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과일을 한 입 가득 베어문 느낌이다. 이런 상큼함과 건강함, 스포티(Sporty)함이야말로 트와이스가 가장 잘 하고 또 가장 자연스러울 수 있는 영역 아닌가. 이들의 첫 정규앨범
특기할만한 점은 그런 전략적 선택 속에서도 꽤 탄탄한 음악적 완성도를 챙겼다는 것이다. 타이틀곡 「Likey」는 그동안 트와이스가 이어 온(스스로 컬러팝이라 명명해 온) 명랑하고 무해한 신스팝 위에 딱 적당량의 트로피컬 사운드를 얹으며 비트의 집중력을 일단 챙겨 간다. 그룹에게 ‘국민 걸그룹’의 칭호를 안겨준 「Cheer up」이나 「TT」만큼의 직관적인 킬링 파트는 없지만, 전보다 더 명확히 들리는 멤버 간 음색 차이는 곡에 입체감을 부여하고 리듬에 집중한 매력적인 훅은 풍성한 비트 위로 잘 녹아든다. 무엇보다 곡의 분절되지 않은 부드러운 흐름이 한 트랙으로서의 완결성을 갖는다. 트렌드를 무작정 복제한다는 느낌 없이 적절하게 담을 만큼만 담아낸 「Likey」의 이런 지향 아래선 트랩 힙합을 흉내 내는 다현의 랩 파트도 키치적인 패러디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수록곡들도 그렇다. 음악적 측면에서도 메시지의 측면에서도 정확히 설정된 어떤 한계선을 넘지 않으면서, 동시에 그 턱밑까지 성실하게 노력을 쌓아올린 흔적이 역력하다. 관습적인 구성 안에서 매력적인 멜로디라인을 뽑아낸 「Love line」이 대표적이다. 어쿠스틱한 미드템포 곡 「거북이」도 유려하게 흐르는 예쁘장한 선율로 무시 못 할 끌림을 뽑아내며, 공간을 비우며 리듬을 강조한 「24/7」은 역동적인 생동감을 한층 앞으로 내세워 듣는 즐거움을 준다. 「널 내게 담아」에서는 1990~2000년대 걸그룹을 연상시키는 후렴구를 현대적 감성과 병치시키며 어떤 추억을 환기하기도 한다.
아직 완성에 이르지는 못한 멤버들의 미숙한 표현력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의도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도 발음은 다소 부정확하며 보컬로서의 역량 역시 훌륭한 수준이라고는 결코 볼 수 없다. 그런 면에서 펑크(Funk)적 감각의 「Rollin’」같은 곡은 조금 어색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 앨범이 오늘날 대중이 트와이스에게 기대하는 모습과 트와이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선 사이에서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 그리고 그 선택에 집중해 만든 결과물이 솔직하고 수려한 매력을 잘 담아냈다는 것 역시 부인하기는 힘들다. 결국은 아이돌로서 어떤 역할을 맡느냐의 문제다. 한 발짝 앞서갈 것인가 함께 오늘을 호흡할 것인가를 나누는 그 기로에서, 최정상의 위치에 있는 아이돌 트와이스는 친숙한 ‘인스타그램 친구’가 되기를 택했다. 나쁘지 않다.
조해람 (chrbb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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