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찾아올 '인구 오너스’의 시대, 『한국이 소멸한다』 는 한국 경제의 운명을 바꾸는 2018년, 2020년, 2030년 3가지 시점의 인구 변화를 이야기한다. 인구 통계와 세대 분석으로 한국 경제가 겪게 될 미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사회 변화를 읽어내고 경기 흐름을 전망하는 경제학자이자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인 저자 전영수. <한경비즈니스>의 기자였던 이력을 바탕으로 경제 및 금융평론가, 칼럼니스트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그에게 물었다.
책을 여러 권 출간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책은 인구로 보는 한국 경제인데, 이 책을 쓰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이번 책은 한국의 인구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뤘습니다. 인구문제가 한국 경제에 어떤 의미이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청년, 중년, 노년의 3세대별로 이슈를 구분해 엮어봤습니다. 지금까지의 제가 낸 책들의 제목을 보면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주제를 다룬 것 아니냐고 묻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요. 사실 주제는 모두 관통하는 공통뼈대를 갖고 있습니다. 요약해본다면 모든 세대가 급변하는 사회 또는 경제 무대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문제제기와 해법 방향 등을 다루고 있죠. 저는 고령사회를 전공했고, 학위논문도 고령인구의 노후소득 체계와 관련해 그 현실과 대안을 분석했습니다. 그러다가 고령사회라는 게 청년과 중년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고, 점차 관심사를 넓혀왔습니다. 자연스럽게 세대문제에도 주목하게 됐죠. 그리고 지금은 청년, 중년, 노년, 각 세대를 막론하고 그들의 생애문제의 출발이 인구변화에 있다고 결론낸 것입니다. 누구도 겪지 못한, 시대의 새로운 악재로서 인구 변화를 잘 극복하지 않으면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성은 줄어들 것입니다. 그런 위기감을 표현하기 위해 이번 책에서 세대별로 세세하게 구분해 인구 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리해봤습니다.
『한국이 소멸한다』 는 제목이 매우 강렬한데,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요?
우선 ‘소멸’이란 굉장히 부정적이고 위협적인 단어를 쓴 것부터 말씀드리면, 그 정도로 인구 변화의 냉엄한 현실을 많은 분들이 잘 모르고 있다는 아쉬움과 답답함이 컸습니다. 일반인은 물론 정책당국자마저 인구 변화를 금방 지나갈 문제, 하나의 돌발현상으로 여기고 있죠. ‘그렇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하면서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게 현실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인구 변화는 한국사회의 미래와 직결된, 관리해야 할 굉장히 중요한 상수(常數)입니다. 당장 내 생활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지 않으니 잠깐의 이슈처럼 반짝 관심을 갖고 마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가랑비에 옷 젖듯 깨닫고 난 후 우산을 찾아봐야 아무 소용이 없죠. 동시에 지금 사회적 공감대를 갖고 열심히 노력하면 소멸위기를 부활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이중적인 의미도 갖고 있습니다.
왜 지금 ‘인구’를 알아야 하는 건가요? ‘인구’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조금 과장한다면 인구가 전부입니다. 인구는 생산과 소비 주체면서 경제심리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변수입니다. 요즘엔 경제 성장과 관련된 변수 중 생산성이나 혁신 등 다른 변수를 우선하지만, 어쨌든 기본은 인구일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 성장을 유지하는 가운데 인구가 줄면, 1인당 (경제 성장 수혜의) 파이가 넓어지니 경제적 후생은 더 좋아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른바 ‘적정인구론’이죠. 네, 이것도 설득력이 있지만, 중요한 건 그럴싸한 가설일 뿐 선행 사례는 존재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인구가 줄면 성장을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더 힘들어질 것입니다. 역사 사례를 봐도 로마제국, 아프리카 등 인구 감소가 국력 저하에 직결된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그 인구가 지금 한국 땅에서 구조적인 급변기에 들어갔습니다. 그것도 과거와는 전혀 다른 형태로, 꽤 부정적이고 위협적인 모습으로 말이죠. 이 변화는 사실상 한국에 살고 있는 모두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합니다. 이런 인구 변화를 모르고 앞날을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죠.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인구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한국 경제가 직면할 중대한 인구 변화를 3번의 타이밍으로 나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중요한 변곡점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3번의 타이밍은 가장 거대한 인구 변화가 시작되는 시점이기도 하지만, 앞서 이야기 드린 청년, 중년, 노년의 삶을 각각 송두리째 바꿀 시점이기도 합니다. 즉 인구 변화가 경제는 물론 개인의 생활과 운명을 크게 바꾸는 결정적 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2018년을 기점으로 청년을 포함한 현역 세대의 불행이 문제로 떠오릅니다. 이것은 2017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하고 2018년부터 본격화되는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1명을 겨우 넘긴 출산율을 볼 때, 생산가능인구의 하락세는 청년인구의 교육, 취업, 연애, 결혼, 출산, 승진 등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산업도 이미 재편됐고요.
