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에 와 보니 집이 엉망진창이다. 범인은 함께 사는 반려동물! 해맑은 표정으로 주인을 반기는 개가 범인이라면 "왜 이랬어! 잘못한 거 알아 몰라!"하고 혼을 냈겠지만 범인이 고양이라면? 벌써부터 내가 얘한테 뭘 잘못했나 자기 반성부터 하게 된다.
고양이는 독특한 동물이다. 개묘차는 있겠으나 한없이 애교부리다가도 제 기분 나쁜 곳을 건들면 성질 낼 줄 아는 녀석들이다. 그럼에도 고양이에게 길들여진 인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오죽하면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집사라고 부를까.
『거실의 사자』 를 쓴 애비게일 터커도 이미 뇌까지 톡소플라즈마에 잠식된 것이 분명하다. 이 책은 집사에 의한 고양이의, 고양이를 위한 책이다. 인간은 개나 소 같은 다른 동물처럼 인간이 고양이를 선택했다고 생각하지만 저자는 고양이 스스로 가축이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어느 날 집 앞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애옹애옹 울면서 문 열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길래 그 모습이 안 되어서 키우게 된 이야기가 종종 들리는 것을 보면,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이런 일상의 경험으로만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고양이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고양이과 동물들의 흔적을 따라가고 전문가를 인터뷰하며, 고양이와 인간의 관계가 시작된 지점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도시의 고양이들을 이야기하며 오늘날 우리가 고양이와 살아가는 지점에서 생겨나는 문제들을 마주하게 만들어준다.
고양이가 인간을 선택했건 인간이 고양이를 선택했건, 어찌되었든 인간에게 고양이는 한없이 사랑스러운 생물임에 틀림없다. 인간의 집사화는 현대식으로 현재진행형이다. 고양이를 직접 키우지 않더라도 관련 유튜브 채널을 꾸준히 구독함으로써 글로, 영상으로 예비 집사의 능력을 열심히 키워가는 중이다. 어느 날 찾아올 간택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면 좀 더 지혜로운 집사가 되기 위해 이 책 한 권 정도는 책장에 꽂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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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의 사자최우성 저 | 인물과사상사
철저한 영역동물인 고양이는 어쩌다 인간과 영역을 나눠 쓰게 되었을까? 인간에게 고양이 집사의 유전자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강서지(인문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