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는 내 속에서 시작해서 내 속에서 멈추는 것이다
자신의 화를 다른 대상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은 비겁한 일입니다. 나의 스트레스를 남에게 푸는 것이야말로 가장 어리석은 일이며 악의 근원이기도 합니다.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이유로 타인에게 화풀이를 해서는 안 됩니다.
글ㆍ사진 따돌림사회연구모임 권리교육팀
2018.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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當怒火慾水正騰沸處 明明知得 又明明犯著
당노화욕수정등비처 명명지득 우명명범착
知的是誰 犯的又是誰 此處能猛然轉念 邪魔便爲眞君矣
지적시수 범적우시수 차처능맹연전념 사마변위진군의
『채근담』

 

분노의 불길과 욕망의 물결이 끓어오를 때 분명히 이것을 알고 있으며, 또한 알면서도 이런 행동을 저지르니, 아는 것은 누구이며 저지르는 것은 누구인가. 이러한 때 굳세게 마음을 돌릴 수만 있다면 사악한 마귀도 문득 참된 마음이 될 것이니라.

 

화낼 일이 많은 세상입니다. 거리는 화난 사람들로 넘쳐 납니다. 화 때문에 싸우고 화 때문에 죽기도 합니다. 화를 내고 후회하기도 하고, 말도 못하고 속으로 화를 누르다가 화병이 생기기도 합니다. 분노 사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러분도 화를 낸 적이 있을 것입니다. 화를 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 봅시다. 화가 나면 심장이 쿵쾅거리고 땀이 납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내 몸은 머리가 보내는 신호를 완전히 무시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폭발하는 활화산 같은 상태가 됩니다. 이럴 때는 나도 나를 어찌할 수 없습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고 잠시 외출했던 이성이 돌아오면 내가 왜 그랬을까 후회가 밀려옵니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심하게 화를 낸 경우 손발이 오그라들고 숨고 싶은 수치심이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자다가도 그때가 떠오르면 부끄러워서 이불을 머리까지 덮고 발로 이불을 차며 머리를 쥐어뜯곤 합니다.

 

학교에서도 화난 친구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다 넘치는 화를 조절하지 못해 물건을 던지거나 부수기도 합니다. 화가 난다는 이유로 친구를 괴롭히고 때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 자기 몸을 스스로 다치게 하는 자해를 하기도 합니다. 내 안에서 시작된 화는 나의 몸과 마음을 망칩니다. 우리는 시시때때로 이런 내 속의 화와 마주하게 되는데, 화를 다스리는 방법을 알지 못하면 다른 사람은 물론 자신에게도 상처를 입히고 아파하게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분노심을 해소하려면 자기 감정을 드러내는 게 좋다고 합니다. 참으면 병이 된다고 하지요. 그래서 일부러 크게 소리를 지르거나 샌드백을 치는 게임도 등장하나 봅니다. 화난 사람을 위해 돈을 받고 맞아 주는 엽기적인 직업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내 속의 화를 없애 주지는 못합니다. 화는 나로부터 시작되고 나에게서 멈추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많은 사건은 ‘욱’ 하는 감정에서 시작됩니다. 순간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수많은 비극이 발생하는 겁니다. 심지어 아무 관련이 없는 다른 사람에게 분풀이를 하기도 합니다. 일명 ‘묻지 마 범죄’가 그런 경우입니다. 뉴스를 보면 ‘욱’해서 발생한 흉악범죄가 잊을만 하면 등장합니다. 분노는 공격적인 행동을 불러오고 폭력을 낳습니다.

 

자신의 화를 다른 대상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은 비겁한 일입니다. 나의 스트레스를 남에게 푸는 것이야말로 가장 어리석은 일이며 악의 근원이기도 합니다.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이유로 타인에게 화풀이를 해서는 안 됩니다. 평소에는 화를 내지 못하다가 술김에 화를 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신보다 강한 사람에게는 화를 못 내다가 만만하고 약한 사람에게 화를 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역시 비겁하고 유치한 행동입니다.

 

그런데 왜 화를 내는 것일까요? 화가 나면 주로 이런 말들을 합니다.


“모든 것은 때문이다, 네가 나를 화나게 만들었어, 나는 운이 없어, 재수가 없어, 왜 나만 가지고 그래, 너 때문에 못 살겠어.”


이런 사람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아닌 외부에서 원인을 찾는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화를 낼 때 분노의 고함을 지르는 것은 나의 성대이며, 쿵쾅거리는 심장도 나의 것입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화내라고 명령하거나 조정하지 않습니다. 오직 나의 뇌에서 내리는 신호에 따라 말하고 움직이며 숨을 쉽니다.

 

화를 내는 것도 나이고, 화가 밖으로 드러나게 만드는 것도 나입니다. 모든 것이 나 때문이며 시작도 정지도 오직 나만이 할 수 있습니다. 남이 아닌 내가 나를 평화롭게 할 수 있습니다. 오래된 인도의 수행법을 소개한 라즈니쉬의 『명상비법』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화가 날 때 화를 직시하는 거죠.


“화를 참으려 하지도 말고 화를 내려고 하지도 말고 화가 나는 순간 그 화를 직시하라. 그러면 화가 가라앉고 내가 나의 주인이 될 것이다.”

 

화와 욕망이 일어날 때 사람들은 화와 욕망의 노예가 됩니다. 자신의 행위는 화와 욕망의 결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결과적으로 타인을 해치거나 일을 그르치게 됩니다. 즉 악한 짓을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악행이 환경 때문에, 조건 때문에, 타인 때문에 비롯되었다고 주장합니다. 타인이 나를 화나게 했고 나의 욕망을 불러일으켰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화와 욕망에서 잠시 떨어져 나와 주변을 돌아봅시다. 지금 나를 화나게 하는 것은 누구입니다? 혹여 그 대상이 있다면 “내가 너의 어떤 말 또는 어떤 행동 때문에 화가 났는데, 너에게 말을 해야 내 마음이 풀릴 것 같아. 가능하다면 사과를 해 주면 좋겠어”라는 식으로 솔직하게 내 마음을 전달하는 것도 좋습니다. 상대를 공격하지 않으면서 나의 마음, 즉 나의 화와 분노를 전달한다면 상대도 충분히 “미안하다”라고 사과를 하거나 내 마음을 받아 줄 것입니다. 화를 직시하되, 되도록 그 화를 객관화해서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화와 욕망이 나로부터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다시 말해 화와 욕망의 주인공이 궁극적으로는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직시한다면 악한 행동은 차마 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사악한 사람도 진짜 대인(군자)이 될 수 있습니다. 화와 욕망을 따라가더라도 큰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고, 설령 잘못을 범한 다음에도 남 탓을 하지 않고 반성하고 참회함으로써 선량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채근담』 의 이 구절은 그 비결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10대 언어보감따돌림사회연구모임 권리교육팀 저 | 마리북스
처음에는 이 말들을 흘려들을 수도 있지만, 계속 듣다 보면 머릿속에 남게 되고, 결국에는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도 영향을 미쳐 수행의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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