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이크, 숫자와 기록만 남았다
스포티파이 주간 스트리밍 횟수는 무려 7억 4592만 회. 기록이란 기록은 모조리 부숴버리고 본인의 이름을 새겨 넣는 중이다.
글ㆍ사진 이즘
2018.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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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이크에게 아이가 있었다는 사실은 놀랍긴 하나 이 첫 주 거둔 성적만큼 쇼킹하진 않다. 싱글 탑 텐 차트의 일곱 곡이 드레이크의 노래로 이는 전설의 비틀즈와 마이클 잭슨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록이다. 27곡짜리 더블 앨범의 25곡이 싱글 차트 핫 100에 전원 진입했으며 나머지 두 곡은 빌보드 도합 18주 연속 1위에서 군림하는 「God’s plan」과 「Nice for what」이다. 스포티파이 주간 스트리밍 횟수는 무려 7억 4592만 회. 기록이란 기록은 모조리 부숴버리고 본인의 이름을 새겨 넣는 중이다.

 

작금의 ‘드레이크 시대’는 역설적으로 이 앨범이 그리 특출 나지 않은데도 성공했기에 더욱 증명된다. 푸샤 티와의 디스전과 숱한 경쟁 세력, 안티들의 견제 속에서 고된 슈퍼스타의 삶을 진솔하게 담아내는 주제 의식은 건실하고 오보 사운즈(OVO Sounds)의 프로덕션은 튼튼하나 무난한 플레이리스트 이상의 가치를 둘 정도는 아니다. 의 다채로운 사운드도 없고 만큼 호화로운 라인업도 덜한 이 신보에선 보다 진중한 면모를 각인하려는 빈티지한 스타일의 모노톤 사운드 정도가 튀는 부분이다.

 

그만큼 메시지에 중점을 둔 작품인데 전달 방식이나 내용이 예전과 비교해 딱히 새로운 것도 아니다. 공고한 위상에서 오는 나른한 플로우 위의 자신감은 정형화된 드레이크 스타일로 익히 경험할 수 있던 내용이고 새롭지도 않다. 머라이어 캐리를 샘플링한 「Emotionless」와 「8 out of ten」의 소울풀한 비트 위의 고뇌가 스쳐가고, DJ 프리미어와 함께하는 「Sandra’s rose」에서 단단한 자아를 설파하다 「Jaded」나 「In my feelings」처럼 우울한 면모를 보여주지만 같은 감흥에 미치지 못한다.

 

A사이드 B사이드로 나뉜 27곡 거대 구성 역시 근면함을 보여주는 척도는 될 수 있으나 음악적으로 특징할 부분은 되지 못한다. 전자가 「Nonstop」과 「Talk up」 등으로 자신만만하다면 후자는 마이클 잭슨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Don’t matter to me」와 숨겨둔 자녀를 공개하는 「March 14」, 차분한 래칫의 「In my feelings」로 살짝 더 정적인 정도다. 개개 완성도는 매끈하게 흠잡을 데 없고 드레이크의 싱잉 랩도 매끈하지만 이런 스타일이 27곡이나 있어 고역이다.

 

드레이크의 더블 앨범은 빌보드가 스트리밍 횟수를 차트 산정에 포함하기로 결정한 2014년 이후부터 힙합 씬의 유행이 된, 정규 트랙 수를 늘려 노출을 극대화하는 ‘플레이리스트화(化)’ 전략의 결과물이다. 바로 그 흐름을 로 주도한 아티스트 역시 드레이크고, 당장 올해만 해도 미고스와 포스트 말론이 재미를 보며 이론을 증명한 바 있다. 아주 새로운 시도도 아니기에 주가는 더 떨어진다.

 

의 의미는 그가 음악 시장 꼭대기에 오른 이유를 요약해주는 데 있다. 칠(Chill)한 바이브로 취향 타지 않는 대중적 감각과 무난한 메시지를 장착하고 플레이리스트 스타일의 스트리밍 최적화 서비스와 튼튼한 자체 생산 프로덕션이 뒤를 받쳐 현시대 시스템과 소비층의 입맛을 정확히 공략해낸다. 앨범의 의의는 이게 다다. 음악은 없고 숫자와 기록만 남게 생긴 드레이크 최전성기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드레이크 #Scorpion #Nice for what #More Life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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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유머

2018.07.27

오보 사운드..27곡..
리뷰를 쓰실땐 뭘 좀 알고쓰셔야 할거같네요
역시 힙합리뷰에선 믿고 거르는 이즘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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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