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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 있게 늙기 위한 올림픽

『곱게 늙기』송차선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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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이 노인에게만 해당되는 덕은 아니지만 노인의 모든 품위는 겸손에서 나옵니다. 그렇게 늙으면 늙어도 곱게 보입니다. (2018. 0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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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른쪽이 저자

 

 

노인이었던 사람은 없다. 누구나 처음 늙고 지금의 나이도 처음 겪는다. 하지만 유별날 수 없어, 거울 앞에서 조용히 혼자 한탄한다. ‘나도 늙는구나.’ 세월이 가고 늙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지만,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마음은 여전하다. 하지만 늙어감에 대해 편히 이야기하고, 불안과 불편을 터놓고, 더 나은 노년에 대한 지혜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

 

서울 석관동성당 송차선 주임신부는 노년의 신도들을 위해 ‘곱게 늙기’를 강의해왔다. 여덟 가지 강의 주제의 첫 글자를 모아보니 올림픽(OLYMPICS)이 되었고 ‘우리 모두 아름답고 곱고 품위 있게 늙기 위한 올림픽에 참여합시다’라며 재미있는 강의를 열어왔다. 그 내용을  『곱게 늙기』 라는 책으로 엮었다.

 

이번에 출간하신 책 제목이 『곱게 늙기』 입니다. 신부님이 곱게 나이 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40대에 캐나다 토론토로 유학을 갔습니다. 적은 나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제 자신이 아직 젊다고 생각했던 시기였지요. 그런데 어느 날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면서 기겁을 했습니다. 예전에 탱탱하던 모습은 이미 사라졌고 중년의 낯선 남자가 거울 앞에 서 있었던 것이지요. 사회친구들은 이미 학부모가 되어 자녀들이 나이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자신도 늙어가는 것을 자각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장가를 안 간 신부로서는 자신이 늙어가고 있다는 걸 느끼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때 얼굴이 예전 같지 않음을 보고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세월이 가면 늙는 것인데, 받아들이자. 하지만 기왕 늙는 것 곱게 늙자.’ 저는 이때부터 젊게 보이기보다는 곱게 늙는다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젊었을 때 곱게 늙을 준비를 하고 그 과정을 거쳐야 곱게 늙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 삶의 또 다른 목표가 생겼습니다.


나이든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젊은 시절과는 다른 모습이 싫어서 사진 찍기를 꺼려한다거나 젊은 외모를 유지하려고 의학의 힘에 매달리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자신의 현재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예를 들면 나이가 들면서 남성들보다는 여성들이 사진 찍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젊다는 것이 예쁜 것인데 이미 얼굴에서 풋풋한 젊음이 사라지고, 더러는 예전보다 얼굴이 많이 커졌으며, 배도 나오고, 주름도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겠지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젊음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습, 특히 외모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조롱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름다움은 절대 외모에만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아무리 젊음으로 포장하려 해도 늙음을 가리는 데에는 아무 소용없습니다. 그러니 여러 가지 애써가며 힘들게 포장하는 것보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편이 훨씬 더 유익할 것입니다.


품위 있는 노년을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나이가 들수록 타인에 대한 배려가 깊어진다면 자연스럽게 예의를 갖춘 품위 있는 사람이 됩니다. 그것이 성숙이지요. 노인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성숙하고 원숙한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기 중심으로부터 나와야 합니다. 그래야 어른다운 어른이 됩니다.

 

성숙한 사람은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귀찮게 여기거나, 무관심하거나, 무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늙으면 자기 신변의 일들이나 세상 돌아가는 일에 초연해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고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초월과 개입 사이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는 거지요. 하지만 초연함이 아니라 세상일에 무지 혹은 무관심하거나, 주위의 가난하고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을 외면한다면, 자기중심적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미움을 받기에도 딱 좋을 겁니다. 초월과 개입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도 겸손이 기초가 되어야 합니다. 겸손이 노인에게만 해당되는 덕은 아니지만 노인의 모든 품위는 겸손에서 나옵니다. 그렇게 늙으면 늙어도 곱게 보입니다.


나이가 드니 젊을 때와는 달리 사는 게 재미없어졌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 분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젊어서 삶의 여정이 밖을 향해 있을 때, 노동에 쫓기고, 일의 노예가 되었을 때, 왜 이렇게 내 시간이 없는지 불만스러울 때, 그렇게도 갖고 싶어 했던 그 시간은 노인이 되어서 비로소 넉넉하게 주어집니다. 하지만 막상 그 시간이 주어졌는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면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그럴 때 취미생활을 향유할 수 있다면 삶이 무료해지지 않습니다. 취미생활은 자신의 삶과 세상에 관심을 갖는 것입니다. 노인이 되어서 주어진 시간을 할 일 없어 빈둥댄다는 인상을 보이면 추하게 보입니다. 자신에게 맞는 취미를 찾는 것은 자신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고, 삶에 대한 의욕을 일으키고, 무료한 시간을 없애줍니다.

