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1인분의 몫을 해내는 삶을 살고 싶다

『각자의 리듬으로 산다』 김혜령 저자 인터뷰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그나마 확실하게 손에 잡히는 ‘오늘’을 즐겁게 살고 싶었습니다.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나마 덜 툴툴댈 수 있게요. 그래서 찾은 것이 그림이었고 그 후로는 맨땅에 헤딩하듯이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습니다. (2018. 03. 05)

7문7답-김혜령-사진.jpg


 

김혜령은 『회사가 싫어서』 , 『너무 노력하지 말아요』 , 『더 이상 참지 않아도 괜찮아』 등의 재치 있고 발랄한 일러스트를 그렸으며 활발하게 작업을 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다. 어느 날 출판사 편집자와 작가인 지인과 맥주를 마시던 중 ‘이젠 책을 쓸 때가 되지 않았나’ 하며 대뜸 제안을 받았고, ‘내가 할 수 있을까?’를 잠시 생각하다 ‘그럼 일러스트가 많이 들어간 책을 그럼 만들어봐야지’ 하고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책은 생각보다 글이 꽤 채워지게 되었고 일러스트처럼 위트 있는 글이 책에 담기게 되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에세이, 각자의 리듬으로 산다』 는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되돌아보고 생각해보게끔 하는 에세이다. 늘 주변 지인들의 리듬에 맞추려 하다가 나 자신을 잃은 적이 있다면, 관계에 대해 많이 지쳐있다면, 적당히 시크하게 다른 사람들에게 휘둘리고 싶지 않다면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 그 답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내 안에서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게끔 친구가 되어주는 책이다. 글에서 느껴지는 것 이상으로 유쾌한 김혜령 작가는 때론 진지하게 때론 발랄하게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함께 고민하게 만든다.

 

책을 쓰게 된 연유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첫 책을 만들고 난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실은 책을 만들 생각이나 계획은 애초에는 없었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글밥이 많은 책을 쓸 생각은 더욱 없었지요. 아직은 스스로가 그럴 계제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렇기에 감히 책을 만들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엔 많이 주저했습니다. 대단히 특별한 일도 별로 일어나지 않는 생활이고 또 인생 경력도 보잘 것 없는 수준이라서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책에 너무 숭고한 의미를 둘 것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저 책을 쥐어든 사람들과 오손도손 이야기한다는 생각으로 만들어보자 해보니 의외로 책이 채워졌습니다. 책이 나오고 난 후엔 ‘그것참 신기하네’ 싶은 마음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책이라는 것이 저자의 글과 그림도 중요하지만 출판사에 있는 많은 조력자들로 말미암아 완성이 되기 때문에 뚝딱하고 책이 완성됐을 땐 신기하고 고마운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내 속에서만 조용히 굴러다니던 말과 그림인데 이렇게 된 이상 사람들에게 알려져 버렸으니 ‘어떤 감상이든 호쾌하게 받아들여야겠군’ 하는 다짐도 매일 하고 있습니다.

 

