니다.
'還らざる海(돌아갈 수 없는 바다)'는 예전부터 'Comment Te Dire Adieu'와 비슷하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의식해서 만들지는 않았습니다만, '惡魔なファズ(악마스러운 퍼즈)'엔 재미삼아 넣어 보았지요. 해보니 의외로 잘 어울렸다고 생각합니다.
'Go go kinoco hotel', '愛人共犯世界(애인공범세계)', 구체관절 등 오르간이 도입부부터 치고 나오는 곡, 백업 사운드의 중심을 잡고 있는 곡이 많은데, 오르간/키보드의 역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신지요.
작곡자인 제가 담당하고 있는 파트이기도 하기 때문에, 곡이 자아내는 세계관이나 분위기를 직접적으로 리스너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파트라고 생각합니다.
마리안느 시노노메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혹은 영향 받은 오르간 연주자가 있으시다면요?
레이 만자렉(Ray Manzarek)、데이브 그린필드(Dave Greenfield), 브라이언 오거(Brian Auger), 야마가다 히로(柳田 ヒロ)입니다.
밴드가 10년을 활동한다는 것은 정말 기적과 같은 일입니다. 활동을 이어오면서 본인들이 그것을 더욱 절감하고 있을 것 같은데요. 오랜 기간 활동하면서 원래 가지고 있던 '음악' 혹은 '밴드'라는 개념에 대해 많은 인식의 변화가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자신에게 뭔가 깨달음이 왔었던 특별한 순간이 있었다면, 그리고 그로 인해 있었던 변화가 있었다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프로가 되었다고 해도 타인이 말하는 것을 들어야 하는 경우도 별로 없을 뿐더러, 지금까지 저희만의 페이스로 여유롭게 활동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에, 저 개인으로서는 그다지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밴드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인생에서 처음으로 '책임'이라는 개념이 제 안에서 생겨난 것은 큰 사건이지요. 그것이 싹트지 않았다면 키노코 호텔은 단순한 취미활동으로 끝나버렸을 거예요.
지배인/종업원 설정 및 머시룸 컷과 밀리터리 룩 등 콘셉트가 확실한데, 이러한 콘셉트의 모티브는 어디서 얻었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이를 통해 키노코호텔이라는 곳은 어떤 곳이라는 것을 설명하고 싶었던 것인지요.
다른 밴드와의 차별화, 단순히 기억하기 쉽게 하기 위해 정했던 것 같습니다만, 10년 전의 일이라 별로 기억나지 않네요.(웃음)
키노코 호텔의 음악에서 비유적인 가사 또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점에 비중을 두고 가사와 제목을 결정하시는지요.
일본에서 팔리는 음악은 '너를 좋아해'라든가 '보고 싶어'라든가, 단순하고 비유도 없는 블로그 같은 것뿐이라서, 그것과는 다른 것을 제 나름의 감성으로 만들어 내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제 자신은 타이틀이나 가사에 그다지 감정 이입을 하지 않습니다. 만들어 버리면 끝, 이라는 느낌입니다.
10주년을 계기로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은 있다면요.
글쎄요, 영화 음악을 해보고 싶습니다. 영화 음악 하는 김에 배우 데뷔라든가?(웃음)
영국 및 유럽, 마카오 등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었는데, 일본에서의 공연과는 느낌이 다를 것 같습니다. 보통 어떠한 생각과 각오로 해외 공연에 임하는지. 그리고, 첫 한국공연을 맞이하는 느낌은 어떠신 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일본어 밖에 모르기 때문에, 연주하는 소리와 퍼포먼스만으로 어떻게 관중을 뒤흔들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기도 합니다만, 스테이지에 서면 단지 가지고 있는 힘을 전부 쏟아 내어 집중할 뿐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이건 해외이건 저에게 스테이지는 전력으로 싸우고, 그것을 즐기는 장소입니다. 한국에서 키노코 호텔을 알고 있는 분이 어느 정도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반응이 전혀 예상이 안 되고, 흥분되기도 합니다만,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일본에 이런 색다른 밴드가 있다는 것을 한 사람이라도 많은 분들이 알게 되고, 즐겨주시면 기쁘겠습니다.
진행 : 조아름, 황선업
정리 : 황선업
협조 : 지누락엔터테인먼트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