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닥터>는 대학병원 소아외과를 배경으로 태어날 때부터 자폐증의 일종인 ‘서번트 증후군(뇌 기능 장애가 있지만 특정 부분에서 우수한 능력을 나타내는 현상)’을 앓고 있는 젊은 외과의사가 약점을 딛고 훌륭한 의사로서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휴먼 메디컬 드라마이다. 현재 美 ABC 방송사에서 리메이크되어 월요일 오후 10시에 방영되고 있으며, 미국 월요드라마 시청률 1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박재범 작가는 <신의 퀴즈>를 집필하여 국내 최초로 “시즌제 메디컬 범죄 수사극”을 개척하였으며, 2013년에는 자폐 청년 의사의 성장기를 다룬 <굿 닥터>를 집필하여 ‘제6회 코리아 드라마 어워즈 작가상’을 받았다. 2017년에는 오피스 코미디 <김과장>을 통해 농익은 사회 풍자와 함께 시청자들에게 통쾌한 청량감을 선물하였다. 박재범 작가는 다양한 장르 속에서 사회 비판 의식과 강한 휴머니즘을 담은 작품으로 많은 시청자에게 공감을 선사하고 있다.
<굿 닥터>는 한국 드라마로서는 최초로 미국 지상파 방송 정규 시즌, 프라임타임에 리메이크되어 방송되었습니다. 더욱 의미 있는 것은 방송 첫 회부터 시청자수 1820만명을 돌파하고 3회 만에 인기 드라마 <빅뱅 이론>을 제치며 미국 월요 드라마 시청률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떤 기분이 드시는지요?
리메이크된 첫 회를 보면서 처음에는 마냥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허투루 작품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긴장감 그리고 세상에 좀 더 좋은 영향을 끼치는 작품을 써야 한다는 일종의 소명 의식 생기게 됐습니다.
<굿 닥터>가 미국에서 리메이크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또, 한국판과 미국판 <굿 닥터>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자극적인 드라마가 많은 미국 드라마 현실에서 누구나 편히 볼 수 있고 더불어 장애인이라는 사회적 약자를 다루는 드라마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미국에서는 ‘문화를 통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환기’를 미덕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굿 닥터>의 기획 의도가 여기게 잘 부합됐던 것 같습니다.
한국 드라마의 주인공 ‘시온’은 자폐증과 더불어 10세 정도의 감성을 지닌 청년이며 작품의 주 무대는 소와외과입니다. 반면 미국 드라마 ‘숀’은 자폐증만으로, 주 무대는 일반 외과로 설정됐습니다. 그래서 한국 드라마에서는 시온의 아이 같은 순수한 모습, 이와 더불어 소아외과 환자 아이들과 우정을 통한 치유가 강조됐고, 미국 드라마는 자폐증 자체에 대한 모습과 사회적 편견들을 주로 다루었습니다.
<굿 닥터>를 기획하게 된 계기와 집필 중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는지요? 특히 ‘자폐증을 앓는 천재 외과의사’라는 독특한 주인공을 만드시게 된 데에는 계기가 있을 것 같은데요.
장애인의 치유와 성공스토리를 통해 비록 드라마이지만 이들이 작은 희망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서였습니다. 기획 당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자폐증 의사라는 다소 비현실적 설정으로 ‘어떻게 공감을 줄 수 있을까?’였습니다. 너무나 극적 설정이라 자칫 잘못하면 시청자들에게 거리감을 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설정은 주제를 전달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습니다. ‘자폐증 의사’라는 설정을 만든 계기는 기존 의학 드라마와는 달리 의사가 ‘치료의 주체’가 아닌 ‘객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진정한 의사의 모습을 구현하고 싶어서였습니다.
<굿 닥터>와 <신의 퀴즈> 등 메디컬 관련 드라마에 강하신데 이 분야에서 독특한 소재와 발상을 하시게 된 계기를 소개해 주신다면요? 다른 장르와 달리 메디컬 드라마에 필요한 취재 방식 또는 작가님만의 집필 노하우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메디컬적인 공간만큼 삶과 죽음, 인간의 본질을 표현하기 좋은 곳은 없습니다. 이것을 그려내는 데 특별한 노하우는 없습니다. 대신 나름의 원칙은 있습니다. 보통 메디컬 드라마 하면 ‘질병’ 또는 ‘수술’에 집중하기 마련인데 저의 경우 ‘관계와 소통’에 더욱 주력합니다. 의사와 의사 간, 의사와 환자 간, 환자와 환자 간 소통에 중점을 두고 플롯 설정을 하다 보면 자연히 효과적인 소재와 주제 설정이 이루어집니다.