책을 보면 작가님은 UX디자이너로 회사를 다니려고 면접을 보고 취직을 준비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평범한 직장을 다니지 않고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방향을 바꾼 계기나 이유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상투적이지만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어요. 슬플 때도 심심할 때도 기쁠 때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늘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래서 열네 살 땐 꽤 진지하게 일러스트레이터로 진로를 삼았습니다. 하지만 손이 야무지지 못하고 엉뚱한 그림을 그려서인지 미술 교과에서 그다지 특출난 성적을 받지는 못했어요. 게다가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이 생소했기에 어디서도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문과 공부를 했습니다. 대학에 가서 선택지를 여러 개로 만들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대학 전공도 적성엔 그럭저럭 잘 맞았습니다. UX 분야로 진로를 잡아야겠다는 생각도 꽤 빨리했던 터라 그 분야에 집중해서 취업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스물네 살이 되던 해에 가깝고 먼 지인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많이 겹쳤고 마침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때 사람이 살고 죽는 문제에 대한 무력감을 많이 느꼈습니다. 인생이라는 것이 온전히 각자의 손아귀에 있는 노릇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그나마 확실히 손에 쥐어진 ‘오늘’을 즐겁게 살고 싶었습니다.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나마 덜 툴툴댈 수 있게요. 그래서 찾은 것이 그림이었고 그 후로는 맨 땅에 헤딩하듯이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습니다.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어떤 메시지가 있을까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책을 만들었다기보다는 ‘이런 생활도 있고 이런 생각도 있습니다. 본인은 어떠신가요?’ 하며 대화하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독자들이 제 책을 읽을 때 한 호흡 쉬고 갔으면 하는 생각이었거든요. 게다가 제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만한 사람은 아니라 그저 저와 초여름 밤에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 하면서 노닥노닥 이야기하는 기분으로 읽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글의 마지막엔 뜬금없이 독자에게 질문도 하고 그럽니다. 제가 대답을 들을 순 없겠지만 책을 읽는 분들이 ‘가만있어 보자 나는 어떠했더라….’ 하고 가볍게 스스로의 생활과 생각을 훑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인생이 가끔 재수 없는 이유’나 ‘1일 적정 인간량’ 등 제목만 봐도 굉장히 재치가 넘치고 공감이 확 됩니다. 내용을 읽다보면 ‘자존심이 시소에 타고 있다’는 등 표현이 너무 감칠맛이 나서 무릎을 탁 치게 되는 공감 포인트들이 있어서 좋았구요. 작가님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을 소개한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꼭지는 ‘행복한 편수 냄비’입니다. 고작 손잡이 하나인 주제에 너무 편리해서 저희 집에서 참 인기 많은 오래된 냄비 이야기인데요. 이 친구를 매일 쓰면서도 왜 정작 나는 나에게 ‘완벽한 손잡이 두 개짜리 예쁜 도자기 냄비’가 되도록 나무랐는지 모르겠습니다. 원고 마감이 거의 임박해 문득 라면 생각이 나서 추가로 쓴 원고인데 스스로도 꽤 하고 싶었던 말이었는지 막힘없이 술술 글을 썼던 기억이 납니다. 새벽에 글을 쓰고 다시 읽는데 괜히 울컥해서 원고 다 쓰고 라면 먹다가 살짝 그렁그렁했습니다.

 

 

7문 7답_사진1.jpg

 

 

책을 읽다 보면 전해져오는 저자의 느낌이 있는데, 글로 만나는 저자보다 실제로 만난 저자의 느낌이 훨씬 따뜻하고 밝아요. 글로 만나면 다소 시니컬하고 건조한 중에 재치가 느껴진다고 할까요. 글에서 느껴지는 모습이 작가님의 본 모습인걸까요?


꾸준히 글을 쓰고 누군가에게 보인 적이 없어 제 실제 언행과 문체의 간극은 스스로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글에서 느껴지는 게 더 본래 제 모습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글을 짓는 일은 말보다 더욱 내밀하고 사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글로는 표정이나 말투를 꾸밀 수도 없는 노릇이라서요. 하지만 제 책을 제가 육성으로 읽는다면 ‘아 이런 느낌으로 말하는 것이구나’ 하고 그 간극이 조금이나마 좁혀질 것 같기도 하네요.

 