2번째는 2020년입니다. 이 시점은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가 65세로 접어드는 때로, 거대한 인구 변동이 예상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시점입니다. 베이비붐 세대는 사실상 한국 사회의 중추를 담당했던 집단입니다. 이 세대가 대거 은퇴를 하게 되면서 가족과 사회로부터 투명인간처럼 여겨지게 되고 그로부터 전에 없던 생활 갈등이 생겨납니다.
3번째는 2030년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베이비붐 세대가 병에 걸릴 비율(유병비율)이 급격히 높아지는, 75세에 진입하는 시점입니다. 거대한 인구집단이 유병 상태로 일하지 못하고 오래 살게 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부터는 한국 사회가 간병, 의료, 장수, 복지 등이 재앙 수준으로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3가지 시점에 펼쳐질 변화를 체감하도록 일상에서의 풍경으로 설명하자면 2018년 문제의 중심에 있는 청년세대는 이미 살인적인 교육 압박, 장기 실업, 취업 및 결혼 등의 포기에 직면했습니다. 2020년 문제의 중심에 있는 중년세대는 저성장 시대에 불안해진 고용환경 속에서 언제 퇴직할지 모르는 상황에 처해 있죠. 그러나 부모 봉양과 자녀 교육 그리고 자신의 노후준비까지 짊어져야 할 임무가 산적해 있는 상황입니다. 2030년 문제의 중심에 있는 고령인구는 감당하기 힘든 의료와 간병 비용 등으로 장수가 재앙이 되는 생활에 직면해 있습니다.
일하는 사람이 줄어들면 취업 경쟁도 완화되고 나아가서는 일자리를 골라서 가게 되는 미래가 펼쳐지지 않을까요?
최근 청년 취업의 천국으로 일컬어지는 일본 때문에 이런 인식이 강해지고 있는데요. 결과적으로 한국에서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현역인구의 경제 활동(생산과 소비, 투자 등)으로 경기가 나아지는 것보다 고용 사정이 악화되는 게 더 빠르기 때문이죠. 게다가 일본은 GDP의 85퍼센트가 내수시장입니다. 고용을 창출하기 비교적 용이한 서비스산업이 많아 일자리가 풍족한 편입니다. 게다가 일본의 높은 취업률은 표면적인 결과입니다. 취업이 잘되긴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정규직이 아니라 비정규직이 늘어났을 뿐입니다. 기업은 영리해서 임금 부담이 큰 정규직을 선호하지 않죠.
한국은 어떨까요? 이대로라면 일본 수준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비정규직이라도 취업이 잘되는 상황도 희박합니다. 설사 점진적인 비례관계, 그러니까 출산이 하락해서 인구가 줄면, 경쟁이 감소하고 취업률이 높아진다는 게 있어도, 4차 산업혁명이니 하면서 기술을 도입하는 식으로 고용절감형 경영이 확대돼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청년 고용은 줄어들 확률이 높습니다.
사실 꽤 오래전부터 심심찮게 인구 감소에 대한 뉴스는 계속 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 정부가 ‘일자리, 4차 산업혁명, 균형발전’과 함께 ‘인구절벽 해소’를 4대 복합/혁신 과제로 내건 것처럼 이제야 인구 문제에 주목하는 느낌입니다. 이에 대한 생각과 의견을 이야기 해주세요.