 

제가 주임신부로 있는 석관동 성당에서 어느 날 사목회의 때 연수 일정을 잡는데 모두에게 가능한 가장 적합한 날이 정해졌습니다. 그때 총회장이셨던 백승재(프란치스코) 형제님이 하는 말이 “연수 때문에 마라톤은 못 나가겠군요”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분의 연세가 70대 중반이었기 때문이지요. 보통 그 나이라면 마라톤을 한다는 자체가 무리일 수 있고 혹시 뛰더라도 심장마비로 쓰러질 수도 있는 나이일 것입니다. “이 나이에 뭘 하겠다고”라고 말하면서 자신을 무시하지 마십시오. 할 수 있는 것이 분명히 있습니다. 관심을 갖고 찾아보면 노인이 돼서도 생동감이 있습니다.


소유하고 움켜쥐려고 하는 마음을 버리고 비우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씀하셨습니다. 흔히 나이가 들면 소유로부터 초연해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와는 다른 것 같습니다.

 

노인의 특징 중 하나는 쥔 것을 놓지 못하고 버리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옛것이 좋지요. 친구(親舊)라는 우리말도 가까이 오래 사귀어 친하게 된 사이를 말합니다. 친구가 좋은 것이듯 오래된 것은 좋은 것이며 그래서 골동품도 고가에 팔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려야 할 것은 버려야 삶이 정리됩니다. 하지만 오래된 것은 좋은 것이므로 오래된 것을 처분할 때에는 신중해야 합니다. 신중하게 생각해서 가치 있는 것은 아직은 젊은 누군가에게 주면 됩니다. 그런데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것이라면 버림으로써 물리적으로도 정리되지만 마음과 자신의 삶도 정리됩니다. 버릴 줄 앎으로 해서 주변이 정리된 삶은 구질구질 쌓아놓은 삶보다 훨씬 아름다워 보입니다.

 

가진 것을 언제라도 내려놓을 수 있는 것도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세상에 편안한 훈련은 없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고단한 훈련을 선택한다면 노년에도 큰 도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소유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고, 그로써 노년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다면 못 할 것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소유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정진해야 합니다. 에리히 프롬이 소유할 것이냐 존재할 것이냐에 대하여 논하였듯이 소유는 어떻게 존재할 것인지를 결정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보다 어떠한 인격으로 존재할 것인지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자신이 움켜쥐고 있는 것을 놓으면 내 영혼은 자유로워집니다. 달리 말하면 소유보다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정진해야 합니다. 곱게 늙기 위해서 이렇게 정진하려는 긴장과 도전을 수용해야 합니다.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죽음을 생각해야 지금의 삶에 충실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죽음을 바라보는 지혜로운 태도는 어떤 것일까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경험을 하지만 죽음을 경험해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삶이 영원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영원할 것처럼 살아가지요. 그러다 보니 죽음은 현실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과거에는 집에서 사람이 죽었기 때문에 죽음은 늘 사람들 가까이 있었지만, 요즈음은 대부분 병원에서 죽기 때문에 죽음은 우리 곁에서 멀리 떨어져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죽음을 생각해야 지금의 삶에 충실할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오늘 내가 낭비했을지도 모르는 하루는 어제 죽은 사람이 그렇게 간절히 살고 싶었던 하루’라고 생각하면 지금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좋은 생각들이 떠오를 겁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곧 죽는 것도 아니고 젊다고 마냥 오랫동안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지요. 우리는 언제까지 살게 될지 단 하루도 보장받은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예외 없이 찾아올 죽음을 평소에도 묵상하며 산다면 지금을 보다 더 성실하게 살 수 있겠지요. 죽음을 미리 받아들이면 우리의 삶은 유한성에서 무한성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비록 우리는 누구나 유한한 존재이지만 무한성을 상정하고 그 안에 내 자신을 던지면 모든 일에 있어서 연연함 없이 초연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내 마음은 평화로워지고 표정도 좋아집니다.


곱게 늙어가면서 아름답게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은 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당부의 말씀은 무엇인가요?


노인들은 연극으로 치면 인생무대의 마지막 장에 서 있는 사람들입니다. 무대의 마지막 장에서 마무리가 감동적으로 끝난다면 공연의 전체가 찬란하게 빛날 것입니다. 끝이 좋으면 과정마저도 모두 빛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연극이 모두 끝나고 난 뒤에 모두의 갈채를 받으며 무대 뒤로 유유히 사라지면 됩니다. 공연은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 자체입니다. 그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은 ‘품위 있게 잘 늙은 노인은 청춘보다 아름다운 것이구나’라고 고백할지 모릅니다. 일몰은 사람을 뭉클하게 하지요. 마지막 남은 열정을 모두 불사르듯 사라지는 찬란한 태양은 비록 우리의 눈앞에서 서서히 사라져가지만 그 여명은 세상을 온통 아름답게 만들어 사람들을 감동시킵니다. 우리들의 인생 황혼기에도 마찬가지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젊게 보이려고 애쓰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에 아름다운 황혼 - 곱고 아름답고 품위 있게 늙는 것을 남은 삶의 목표로 삼았습니다.
 


 

 

곱게 늙기송차선 저 | 샘터
자신이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지 못하면 다른 사람들도 나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남이 내 이야기를 경청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은 낮춰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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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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