메디컬 드라마의 취재 영역은 너무나도 방대합니다. 무조건 질병이나 환자들의 사연을 수집하다 보면 취재한 것들에 경도되고 진짜 작가가 해야 할 얘기들을 놓치고 맙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얘기를 할 것인지, 어떤 인물을 그릴 것인지 확실히 다 정한 후 여기에 맞는 메디컬적 요소들을 취재합니다. 이래야 적절한 취재와 정확한 집필이 행해집니다.
<굿 닥터>나 <신의 퀴즈>와 같은 메디컬 드라마뿐만 아니라 <김과장>과 같은 오피스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시고, 또 성공을 거두셨는데요, 이런 성공의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며 또 도전하고 싶은 장르나 독특한 소재가 있다면요?
김과장의 성공 비결은 ‘삥땅 전문 경리과장’이 ‘거대한 악당’을 때려잡으며 개과천선한다는 스토리가 시청자들에게 큰 청량감과 함께 아이러니한 재미를 주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것에 지금과 큰 차이는 없습니다. ‘김과장’처럼 사회의 부정들을 웃음과 함께 통렬하게 비판하는 ‘소셜 코미디’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그나마 다른 장르에 도전한다면, 사랑보다는 법이나 사회 문제를 다루는 ‘소셜 판타지’를 집필하고 싶습니다.
드라마를 기획하고 집필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점은 무엇입니까? 또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드라마의 조건은 무엇입니까?
드라마를 집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역시 인간과 사회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인간에 대한 예의’, ‘인간에 대한 희망’을 얘기하고 ‘사회에 대한 작가의 관(觀)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드라마는 작가의 생각이 분명히 드러날 것! 시청자들에게 필요 이상의 스트레스를 주지 말 것!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사회에 해악을 주지 말 것! 이 세 가지입니다. 이 세 가지는 그 어떤 장르를 쓰던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드라마를 구상할 때 영감은 어떻게 얻으시는지요? 평소에 좋아하시는 작품이나 최근에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작가나 작품이 있다면요?
영감을 얻는 데 정해진 방식은 없습니다. 주로 각 작품의 주 무대에 있을 때 영감이 떠오르는 편입니다. 그 예로 병원에서 <굿 닥터>를 떠올렸고, 여행을 간 군산 골목에서 스쿠터를 타고 가던 과장님 풍의 중년 남성을 보고 <김과장>을 떠올렸습니다.
평소에 좋아하는 작품은 미국 드라마 <빅뱅 이론>이나 <브레이킹 배드>처럼 웃음과 아이러니, 무겁지 않은 사회성이 담긴 작품들입니다.
요 몇 년 사이에 가장 관심이 가고 교재가 되어주는 작가는 ‘마틴 맥도나’입니다. 감독도 겸하는 각본가인데 이 사람이 각 작품마다 그리는 ‘관계의 양상들’은 정말 최고입니다.
드라마 작가를 꿈꾸시는 분들을 위해 한 마디 조언을 덧붙이자면, 무엇보다도 ‘작가 자신의 얘기’를 쓰라는 것입니다.
처음 집필 때는 독특한 소재, 트랜드, 작위적인 스토리에만 집중해 정작 작가의 생각이 작품에 보이지 않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결국 ‘설정과 거짓말’만 작품에 남게 되는 것입니다.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났던 감정들, 그리고 자신의 얘기는 아니지만 어딘가에서 지켜보며 느꼈던 감정들을 토대로 쓰시기 바랍니다. 자신 그리고 근접한 타인에 대한 연민, 동정심, 증오, 사랑 등이 작품의 가장 훌륭한 원천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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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닥터박재범 저 | 비단숲
자폐증을 앓고 있는 순수한 의사가 환자와 진심으로 소통하며 장애와 편견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은 전 세계인을 공감을 얻으며 K-스토리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huhsuji
2018.03.13
j333505
2018.03.13
<굿 닥터>는 다른 의학드라마와 달리 굉장히 따듯한 정서를가진 드라마라고 느꼈었는데, '인간에 대한 예의', '인간에 대한 희망', '사회에 대한 작가관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신다는 작가님의 말씀을 들으니 왜, <굿 닥터>가 다른 의학드라마와 다르게 느껴졌는지 알겠네요.
드라마의 감동적인 대사들을 책으로 다시 되새김질!
미드 <굿 닥터>도 정주행!!
박재범 작가님 다음 작품도 대박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