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성
리드미컬하고 감각적인 문체와 서사적 역동성으로 젊고 강렬한 사랑을 그려내는 신인작가 김봉곤의 첫 소설집 『여름, 스피드』 가 출간되었다. 그는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Auto」로 등단할 당시 심사를 맡았던 소설가 구효서, 은희경으로부터 “퀴어의 사랑과 이별, 기억, 시간, 장소, 글쓰기 등의 다양한 무늬를 점프 컷과 소격효과 등의 기법을 통해 노스탤지어라는 캔버스에 개성 있게 그려낸 작품”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이후 “재기가 넘친다고나 할까. 읽힐 힘을 지닌 작품”(문학평론가 김윤식, 『문학동네』 2017년 가을호), “순간의 감정과 감각에 충실하는 가벼움을 보이면서도, 결코 쉽사리 그 대상을 애도해서 떠나보내지 않는 소설 세계”(문학평론가 강지희, 『자음과모음』 2018년 여름호), “한국문학사에서 퀴어소설의 계보도를 그린다면 가장 빛나는 위치에 두어야 할 소설”(문학평론가 한설, 『문학동네』 2018년 봄호) 등 비평가들의 주목을 받으며, 발표하는 작품마다 이 시대 한국문학의 가장 신선하고 특별한 성취로 논의되고 있다. 커밍아웃한 첫 게이 소설가, 라는 수식어로부터 파생될 다양한 ‘첫’ 느낌들을 독자들에게 안겨줄 작품집. 뜨겁고 아름답다.
첫 소설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출간된 지 보름도 되지 않아 4쇄를 찍을 만큼 굉장히 주목받고 계시는데, 소감이 어떠신지요?
안녕하세요. 첫 책으로 첫인사 드리는 김봉곤입니다. 중쇄를 찍을 당시에는 어머 이게 무슨 일이래, 그저 얼떨떨했는데, 3쇄를 찍으면서 실감이 나기도 하고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3쇄 이후의 것은 모두 덤, 이라고 생각하며 그저 감사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기대를 훨씬 상회하는 주목을 받고 있다고 저 역시 느끼고 있어요.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말이에요. 그럼에도 가장 지배적인 감정은 ‘기쁨’입니다. 이걸 잊지 않으려고, 그것을 훨씬 더 소중하게 생각하려는 요즘입니다.
『여름, 스피드』 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어떤 책인가요?
사실 책이 나오기 전, 이런 소개 문구를 생각해둔 적이 있었어요. 퀴어-학예學藝-로맨스 소설집이라고요!(웃음) 이런저런 고민 끝에 제 입으로 그걸 말하지 않는 편이 나을 거라고 판단해서 묻어두었는데, 어째서인지 이 자리에선 밝혀보고 싶네요. 물리적으로는 2016년 1월의 데뷔작을 비롯해 2017년 겨울까지, 2년 간 발표한 글을 모은 소설집입니다. 데뷔작이 2014~15년에 걸친 시간의 이야기이니 제 30대 초반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글이기도 하네요. 여러 가지 말로 표현이 가능하겠지만 문학과 남자에 대한 사랑의 송가라고 말하고 싶어요.
『여름, 스피드』 하면 표지 이야기가 빠지지 않을 수 없는데요. 이 그림을 표지로 선정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2년 전쯤 성석제 선생님의 『첫사랑』 개정판을 보조편집 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표지로 쓰일 만한 이미지가 없을까 서칭을 하다 헨리 스콧 튜크를 알게 되었고요. 그때는 바다와 멋진 청년들을 그리는 작가, 정도로만 알아두었습니다. (「첫사랑」의 배경과 헨리 스콧 튜크의 작품은 이미지적으로 거리가 조금 있지요.) 이번에 제 원고를 넘기고 어떤 표지가 좋으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그 작가가 다시 떠올랐어요. 제목이 『여름, 스피드』 로 정해지고 나서는 더욱 확신하게 되었고요.
작품들을 읽다보면 직접 경험해본 것이 아니면 이렇게 쓸 수 없을 것 같다고 확신이 들 만큼 섬세한 묘사들이 참 많은데요. 작중의 ‘나’에게 작가님의 모습들이 얼마나 투영되어 있나요?
작품마다 달라요. 등단작 「Auto」의 경우는 제게 있었던 일, 생각했던 일을 그대로 옮겼다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그 외의 작품들은 제가 겪은 실제의 사건이 꼭 들어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일도 이야기를 위해 첨가한 경우도 있습니다. 당연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짜’, 라고 딱 잘라 구별할 수는 없고요. 등단작을 쓸 당시 어떤 ‘순정함’은 제게 너무 중요한 화두였지만 이제는 조금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상태입니다. 하지만 작중의 ‘나’는, 나의 생각은, 나의 행동과 선택 들은 소설 밖의 저 역시 할 것이라고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여름, 스피드』 를 SNS에서 찾아보면 '사랑'이라는 단어가 유독 많이 언급되는데요. 그 정의에 대해 찾아보고 다시 한번 생각해봤다는 분들이 참 많았어요. 작가님에게 '사랑'은 어떤 의미일지 궁금합니다.
작가의 말에 사랑이 들어가서 그런 것일까? 추측했는데, 돌이켜보니 사랑이라는 단어를 소설 속에서도 헤프게 써온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그건 저의 정체성과 밀접하겠지요.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겠지만, 일단은 ‘동성애자’로 저를 표현 내지는 소개할 수 있겠고, 그렇다면 동성을 ‘사랑하는 사람’ 의 이야기를 쓰려다보니 사랑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왔지 싶어요. 사랑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말하기에는 이 지면은 너무 좁군요! 대신, 제가 너무나 사랑하는 김현 시인의 아름다운 산문 한 구절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시에 죽음이니 인생이니 하는 큰 말, 쓰셔도 되고요, 여성적인(?) 건 사소한 거라고 하니 쓰세요. 동성애는 보편적인 게 아니라니까 쓰시고요. 여러분 안 되는 것에 되는 예술이 있다.” (웹진 비유 1호 <다섯 가지 힘을 하나로 모으면>)
독자분들이 『여름, 스피드』 를 어떻게 읽어주셨으면 하는지 작가로서의 바람이 있다면요?
이건 작가가 바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작가님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일단은 행사를 통해 독자들을 많이 만날 계획입니다. 지금까지는 SNS의 반응으로만 미지의 독자를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이제 정말 실재하는 독자님들을 만날 생각에 많이 들떠 있습니다. 그러는 동시에 가을호 단편소설 마감을 해야겠지요. 벌써 너무나 늦어버렸습니다! 우발적으로, 기분에 따라 결정하고, 실행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긴 계획을 세우고 있지도 않습니다. 기껏해야 두 계절 정도를 내다보는 정도이고요. 여름이 가기 전, 제 책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들을 최대한 많이 기억해두려 계획중입니다. 운이 좋다면 거기에서 새로운 소설이 시작될 수도 있겠다고, 부디 그랬으면 하는 마음으로 올여름을 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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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스피드김봉곤 저 | 문학동네
사회적 편견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그런 자신과 같은 사랑의 대상을 발견하고,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의 ‘은유의 막’을 찢는 과정을 이야기 하고 있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