그나마 늦은 때라고 인지하고 나선다면 역으로 가장 빠른 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사실 많이 늦었죠. 단기간에 풀기 어렵다는, 인구정책의 태생적인 한계 때문이라 이해한다고 해도 말입니다. 우선순위가 적게나마 올라갔다면 아주 다행입니다. 다만 극복한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인구는 성장과 재정 등 거시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기본 변수입니다. 이 점에서 지금의 인구 변화를 한국 사회와 경제 구조를 완전히 전환하는 기회이자 계기로 삼는 것이 중요합니다. 언제나처럼 잔뜩 연기만 피워놓고 또 빠진다면 다음 세대에게 엄청난 빚을 떠안기게 될 것입니다.
인구가 전부입니다. 따라서 정책의 방점도 여기에 찍혀야 합니다. 국민 행복이 정책 목표라면 개인과 가정, 또는 각 세대가 맞게 될 불행의 원인과 직결된 인구 변화에 애정을 갖고 접근해야 합니다. 그 어떤 나라보다 강력한 권력을 행할 수 있는 한국의 정치구조를 볼 때, 지금이 최적기입니다. 인구 정책은 30년 이상 걸리는 세대 정책입니다. 정권 색깔과 상관없이 제도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강력한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어떤 외압과 외풍에도 고집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실행 체계, 그리고 무엇보다 교육을 통한 인식 공유가 시급합니다.
책에서는 인구와 경제와 관련하여 다양한 대안과 과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이것만큼은 ‘지금 당장 해야 한다’는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일까요?
역시 구조 개혁입니다. 한국은 현재 고빗사위에 섰습니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키는 옛날보다 줄어들고 있는데 옷은 똑같이 전성기 때 사이즈만 고집한다면 볼썽사나울 수밖에 없죠. 고도성장 때 만들어진 사실상 한국 사회의 운영 원칙을 모두 손봐야 합니다. 고용 제도부터 교육 제도는 물론, 개인의 생애 흐름까지 변화한 시대에 맞춰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예견되는 불행과 갈등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력한 정치 리더십이 요구됩니다. 강력한 추진 의지와 실행 체계가 결정적으로 필요합니다. 대통령이 한다면 가장 낫겠지만, 그게 아니면 그에 준하는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정책 통합과 배분을 이끌고 이를 실행할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야 합니다. 요컨대 ‘인구부총리’처럼 상징적이고 실질적인 리더십이 절실하죠.
인구 변화는 돈 몇 푼 쥐어주고, 선거 때 바짝 엎드려 호소한다고 해도 성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그건 삼척동자도 다 알죠. 마음을 움직이는 진정한 정책은 강력한 리더십이 전제될 때 가능할 겁니다.
다양한 책을 집필하셨던 만큼, 다음 행보도 궁금합니다. 계획 중인 책이나 연구가 있는지요?
크게 2가지입니다. 하나는 시대 변화에 따라 요구되는 각 세대별 생애모델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이전과는 다른 시대이고 그래서 다른 삶이 필요하다면 어떤 모델이 있을까 하는 것 말입니다. 다른 하나는 이를 종합해서 한국형 자본주의 모델을 제안하는 연구를 해볼까 합니다. 전대미문의 변화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믿고 따라갈 만한 선행 사례 혹은 성공 모델이 사라졌기 때문이죠. 가령 아무리 공부해도 가난한 청년세대에게 어떤 길을 제시해야 할까요? 그렇게 열심히 사는데도 내일을 알 수 없는 중년세대는 또 어디에 이를 호소해야 할까요? 노년은 말할 것도 없죠. 이런 것들을 모아 한국의 선행 경로, 즉 추종할 만한 모델을 반영한 자본주의 시스템을 제안하면 어떨까 합니다. 북유럽의 사민주의도, 영국?미국식의 시장원리도, 독일?일본식의 국가 관리도 아닌 한국특유의 전통적인 공동체와 상생구조의 복원을 지향하는 자본주의는 없을까 하는 게 요즘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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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소멸한다전영수 저 | 비즈니스북스
인구 문제가 국가경제를 넘어 개인과 가정 경제에도 직결되는 사안임을 인지하고 한국 경제를 내다보고 나와 가족, 한국의 미래를 가늠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