요즘 SNS가 활발해지면서 사람간의 접촉을 하기보다 온라인으로 접촉을 해결해서 사람과 소통하는 일이 어려워지고 대인관계에 서툰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건강한 관계를 맺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인관계가 우리를 힘들게 하는 건 나 자신과 타인을 자꾸 비교하고 의식하면서 그들과 비슷해지려 함으로써 외로움을 해소하려고 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 또한 저와 잘 맞지 않는 사람들과 어울려보려 애써보기도 하고 그런 과정에서 허탈함도 느끼곤 했는데요, 저의 경우엔 사람이 물처럼 흘러간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아주 오랜 시간 곁에 남는 사람은 매우 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흘러가고 또 살다 보면 새로운 사람이 흘러들어오더군요. 그런데 매 순간 언젠가 나를 자연히 떠날 사람들의 박자에 맞추려고 애를 쓰다 보면 지치기도 할뿐더러 어느덧 ‘내 리듬은 뭐였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또 다른 사람에 기대어 보지만 다시 지치고. 그래서 나만의 리듬을 가지고, 혼자라도 단단한 사람이 되어야 지치지 않고도 타인과 잘 어울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요즘 진로에 대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고민이 많은 2030들에게 각자의 리듬으로 사는 노하우를 알려준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사실 저도 지금 제가 선택한 이 길을 잘 선택한 것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어요. 더 살아봐야 알 일이니까요.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가졌다지만 늘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고될 때가 많아요. 다만 오롯이 저의 선택이었기에 고된 날들이 이어질 때에도 억울함이나 후회는 남지 않습니다. 누가 등 떠밀어서 시작한 일이 아니니까요. 제 나름대로 지난한 자기 탐색의 시간을 거쳤고 그 시간을 통해 스스로가 내린 결정이었다는 것이 저로 하여금 힘든 상황 속에서도 이 길을 걸을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됩니다. 어떤 인생이 더 좋으냐에 대한 답은 스스로만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뭐라고 하든지 결국 이 삶을 굴리는 사람은 온전히 자신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인생이라는 것이 살아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일이고 모두가 이번이 처음 사는 인생인데 남들의 리듬보다는 자신의 리듬을 찾고 그에 맞추어 춤추듯 산다는 마음을 가지면 어떨까 싶습니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항상 1인분의 몫을 해내는 것이 우선의 목표입니다. 그림이 그리고 싶어서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긴 했지만 직업이라면 일단은 제 생활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다달이 월급이 나오는 게 아니다 보니 제겐 1인분을 하는 일이 꽤 숭고하고 대단한 목표가 됩니다. 하지만 여유가 있다면 간단한 그림으로 구성된 시시껄렁한 만화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을 조금 줄이고 작은 그림들로 가득 채워서 일상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농담 건네듯이 건넬 수 있는 그런 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실은 그래서 혼자 계속 만화를 연습하고 있어요. 기회가 닿으려나 모르겠지만 일단은 기회가 오면 잡기 위해 혼자 열심히 이리저리 그려보고 있습니다. 이후 만화책이 나오거든 그때도 즐거이 읽어주세요.

 


 

 

각자의 리듬으로 산다김혜령 저 | 시공사
객관적 행복을 좇느라 지쳐버린 영혼을 위로하고, 나 자신을 속박해온 통념으로부터 벗어나 ‘나답게 사는 삶’으로 가볍게 터닝할 수 있도록 이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오늘의 책

평양 사람이 전하는 지금 평양 풍경

재건축 아파트는 가격이 훌쩍 뛴다. 부자들은 아파트를 사서 전세나 월세를 놓는다. 어른들은 저녁에 치맥을 시켜 먹고, 학생들은 근처 PC방에서 게임을 한다. 사교육은 필수, 학부모 극성은 유치원에서부터 시작된다. 서울의 풍경이 아니라 지금 평양의 모습이다.

작품과 세상을 잇는 성실하고 아름다운 가교

『느낌의 공동체』에 이어지는 신형철의 두 번째 산문집. 평론가로서 작품과 세상 사이에 가교를 놓고자 했던 그의 성실한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글을 묶었다. 문학과 세상을 바라보는 "정확한" 시선이 담긴 멋진 문장을 읽고, 좋은 책을 발견하는 즐거움으로 가득한 책.

꼬리에 꼬리를 무는 존 버닝햄의 엉뚱한 질문들

“예의 바른 쥐와 심술궂은 고양이 중 누구에게 요리를 대접하고 싶어?” 엉뚱한 질문들을 따라 읽다 보면 아이들은 어느새 그림책에 흠뻑 빠져들어요. 끝없이 펼쳐진 상상의 세계로 독자를 이끄는 존 버닝햄의 초대장을 지금, 열어 보세요.

세계를 뒤흔들 중국발 경제위기가 다가온다!

텅 빈 유령 도시, 좀비 상태의 국영 기업. 낭비와 부패, 투기 거품과 비효율, 대규모 부채, 미국과의 무역 전쟁까지. 10년간 중국에서 경제 전문 언론인으로 활약한 저자가 고발하는 세계 2위 중국 경제의 기적, 그 화려한 신기루 뒤에 가려진 어두운 민낯과 다가올 위기.

.

주목! 투데이 포커스


문화지원프로젝트
KALIOP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