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 커뮤니케이션의 권위자인 이현우 한양대 교수는 설득을 잘하는 법 대신에 거절하는 상대방의 심리를 꿰뚫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내가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왜 저항하는지를 살펴보고 불신을 무너뜨리는 방법을 습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설득의 심리학』 을 번역해 국내에 소개한 이 교수는 문화적 차이 때문에 설득 원칙이 한국에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는 점을 발견했다.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것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우리만의 설득 전략을 연구하는 데 주력해왔다. 최근 옹고집과 불복종을 이겨내고 내 뜻을 관철하는 기술을 전하는 책 『거절당하지 않는 힘』 을 출간한 이현우 교수를 만났다.
교수님께서 번역해 국내에 소개한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은 설득론의 고전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에 출간된 『거절당하지 않는 힘』 은 『설득의 심리학』 과 비교하면 어떤 차이가 있나요?
지금까지의 설득 연구는 설득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최상의 방법론을 찾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도 그러한 유형에 속하지요. 하지만 최근 들어 새로운 각도에서 설득 현상을 접근하려는 학문적 노력들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바로 설득의 대상자 입장에서 설득을 바라보려는 관점입니다. 거절의 심리학은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 대신에 ‘상대방은 왜 내 제안을 거절할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즉 질문이 바뀐 거지요.
거절의 심리학은 설득의 심리학과 비교해 시대적인 흐름에 더욱 적절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인터넷, 정보화, 4차 산업혁명 등으로 묘사되는 현대사회는 힘의 흐름이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전환되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 책 『거절당하지 않는 힘』 은 설득 영역에서도 송신자 중심의 패러다임이 수신자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훌륭한 증거가 되고 있습니다.
거절은 누구에게나 피하고 싶은 단어입니다. 교수님께서도 이제까지 살면서 거절당한 경험이 있을 겁니다. 이와 관련해 인상 깊은 사례나 소개할 만한 이야기가 있을까요?
아마도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가장 어려울 것 같네요. 물론 사소하게 거절당한 경험이야 없을 수 없지만 공개적으로 소개할 만큼의 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거절당한 경험을 골똘히 생각하다 보니 제가 혹시 지금까지 ‘갑’으로만 살아오지 않았나 반성해 봅니다. 매번 거절당하고 아파하고 두려워하는 이 땅의 ‘을’을 위해 이 책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인간의 판단은 자기를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데, 입장을 바꿔 거절하는 순간 상대방은 어떤 기분일까요? 거절에는 어떤 심리가 내포되어 있을까요?
설득 커뮤니케이션 학자들은 거절 현상을 크게 세 가지 동기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동기는 선택의 자유를 지키려는 심리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행동을 선택하고 실행에 옮기려는 동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설득 메시지는 기본적으로 강압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 거절은 자신의 선택의 자유를 지키려는 자기방어 행동이 되는 거지요.
거절의 두 번째 동기는 현상유지의 심리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현대 심리학은 사람의 본성을 게으름에서 찾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본질적으로 변화보다는 안정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설득 메시지는 변화를 요구하고 있지요. 브랜드를 바꾸고, 정치적 지도자를 (선거를 통해) 바꾸고, (건강을 위해) 생활습관을 바꾸라는 수많은 설득 메시지들에 대해 현상유지를 원하는 사람들은 무관심 혹은 무대응이라는 방식으로 거절하고 있습니다.
거절의 세 번째 동기는 의사결정 단계에서의 확신 부족 현상을 통해 설명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의사결정에는 매력의 요소와 회피의 요소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물건을 살까 말까 망설이는 것은 분명히 그 물건에 매력적인 요소(살까)가 있지만 동시에 구매 의사결정을 주저하게 만드는 회피의 요소(말까)가 함께 존재하기 때문이지요. 이런 상황에서의 거절은 심리적인 차원보다 인지적 차원에서의 접근을 요구합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 〈꾼〉에서 한 배우는 ‘의심은 풀어주면 확신이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항은 인간의 본질적인 행동 중 하나입니다. 상대방이 절대 타협하거나 복종하지 않는 옹고집일 경우 내 뜻을 관철하려면 어떤 전략이 효과적일까요? 한두 가지만 소개해주세요.
