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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기교 없이 잘 부르는 노래

벤 『Reci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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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없는 목소리로 일상의 틈바구니에 조용히 스며드는 음색의 매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2018. 0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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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들어오는 깔끔한 방에서 늦은 점심을 요리할 때의 나른한 사운드트랙, 또는 평일 오후 3시 한산한 카페의 배경음악, 벤의 첫 정규앨범 <Recipe>는 그런 은은한 감성을 정확히 파고든다. 무해한 음악이다. 모서리가 뭉툭한 사운드는 일정 볼륨 이상으로 오르지 않고, 청아한 보컬은 곡의 절정에 이르러서도 조금도 부담을 주지 않는다. 과잉 없는 목소리로 일상의 틈바구니에 조용히 스며드는 음색의 매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Love recipe」의 편안한 기타 반주는 벤의 맑은 목소리를 강조하고, 계단처럼 올라가는 선율이 기분 좋은 긴장을 준다. 사운드의 빈 공간과 예쁜 멜로디의 이 만남이 <Recipe>의 강점이다. 여기에 벤의 여리고 섬세한 보컬이 음악에 일상성을 입히며 잔잔한 호소력을 더한다. 카페의 소리를 그대로 담은 통통 튀는 「Iced coffee」, 어쿠스틱 밴드의 라이브가 멀리서 들려오는 것 같은 감성적인 「Blank」에서 일상성의 매력은 더욱 빛을 발한다.

 

다른 곡들에 비해 힘이 들어간 타이틀곡 「열애중」에서도 벤의 보컬은 듣는 이의 감상을 침해하지 않는 선을 유지한다. 뛰어난 가창력과 맑은 음색의 이 배합은 그동안의 여러 OST 작업으로 다진 노련함일 것이다. 곡 자체는 다소 전형적인 구성이지만 투명한 가창 덕분에 기승전결이 뚜렷한 선율이 깔끔하게 전해진다. 고음 위주로 감정을 마음껏 터트리는 「BAT」에서도 절묘한 거리감으로 곡의 맛깔을 충분히 살린다.

 

감상을 강요하는 농도 짙은 정념이나 귀를 현혹하는 복잡한 기교, 그런 장치 없이도 노래를 잘 부를 수 있음을 벤은 항상 보여 왔다. 벤의 그 장기가 잘 드러난 <Recipe>는 적당히 떨어져 가만히 이야기를 풀어내며 듣는 이의 마음에 젖어든다. 그러나 앨범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름을 건 첫 정규앨범에 벤 자신이 드러나지 않은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말갛게 애절한 그 음색에 담아낸 인간 이은영(본명)의 매력을 조만간 만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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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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