상대방이 절대 타협하지 않거나 옹고집일 경우에는 설득이 쉽지 않겠지요. 이런 경우에는 자신의 요구를 최소화하는 전략이 효과적일 것입니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처럼 말입니다. 죽어라고 공부하기를 싫어하는 자녀에게 갑자기 반에서 우등생이 되라고 요구해서는 안 되는 거지요. 일단 출발은 자녀가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작은 요구를 해야 합니다. 하루에 30분 공부하기, 숙제 해가기, 수업시간에 딴생각하지 않기 등 작은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나중에는 우등생이라는 목표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단번에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단계적으로 원하는 것을 향해 나아가는 거지요. 저항이 거셀 때는 서두르면 안 됩니다. “인내는 쓰지만 그 열매는 달다.” 설득의 아버지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이 떠오릅니다.
책에는 설득에 유리한 환경 조성부터 실전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거절의 언어까지 설득 전략을 소개했습니다. 교수님께서 가장 선호하는 전략은 어떤 것인가?
옛말에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 없다고 했습니다. 저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전략이 다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굳이 가장 선호하는 전략 하나를 고른다면 맥락을 바꾸어 내용에 대한 해석이 달라지게 만드는 리프레이밍(reframing) 전략을 선택하고 싶네요. 내용(text)은 맥락(context)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자신의 설득 시도에 저항하면 다른 관점에서 상황을 접근하도록 맥락을 바꾸는 방법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리프레이밍은 게임의 룰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는 작업입니다. 가장 창의적인 노력이 필요한 전략이지요. 돈이 없어 여행을 못 간다는 사람에게 여행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라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면 더 이상 핑계거리가 되지 못하겠지요.
교수님께서는 성공의 출발점은 거절이 상존하는 것에 대한 인정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셨으면 합니다.
우리의 뇌에서 가장 안쪽에 있는 편도체는 생존에 대한 반응을 주로 담당합니다. 거절당하는 감정은 결코 즐거운 경험이 아닙니다. 거절에 기인하고 있는 사회적 고통은 실제적인 육체적 고통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고 합니다. 거절당하는 경험은 뇌의 편도체 부분을 활성화시킵니다. 편도체는 즉각 자기보호 목적의 두려움이라는 감정적 반응을 만들어 사람들로 하여금 가급적 자신이 거절당할 상황을 회피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회피는 기회의 상실을 의미합니다.
몇 년 전에 UCLA 연구팀이 매우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사람이 자신이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에 ‘두렵다’ ‘화난다’ 등의 구체적인 이름을 붙여주면 부정적인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마찬가지로 거절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면 거절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거절이 변수(變數)가 아니라 사람 사는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상수(常數)라고 생각하면 거절당해도 뇌의 편도체 부분이 아니라 전전두엽 부분이 활성화될 것입니다. 그리하면 사람들은 거절당해도 보다 이성적으로 반응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론만 안다고 거절을 피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운용의 묘는 언제나 우리들 각자의 몫이겠죠. 이 책에서 소개하는 전략들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모든 일에는 최적의 결과를 내는 성공의 비결이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그 비결을 ‘정석’이라고 부르고 있지요. 어렸을 때 열심히 공부했던 참고서 ‘수학의 정석’이 그 한 예가 될 것입니다. 저는 ‘설득의 정석’은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윤리, 과학적 지식 그리고 의지가 그것들입니다.
첫 출발은 진심이지요. JYP엔터테인먼트 박진영 대표는 〈케이팝스타〉라는 프로그램에서 진심이 없는 노래는 아무리 기교가 훌륭해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진심이 충분조건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진실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도 그 마음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과학적 지식이 없으면 설득에 성공할 수 없습니다.
윤리와 과학적 지식이라는 관문을 통과하면 설득의 달인이 되는 마지막 관문에 도달합니다. 바로 자기계발의 의지라는 관문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에너지 법칙에 의하면 보통 체격의 성인은 대형 수소폭탄 30개가 터질 때 발산되는 크기의 에너지를 몸속에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이 막대한 에너지의 단 1퍼센트만이라도 꾸준히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사람만이 설득의 달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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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 당하지 않는 힘이현우 저 | 더난출판사
설득에는 항상 상대방이 있고 그 상대방은 ‘저항’이라는 무기로 자신을 빈틈없이 보호하고 있다. 이처럼 상대방의 거센 저항이 예상될 때 설득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